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家 사태와 북아현동 어린이집, 성북동 2집의 풍경
동양家 사태와 북아현동 어린이집, 성북동 2집의 풍경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10.04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아현동 '서남발도르프 어린이집'과 성북동 현재현, 담철곤 회장집 풍경

최근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 서울시내 2군데 3채의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재계와 관계자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서울 북아현동 언덕배기 골목 귀퉁이에는 ‘서남발도르프 어린이집’이라는 곳과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동양증권 직원이 몰려간 성북동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집, 그리고 그 옆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집이다.

북아현동 집은 동양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서남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이 생전에 살던 2층집을 내줘 문패만 바꿔 운영되고 있다.

이 집은 미취학 자녀가 있으면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엄마들에게는 ‘순례지’와 같은 곳이다.

이곳 아이들은 오래된 재벌가의 너른 저택에서 창업주의 미망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을 ‘할머니’라고 부르며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발도르프어린이집 졸업생들은 졸업 후에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열리는 마을장터는 수익금 전액을 북아현동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전해진다.

최근 이곳 학부모들 사이에도 동양그룹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혹시 동양그룹이 어찌 되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서남재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우려다.

▲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뉴스와이어
서남재단의 이 이사장은 지난해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한 오리온 주식 1500만9000주(1,537억 원 규모)를 첫째 딸(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큰 사위(현재현 회장)가 처한 어려움을 돕겠다며 증여키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 곳, 3일 오후 서울 성북동 현 회장 자택 앞에는 동양증권 직원 200여 명이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양증권 직원들은 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고객ㆍ대직원 사과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고객의 자산을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어젯밤 9시경 공지를 했고 전국 영업점 직원들이 모였다”면서 “다른 임직원들은 어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주지점 직원 빈소로 향했다”고 말했다.

어떤 '담' 하나로 나뉜 성북동 2집은 피보다 더 냉혹한 풍경

앞서 동양증권에서는 전국 지점장들이 연판장을 돌리고, 노동조합이 법원에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임직원 전원이 현 회장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동양증권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자 오후 1시경부터는 일부 투자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집 앞 길가에 앉아 현 회장 자택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 개인 투자자 50여 명은 ‘동양 법정관리 철회하라’, ‘희대의 사기꾼 현재현은 물러나라’, ‘동양 CP 사기 발행 방관한 정부ㆍ금융기관 책임지라’는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들은 동양증권 직원들이 그룹 계열사의 CP와 채권 등을 안전한 것처럼 속여 판매해 피해를 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한 집이 더 있다. 동양그룹 지원을 놓고 ‘경영권 안정’, ‘배임 가능성’을 내세워 지원을 거부한 오리온 그룹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고 이양구ㆍ이관희 이사장의 둘째 딸)의 집이다.

이 집은 성북동 현 회장 집과 담 하나 사이를 두고 위치한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은 동양그룹 사태가 나기 전까지 서남재단 이 이사장의 우애 유지 한몫을 빌어 담 하나를 사이에 둘 정도의 좋은 동서지간이었다.

▲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뉴스1
담 회장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서남재단 이 이사장과 현 회장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담 회장은 지난 2011년 5월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었고 자회사인 ‘스포츠토토’는 주주들의 손배소 청구 등 오너 리스크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담 회장이 이런 법적 시비에 휘말릴 때마다 검사 출신인 현 회장이 담 회장을 도왔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이 집은 그간 담 회장의 법정 구속 사태 이후 높은 ‘담’과 함께 여전히 조용하다. 이제 현 회장과 담 회장 자택 사이의 담은 철책이 됐다.

한편, 담 회장 가족은 국내 30대 식품기업 오너 일가 가운데 최고 주식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담 회장 가족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자산의 가치는 총 1조8,230억 원으로 집계됐다.

담 회장의 가족은 부인인 이화경(57) 부회장이 8,366억 원, 담 회장이 7,713억, 장녀 경선(29) 씨, 장남 서원(25) 씨가 각각 306억 원의 주식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모인 이관희 이사장은 1,537억 원의 자산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해 12월 이 자금을 동양그룹에 무상 대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