PTSD, 우울, 불면…서울시민 절반 이상 정신건강 문제 보유 
PTSD, 우울, 불면…서울시민 절반 이상 정신건강 문제 보유 
  • 김다솜
  • 승인 2023.11.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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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서울연구원

서울시민 중 절반 이상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우울, 불면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1개 이상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공공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낮아 적극적 홍보와 접근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의 ‘서울시민 정신건강 실태와 정책방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19~74세 서울시민 2149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참여자 중 52.5%가 정신건강 문제 중 1개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신건강 문제 중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33.8%), 우울(26.2%), 불면증(19.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2022년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수행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우울(전국 16.9%)은 전국 대비 10%p 가까이 높았으나 자살생각률(전국 12.7%, 서울연구원 13.7%)은 유사한 수준이었다. 

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생애주기별로 분류해 살펴보면 청년은 우울,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불면증, 알코올사용장애, 자살생각, 자살시도 등 모든 정신건강 문제의 유병률이 생애주기 중 가장 높았으며 중장년, 노년 순으로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정신건강 문제인 우울의 위험요인을 살펴보면 전 생애주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인도 있는 반면 생애주기별로 특징적인 위험요인도 발견됐다. 각 생애주기에 정신건강 문제별로 주요 스트레스 요인 또한 다르게 나타나 맞춤형 대응의 필요성이 나타났다. 

가령 우울 문제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청년, 중장년, 노년 우울군의 공통적인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청년과 중장년 우울군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미취업 상황에서 주로 스트레스를 받는 반면, 노년 우울군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본인의 신체적 질병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안 문제에서 청년과 중장년은 우울군과 유사하게 경제적 어려움, 미취업 등에 주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노년 불안군은 타인 관계와 관련된 요인들이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는 예방·조기 개입·치료·재활 등 정신건강 영역에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영역으로 ‘예방에 대한 필요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는 ‘그냥 두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그 외 이용저해요인으로 청년은 상담비용 부담을, 노년은 정보 부족 등을 꼽았다. 

연구원은 해당 설문조사에서 1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는 15명(생애주기별 각 3명씩)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도 공공 정신건강서비스나 제공기관에 대한 낮은 인지도가 확인됐다. 이에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또한 참가자들은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만 비용 부담, 지리적 접근성, 시간적 제약 등의 이유로 이용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비용부담 완화, 지리적·시간적 접근성 제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정신건강서비스 유형 중 경청과 위로를 바탕으로 한 공감형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과의 자조모임 등을 희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현재 정신건강서비스는 주로 중증의 정신질환자 및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나 경증의 우울, 불안 관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신건강서비스의 수요자는 모든 시민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모든 시민을 위한 확장된 정신건강서비스 전달체계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 전문기관 및 서비스 제공기관을 대상별로, 정신건강 문제 유형별로 분류하고 역할을 분담하도록 체계화해 경증의 정신건강 문제는 다양한 보건·복지 자원과 1인가구지원센터, 청년센터 등 대상별 특화 기관에서 1차적으로 개입하고 중증 정신질환자 및 자살 고위험군 관리는 기존처럼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중점적으로 담당하도록 재설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확충하거나 기존 인력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등을 지원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며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적극적 홍보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