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中企에 '일감도와주기 의혹' 받는 이유는?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中企에 '일감도와주기 의혹' 받는 이유는?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06.0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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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뉴시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이 특정 중소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IT관련 중소기업이 설립과 동시에 현대백화점의 사업을 맡더니 현대산업개발의 사업까지 잇따라 수주하자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중소기업 U사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HDSI의 부장 출신이자 핵심 인물로 알려진 류모 대표가 이끌고 있다.

HDSI는 2002년 7월 시스템 통합 구축 서비스의 개발 및 임대, 판매업과 시스템운영 및 유지보수업 등을 주요영업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시 HDSI 대표이사는 김종순 전 현대정보기술 이사가 맡았으며, 이사는 김태석 현대백화점에이치엔에스사장·경청호 현대백화점 사장, 감사는 김인권 현대백화점 상무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분을 정지선 회장이 70%, 현대쇼핑이 30%를 보유한 가운데, 현대백화점 IT파트를 맡으며 백화점 그룹 계열사 IT아웃소싱도 함께 진행했다. 이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은 당연지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HDSI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2004년 182억원, 2005년도 2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 매출액이 2004년 197억원, 2005년 246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90% 이상이 내부거래인 셈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염려한 현대백화점 측은 2006년 HDSI를 청산하고 그 대금 100억원으로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측은 "정지선 부회장이 HDSI 전체 지분 중 70%를 갖고 있고, 매출 대부분이 그룹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HDSI 운영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류 대표가 설립한 U사와 현대 계열사들의 거래가 이어지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끝나지 않고 있다. 류 대표는 지난 2006년 현대백화점그룹 임원출신 동우회인 현백회 1기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전산용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U사는 지난 2005년 4월 14일 설립됐다. 그리고 설립과 같은 달 현대백화점 MS.Net Portal 구축을 맡았다.

나아가 U사는 2006년 5월 현대산업개발 인천현대 임대관리 시스템 구축, 같은 해 9월 현대아이파크몰 자산관리 시스템 구축, 2007년 4월 현대아이파크몰 백화점 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도 수주했다.

특히 지난 2009년 기준 기업정보에 따르면 U사의 매출 중 현대아이파크몰이 8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정지선 회장은 5촌 간으로 당숙과 조카 사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U사의 주주들과 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특별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에서다.

실제 류 대표 외에 이사 및 주주를 거쳐간 한 A씨는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를 지낸 B씨의 부인과 동일 이름이라 눈길이 가고 있다. B씨가 1943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1949년생인 A씨와 개연성이 있어보인다는 것이다.

더불어 A씨 이후 이사에 이름을 올린 일부 인사들도 현백회 회원명단에서 동명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러한 정황들의 사실여부를 떠나,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이 설립하자마자 대기업의 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특수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현대백화점 측에서는 이 같은 의혹에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