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형제에 외면당하고…기사회생할 수 있나?
동양그룹, 형제에 외면당하고…기사회생할 수 있나?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9.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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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회장이 던진 도박에 동서지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은 거부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동양그룹이 비(非)핵심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과 주변으로의 도움 요청에도 거절당해 기사회생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일부 재계에서는 동양이 그저 구조조정 방안과 절차에 대한 ‘시늉’만 내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게다가 형제인 오리온그룹이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기업어음 만기 도래 등으로 유동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증권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까지 했다.

1조 어음 돌아오는데…오리온그룹 “지원 불가”

▲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동양그룹이 구조조정과 주변에 도움요청에도 거절당해 기사회생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뉴스와이어
22일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증권이 고객들이 자금을 대량 인출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지와 고객 자산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금감원 직원들이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기업어음 만기가 도래할 경우 외부 지원이 없더라도 동양그룹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오리온은 지난 2001년 동양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후 지난해 지분 관계까지 모두 정리한 형제 그룹으로서 기본 교류는 이어온 것으로 전해지지만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은 임원회의를 열고 “지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이며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동생이다. 이런 관계로 동양그룹은 앞서 오리온그룹에 유동성 보강을 위한 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아울러 동양그룹이 시장에 쏟아낸 2조 원 가량의 기업어음과 회사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등 업계관계자 등의 말에 따르면, 현재 동양그룹이 발행한 기업어음과 회사채 물량 가운데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물량은 각각 1조 원에 해당한다.

이 같은 상황은 재계와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도 동양의 구조조정 계획과 의지를 곧이 곧대로 보지 않고 있다. ‘2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과 ‘구조조정 계획은 제스처에 불과하다’라는 불신이 적지 않은 것.

동양그룹은 지난해 말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과 에너지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 계획 등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동양그룹은 레미콘과 가전사업을 매각키로 했지만 이 역시도 “발표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발표하려 했던 로드맵이 미리 알려진 것”이라고 애매한 해명을 했다.

동양그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까지 구조조정 성과는 미미한데다가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동양은 지난해 12월 20일 동양시멘트가 보유하고 있던 선박 9척을 일괄 매각해 350억 원을 마련한 것과 26일 동양레저가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안성의 웨스트파인CC 골프장을 매각해 793억 원을 마련한 것이 전부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 동양그룹의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자 선정 이후와 연관짓고 있다. 사업자 선정을 앞둔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따내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삼척 사업과 상관없이 2013년 상반기까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라며 “외형에 집착하다가 미래를 잃을 수는 없다”며 삼척사업과 관련성을 부인한 바 있다.

만약 자산 매각 등 동양그룹이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4만 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기업어음과 회사채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어음과 회사채는 상환 기일 전에 발행 기업이 부도가 나면 원칙적으로 투자금을 한 푼도 회수할 수 없다.

허울뿐인 구조조정에 오너 일가는 경영승계만 눈독

▲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뉴스와이어
하지만 동양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매달 1차례 정도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있다. 대부분 운영자금과 만기가 된 회사채 및 기업어음 상환 목적이다. 한마디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돌려막기는 오는 10월 말을 넘기기 어렵다고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보고 있다. 한마디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동양그룹은 회사채와 기업어음 판매를 소속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에서 절반가량 처리하고 있다. 신용등급마저  ‘투기 등급’이어서 오는 10월 말부터는 계열 증권사를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동양그룹은 그동안 동양시멘트 등 5개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 1조1,000억 원이 내달부터 차례로 만기가 도래한다.

동양그룹이 이를 막지 못하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동양그룹은 친족기업인 오리온그룹의 지원을 기대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 게다가 신용등급 개선의 관건은 구조조정 성사 여부다.

하지만 동양그룹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동양그룹을 살리기 위해 회사 임직원들은 합심해서 구조조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오너일가는 여전히 경영권 승계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업계와 내부 조직원의 지적이 있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남인 현승담 씨를 지난 6월 동양네트웍스 상무로 승진시키며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과 동양온라인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반면 장녀인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가 향후 그룹을 이어나갈  ‘적임자’라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동양 가전사업부의 매각이 임박으로 거취마저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동양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은 동양과 오리온 등 사위그룹들의 경영 실패가 대두되면서 불러온 결과라는 일각의 지적도 무성하다.

한편, 이와 관련 동양그룹 관계자는 “모든 상황에 정해진 것은 없다. 모든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할 뿐이다”라며 “오리온그룹의 반응에 대해서도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현재 동양매직 건은 마무리 단계이고 나머지 2~3개 건에 대해서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경영권 관련은 별개의 문제다. 지금은 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