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의 국가개조⑥] '흡수통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세일의 국가개조⑥] '흡수통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정단비, 오정희 기자
  • 승인 2016.02.18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과의 갈등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압박과 제재의 새로운 대북 정책 기조를 천명했다.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체제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문을 닫았고, 한미 군당국은 강경모드로 전환됐다.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국제 사회와 함께 취할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흡수통일'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세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는 흡수통일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이제라도 지금까지의 노선을 전환해서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가길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이 북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Q. 최근 통일에 대한 전망을 보면 '흡수통일'에 대한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나 이웃나라들도 북한이 이제라도 지금까지의 노선을 전환해서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면 그 다음에 합리적 남북 대화, 교류를 통해서 점진적 합의통일로 갈 수 있습니다. 이게 가장 바람직한 통일의 모습입니다. 이 평화적 합의통일을 우리가 오랫동안 원했고 지금도 원하고 있는데 다 아시다시피 북한이 북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은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러면 결국 북한의 체제는 실패할 것입니다. 현재 북한이 주장하는 핵개발과 경제발전은 양립할 수 없고, 북한이 지키려는 수령절대주의와 개혁개방도 양립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체제는 구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체제실패는 불가피하고 아마 정치적 군사적 내부급변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급변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내부세력이 등장하지 못하면 결국 무정부상태로 들어가고, 인도적 차원의 대 재난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신속하게 북에 들어가서 북한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우리 주도로 통일의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흡수통일이라고 부른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흡수통일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고 북한의 선택이지요.
 
Q. 이를 대비해 우리 정부가 준비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제일 중요한 것이 흡수통일 단계로 들어가면 북한을 어떻게 신속하게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군사적으로 안정화 시킬 것이냐는 겁니다. 우선 쌀과 의약품과 기타 소비재를 갖고 들어가서 북한 주민에게 나눠주며 경제적 안정화를 시키고, 무질서와 혼란의 막아  사회적 안정화를 시키고, 다음으로 북한 전역을 군사력으로 장악하여 군사적 안정화를 시켜야 됩니다.
 
그리고 북한의 지금 핵과 미사일 등의 대량살상무기의 소재를 빨리 파악을 해서 해체작업에 들어가야 됩니다. 더불어 북한 정치수용소에는 20만의 정치범들이 있습니다. 외국에도 그런 예가 있지만 정치적 혼란기에는 나중에 증거인멸을 위해서 이들에 대한 대량학살이 일어날 수가 있기 때문에 빨리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또 일부는 중국 쪽으로 탈북자가 생길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최소화 시킬 것이냐, 이런 것들이 모두 단순한 작업이 아니에요. 우리가 북한으로 가서 일단 안정화 시킨 다음에는 북한 안에 특별행정구역을 선포하고 지방정부를 세워야 됩니다. 북한 주민들 중 개혁개방파가  직접 참여하고 우리 공무원들이 가서 도와주는 지방정권을 세우며, 그 정권이 점진적으로 북한을 변화시켜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도기에는 남북한의 인적 교류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꼭 필요한 가족 방문 이런 것들을 물론 다할 수 있겠습니다만 38선의 문을 갑자기 터놓고 남북이 자유 왕래 한다는 것은 북한 동포들한테 그리고 북한경제의 미래에 좋지가 않습니다. 제한적 단계적 교류가 필요합니다.
 
북한경제는 가난하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발전할 수 있다는 이점, 예컨대 저임금의 이점도 있습니다. 그 이점을 이용해 북한 동포들 속에서도 부자도 나오고 기술자도 나오고 사업가도 나오도록 해줘야지, 그냥 남한의 자본이 올라가서 큰 사업을 하면서 북한 동포들을 모두 노동자로 만드는 것은 아주 잘못된 방향입니다. 북한 나름의 발전의 길을 찾아갈 수 있으려면 흡수통일 후에도 북에 별도의 지방정부를 세워 남북관계를 당분간 분리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중국의 개입을 막기 위한 방안은?
 
북한이 급변사태로 들어갈 때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우리는 중국이나 이웃나라에 '북한문제는 우리가 풀겠다. 이건 우리 민족내부의 문제 민족자결의 문제다. 외국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노선을 확실히 천명해야 됩니다. 통일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가능한 외교적 노력으로 이러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중국의 개입의지를 막아야하고 통일과정에 들어간 후에는 만일 중국개입이 있으면 군사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합니다. 어떤 수단을 써서든 중국의 개입은 막아야 합니다. 그러한 의지와 각오가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중국으로 하여금 개입의 필요성 자체를 줄여주는 노력도 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중요한 것은 통일 후에 어떤 한반도를 만들 것이냐에 대하여 우리가 비전을 미리 제시하고 그래서 중국, 미국, 일본 등의 나라들이 안심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예컨대 통일후 비핵평화국가를 만들겠다. 통일 후에도 미군은 남한에만 주둔하도록 하겠다. 탈북자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 등등 중국이 걱정할 수 있는 문제들을 우리가 미리 풀어서 개입의 필요성자체를 줄여주는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통일을 위한 체계적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통일준비는 대단히 미흡합니다. 국민 눈에도 대단히 미흡하게 보입니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86%가 통일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같은 조사에서 87%가 통일준비가 안 되고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국민들도 알고 있다는 거죠. 외국 전문가들도 대한민국은 통일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실제로는 ‘지독하게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코멘트들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남북합의통일만 노래하고 있고 북한의 급변에 대한, 흡수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너무 없다는 지적이지요.   
 
Q.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선 이산가족 상봉행사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구체적인 의미는 이산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는 거겠죠. 아직 너무나도 많은 이산가족이 있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조금씩 한다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입니다. 특히 북한정부가 통 크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가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상호 방문할 수 있어야 됩니다. 집에 직접 가서 방문할 수도 있고 누가 돌아가시면 같이 제사도 모시고 할 수 있도록 북쪽이든 남쪽이든 이런 정도는 돼야 되는데 도저히 이 부분이 아직 안 풀리고 있습니다. 
 
근데 독일은 말이죠. 통일 전 서독이 경제적으로 동독을 도와주면서 그 조건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한 게 상호방문입니다. 그리고 인권문제로 탄압받고 있는 정치범들의 석방입니다. 그래서 서독은 동독을 경제적으로 많이 지원하면서도 동독에서 3만4000명의 정치범을 데려왔어요. 그리고 가족의 상호방문을 허용하도록 했고 동서독간에 상호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해 왔습니다. 서독의 동독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동서독 간의 이런 변화를 수반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는 햇볕정책의 문제였다고 봅니다. 북한을 여러 가지로 도와주는 건 좋으나 도와 주는 것을 조건으로 북한을 변화시켜야 되는데 우리가 한 10년간 8조원 정도를 도와줬는데도 우리는 북한에서 납치한 어부 한 사람도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아니 데려오겠다고 이야기도 하지 않았어요. 이런 식으로 했던 것은 큰 잘못이죠.
 
이산가족 상봉을 평양이나 가족들이 사는 동네에 가서 한다면 동네 사람들도 만나보고 서로를 남북이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되지만 어느 산속 호텔에서 만나게 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일반 주민들하고 격리돼서 만나니까 북한사회에는 하나도 영향이 없습니다. 대상을 뽑을 때도 입맛에 맞는 사람만 뽑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산가족 상봉이 사실은 아주 부분적인 현상이고 크게 남북이해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명분은 있지만은 실제로 남북화해라든가 동포들의 고통을 이산가족의 고통을 풀어 주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 됩니다. 좀 더 대담하게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겁니다.

(대담=정단비 기자, 정리=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