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선진화재단] 박진 KDI 교수 "부작용 없는 개혁 없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진 KDI 교수 "부작용 없는 개혁 없다"
  • 오정희,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4.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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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기능으로 '좀비기업' 양산한 정부…공공부분 개혁이 경제살리는 방법"

박진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정부의 무차별적 지원에 대해 지적하고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이달 초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재완) 조찬 세미나에서 "정부의 시혜적 진흥을 통해 양산된 좀비 기업이 시장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개혁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부작용 없는 개혁은 없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 교수는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 산하기관 등을 비롯한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성과 및 경쟁력은 높은 편이지만, 공공기관의 부채가 쌓여가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한국전력공사, 철도공사 등 국내 10개 공공기관의 영업이익 총액이 이자비용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계속된 이 같은 추세에 그는 "돈을 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셈"이라며 "바로 이것이 현재 공공기관의 부채 현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공기관에 부채가 쌓이는 이유에 대해서 '과도한 사업'을 꼽았다. 임대주택,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과도한 사업요구와 해외자원개발 등 공공기관의 과도한 사업추진이 방만경영의 원인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우리 정부의 성과는 좋은 편이지만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면서도 "비용구조가 진정한 문제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은 잘 하고 있으나 안 해야 할 일도 많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 해야 할 일을 안 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개혁 방향"이라고 제시하며, 전통화장품 수출지원 보조금,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우수업체에 항만사용료 감면 등 정부의 과잉기능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히든챔피언' 기업 지원에 대해서도 "정부가 만든 히든챔피언은 정부의 보조가 끝나는 순간 챔피언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기업지원 역량에 대해서 비판했다.

특히 박 교수는 과잉기능의 대표적 사례로 정부의 '진흥기능'을 제시했다.

지난 2013년 정부의 민간 직접 지원 규모는 2031개 사업에 국고보조금 52조원, 국세 감면액 33조원, R&D 등 정부출연금 31조원, GDP의 5%를 상회하는 정책 금융 등이었다. 이 가운데 시혜적 진흥기능의 대표 격인 중소기업 정책금융은 OECD 국가들이 1% 이내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 나라는 과도한 상태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경제정책 3개년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를 '육성, 촉진, 지원, 진흥'으로 정리하며 정부의 판단으로 민간에 돈 나눠주는 기능이 만발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그는 "유망한 중소기업에 집중지원이 필요한데도 무차별 지원으로 기업 간 나눠먹기가 이뤄지고 있고, 이를 통해 연명한 좀비 기업을 저가입찰 등으로 다른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재 중소기업 가운데 16%가 좀비기업"이라며 "한 마디로 시혜적 진흥기능은 시장경제에 대한 위협이자 생태계 퇴출 경로를 정부가 막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진흥기능 과다를 '4자(者) 담합'의 결과라고 말했다. 4자(者)는 ▲경제활성화 등 단기간 내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정치권' ▲민간에 대한 영향력 확대로 퇴임 후 자리를 보장 받으려는 '정부 관료' ▲정부를 대행해 조직과 인력을 늘리려는 '공공기관' ▲진흥기능의 과실을 따먹는 '국민과 기업'이다.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을 마친 박 교수는 향후 공공부문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개혁의 선행 조건은 국민들의 개혁 공감으로, 현재 사회복지 지출 증가, 관피아 폐해, 공기업 부채 증가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지금이 개혁의 적기라는 것이 기조이다. 또한 대통령의 정부 개혁에 대한 여론의 지지 확보, 관심과 지지 표명, 적합한 조직과 인사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다만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라는 비유를 들며 타율적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지난 1998년 검찰 개혁, 2003년 국정원 개혁 등의 사례를 들어 자율적 개혁의 꼼수 및 개혁 성과 미비 등을 이유로 타율적 개혁이 더 효과적임을 설명했다.

그는 "책상 위에 급한 업무와 중요한 업무가 놓여져 있으면 급한 업무부터 처리하고 중요한 업무는 잊혀지기 마련"이라며,  "개혁은 중요하지만 당장 하지 않아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급한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자기업무가 있는 부처에 개혁을 맡기는 것은 개혁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은 부처에 개혁까지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개혁주도 기관은 구성원이 다양하고 유연한 조직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진흥기능 축소 개혁은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시장경제와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이제는 천적이 없는 생태계 불가사리 같은 진흥기능에 대해 도전해야 할 때"라며 "부작용 없는 개혁은 없다. 부작용의 두려움을 능가하는 개혁의 목표를 위해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불만닷컴=오정희,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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