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배달 1시간은 못 참는데 팝업엔 몇 시간 줄 선다…달라진 소비 공식 
[트렌드줌인] 배달 1시간은 못 참는데 팝업엔 몇 시간 줄 선다…달라진 소비 공식 
  • 김다솜
  • 승인 2026.09.11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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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구독으로 반복 노동 줄이고 팝업·공연엔 장시간 대기
시간 절약 넘어 결정 피로까지 줄이는 소비 확산
저가치 시간은 외주화…고가치 경험에는 시간 적극 투자 

음식 배달이 늦어지는 한 시간은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인기 팝업스토어나 공연을 위해서는 오랫동안 기다린다. 장보기와 청소는 비용을 내고 맡기면서 한정판 제품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는 걸 감수한다. 

최근 소비자들의 시간 사용 방식은 단순한 ‘시간 절약’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일에는 최대한 시간을 쓰지 않는 대신 원하는 경험에는 오히려 시간과 노력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선택적 시간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시간은 아껴 쓰는 것이 아니라 골라 쓰는 것’ 보고서는 일상적 소비에서는 편의성을 추구하면서도 특정 상품이나 경험을 위해 장시간 대기를 감수하는 소비 행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소비자가 모든 시간을 아끼려는 것이 아닌 활동별로 시간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결과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편의성은 이미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DHL이 29개국 온라인 쇼핑 이용자 2만9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78%는 원하는 배송 옵션이 없으면 구매를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원하는 반품 방식이 없을 경우 구매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73%에 달했다. 

모건스탠리 조사에서는 미국 소비자의 77%는 편의성을 구매 결정의 핵심 조건으로 꼽았으며 이를 위해 평균금액의 5%를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가 돈을 내고 사는 것은 상품만이 아니다. 배달과 장보기, 간편식, 구독 서비스 등을 이용하며 이동이나 조리, 정리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수고를 줄이고 있다. 

PwC 조사에서는 글로벌 소비자 중 주 1회 이상 간편식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38%, 음식 배달은 34%, 외식은 29%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들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내가 직접 행동하지 않아도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봤다.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동 동선을 없애고 반복 작업에 따른 정신적 피로까지 덜어준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서도 시간의 체감 가치는 활동에 따라 달랐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필수 활동에 11시간32분, 여가 활동에 5시간8분을 사용했다. 

이 중 일, 출퇴근, 청소, 식사 준비 등은 상대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활동으로 평가됐다. 반면 식사, 대면 교제, 걷기, 산책 등은 긍정적 활동으로 꼽혔다. 같은 30분이라도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시간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생성형 AI의 확산은 ‘시간 외주화’의 범위도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배송, 청소, 조리 등 물리적인 수고를 대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검색, 비교, 요약, 추천 등 의사결정에 드는 인지적 부담까지 줄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마존은 AI 쇼핑 도우미 ‘루퍼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쇼핑 전환율이 미사용 고객보다 60% 이상 높다고 밝혔다. 다만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는 아직 AI에 최종 구매 결정까지 넘기기보다는 검색과 비교를 맡기고 마지막 선택은 직접 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지가 폭증한 온라인 쇼핑에서 가격과 후기를 일일이 비교하는 과정은 소비자에게 결정 피로를 안기는데, 장보기 구독과 AI 쇼핑 도우미가 줄여주는 것은 바로 이 ‘선택의 수고’인 셈이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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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낀 시간, 어딘가엔 ‘기꺼이’ 쓴다

반대로 소비자가 일부러 시간을 쓰는 영역도 있다. 공연 티케팅이나 팝업스토어, 한정판 제품처럼 수량이나 기간이 제한된 상품과 경험이다. 

보고서는 이때의 대기를 단순한 시간 손실이 아닌 희소한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화폐 비용’으로 봤다. 오프라인 오픈런에서는 시간을, 온라인 티케팅에서는 반복 접속과 대기, 집중력과 실패 가능성까지 감수하며 접근권을 얻는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팝업스토어 이용 경험은 식품 46.6%, 애니메이션·웹툰 44.4%, 음료 28.3%, 패션 23.6%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났다. 소비자는 제품 자체뿐 아니라 한정된 공간에 참여했다는 경험과 팬덤 정체성을 위해서도 기꺼이 대기를 감수한다. 

시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이를 돈으로 해결하는 수요도 생겨난다. 직접 티케팅에 들이는 시간과 수고, 실패 위험이 대리 티케팅이나 재판매 시장에서 프리미엄으로 환산되는 식이다. 보고서는 이를 시간과 돈을 서로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소비 행태로 해석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의 79%는 일부 품목에서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절약형 소비를, 19%는 일상 지출을 줄여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선택적 소비를 실천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돈과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저가치 과업에는 덜 쓰고, 고가치 경험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으로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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