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줌인] 유통가, "자원 재사용으로 그린슈머 잡는다"
[트렌드 줌인] 유통가, "자원 재사용으로 그린슈머 잡는다"
  • 김수진
  • 승인 2022.05.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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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넘어 필(必) 환경 시대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64.5%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착한 소비, 가치 소비, 신념 소비, 미닝아웃 등 소비 트렌드를 대표하는 단어들을 보면 제품을 구매할 때 심리적인 만족도,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친환경 인식이 점점 고조됨에 따라 기업들 역시 환경 보호에 앞장선 활동으로 가치 소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주목 할만 한 것은 자원의 재사용, 즉 ‘다시 쓰기’다.

드라이클리닝 용제를 증류수 원리로 회수한 뒤 재사용해 대기 배출량을 줄이는 세탁 방식을 도입하거나 배송 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포장재, 박스 등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보랭가방 서비스를 활발하게 운영하는 등 기업들은 ‘다시 쓰기’를 화두로 친환경 활동에 한창이다.

세탁 용제도 재사용이 가능한가요? 

세탁 혁신 기업 크린토피아는 세탁 과정에서도 용제 재사용을 통해 환경 보호를 실천한다. 일반적인 드라이클리닝 과정에서는 건조 시 의류에 남아있던 드라이클리닝 용제가 휘발되면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성되는데 이는 전량 대기로 배출된다. 크린토피아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2004년 세탁 업계 최초로 ‘회수 건조기’를 도입했다. ‘회수 건조기’를 이용하면 건조 과정에서 나오는 기체 용제의 최대 96%를 회수한 뒤, 냉각시켜 액체 상태의 용제로 변환할 수 있다. 이렇게 회수된 용제는 증류수와 같이 순수한 상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용제 정화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배출 감소, 용제 절약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크린토피아는 일반적으로 드라이클리닝에 사용하는 석유계 용제가 아닌 피부에 안전하고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용제 ‘이소파라핀’을 국내 세탁 업계 최초로 2018년부터 도입해 고품질의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소파라핀은 미국 FDA의 승인을 취득해 식품 및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발암물질 함유 및 환경오염 유발 문제를 지닌 퍼크로 용제의 대체 용제로 손꼽힌다.

■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소재 선택

마켓컬리는 재사용 보냉 박스인 ‘컬리 퍼플박스’ 도입으로 종이박스와 비닐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서비스 시작 이후 종이박스 445만개를 절감했다. 재사용 포장재 배송은 고객이 주문 후 문 앞에 컬리 퍼플박스 또는 개인 보냉 박스를 놓아두면 배송매니저가 상품을 박스에 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영구적인 재사용 포장재를 사용하는 만큼 종이 포장재 및 냉매 사용을 줄였고, 배송 시 사용되는 비닐의 회수 서비스도 함께 운영중이다.

SSG닷컴도 재사용 가능 보랭가방 ‘알비백’을 도입해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 등 일회용품 포장용품 약 80만 개를 절감했다. SSG닷컴은 새벽 배송 서비스에 반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알비백 10만 개를 자체 제작해 친환경 배송의 시작을 알렸다.

CJ제일제당은 플라스틱 캡과 비닐 라벨까지 없앤 스팸 라벨프리(Label Free) 기획 제품을 선보인다. 

오는 11일부터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4만 세트 한정 판매에 나선다. 이 제품은 캔 겉면에 로고 등이 새겨진 기존 비닐 라벨을 떼어낸 것이 특징이다. 포장재 역시 플라스틱 필름 코팅 없이 100% 종이로 만들었다. 한 상자에 라벨 없는 스팸 클래식(200g)과 스팸 25% 라이트(200g) 각각 3개씩 모두 6개가 담겼다.

스팸 라벨프리 제품은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 기준’에 따라, 기존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우수’ 등급을 받게 됐다.

사진=CJ제일제당

■ 화장품 공병, 즉석밥 용기, 우유팩 등 판매에서 이제 수거까지 직접 나서

CJ올리브영은 화장품 공병 1t 수거를 목표로 하는 '뷰티사이클(BEAUTY-CYCLE)'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실제로 화장품 용기의 90%는 일반 분리배출 시 재활용이 어려운데 올리브영이 직접 나서 매장에 수거함을 비치해 공병 수거율을 높이고, 재활용을 독려하는 것이다. 캠페인 참여 고객에게는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남양유업은 '우유팩 수거 캠페인'을 전개한다. 종이팩의 70%를 차지하는 일반 우유팩은 고급 화장지 원료로서 재생 가치가 높고, 재활용이 쉬운데도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상당량이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상점과 일반 카페 등에 '우유팩·멸균팩 수거함'을 설치했으며, 향후 100개까지 거점을 늘릴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역시 햇반 용기 수거에 나섰다. 지난 1월부터 재활용이 가능한데도 대부분 폐기되는 햇반 용기를 직접 수거, 재활용하는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 안심사이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의 공식 온라인몰인 CJ더마켓을 통해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은 CJ더마켓 내 기획전을 통해 햇반과 수거박스가 함께 담긴 기획세트를 구매한 뒤 사용한 햇반 용기 20개 이상을 담아 돌려보내면 CJ대한통운이 회수해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거박스에 있는 QR코드만 찍어 신청한 뒤 집 앞에 두면 되는 시스템으로 누구나 쉽게 참여 가능하다. 용기가 회수될 때마다 CJ ONE 포인트 1000점도 받을 수 있다. 수거된 햇반 용기는 지역자활센터에서 분리 및 세척 과정을 거친 뒤 원료화 작업을 통해 명절 선물세트 트레이 등에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자활센터는 고용을 늘리고, CJ제일제당과 계약한 업체에 원료로 납품해 수익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