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더미 앉은 前 보바스기념병원 이사장, '헤리티지너싱홈' 보증금은 어디에 썼나
[단독] 빚더미 앉은 前 보바스기념병원 이사장, '헤리티지너싱홈' 보증금은 어디에 썼나
  • 정단비, 오정희, 박동혁 기자
  • 승인 2015.12.0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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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사업 선구자의 '과욕'…"문어발 사업·헤리티지 미분양이 발목 잡아"

의사직을 버리고 부동산 디벨로퍼로 변신하겠다던 박성민 전 보바스기념병원 이사장의 꿈은 꿈으로 끝나는 듯 하다. 현재 각종 송사로 법정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이사장과 관련된 의혹 및 피해 사례들이 봇물이 터지듯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까지 신경과 전문의로 일을 하던 박 전 이사장은 시니어 복합타운을 구성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의료법인 늘푸른의료재단과 부동산시행사 '서우 주식회사'를 설립했지만 현재 서우는 부도가 난 상황이다. 여기에 박 전 이사장은 보바스기념병원은 물론 지난 8월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방만경영으로 내쫓겼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헤리티지너싱홈(위)과 분당 더헤리티지(아래)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대지 약 12만여㎡(3만6000여평)에 2002년 뇌졸중·뇌손상 환자를 위한 개인별 맞춤 재활치료서비스를 선보인 보바스기념병원을 세우고 재단은 관계사이자 서우의 자회사인 서우로이엘을 통해 요양원 '헤리티지너싱홈', '분당 더헤리티지'를 설립한 박 전 이사장은 시니어산업 분야에서 알아주는 선구자였다.

지난 2012년 보바스기념병원이 두바이 재활센터(이하 DRC) 위탁운영 공모에서 최종 선정되면서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에도 앞장섰으며, 지난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도 초대돼 비영리법인의 한계와 자법인 설립의 필요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고급 프리미엄 서비스를 자부하는 '헤리티지너싱홈'과 '분당 더헤리티지'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고 입소 및 입주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건축물을 자랑하는 '분당 더헤리티지'는 '로얄패밀리', '부자의 탄생', '시크릿 가든', '대물', '황금 물고기' 등 각종 인기드라마의 촬영장소로도 이용됐다.

보증금 올리면 '입소비 할인' 회유
환급 능력 없음에도 입소자 받아
퇴소자들 보증금은 사라진 상황

하지만 본지가 지난 10월 박 전 이사장의 회사 '서우'와 관련된 '정자역 엠코헤리츠'의 분양대금 논란에 대한 보도를 하자 그와 관련한 제보가 이어졌다.

그 중 '헤리티지너싱홈(이하 너싱홈)'에 대한 제보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보바스기념병원과 '분당 더헤리티지' 단지 옆에 위치한 너싱홈은 퇴소하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대거 양산된 상황이다.

너싱홈은 일반적인 요양원이 아닌 상류층을 주 고객으로 한 고급 요양원으로 한달 입소비가 약 275만원에 육박하며, 입소 보증금이 수천만원에 달했다. 게다가 박 전 이사장은 경영난을 겪자 입소 희망자들에게 '보증금을 올려 납부하면 월 입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고, 일부 입소자들은 3억원 등 거액의 보증금을 납부한 것으로 드러나 피해액은 겉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A씨는 "(너싱홈 측에서) 입소 상담을 했을 때 보증금에 대한 월 입소비 전환표를 은행 이자를 생각했을 때보다 더 이익이라는 설명을 했다"며 "그런데 알고보니 내가 상담받을 당시에도 직원 월급도 못주고 퇴소한 사람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A씨는 "당시 보증금 입금을 알 수없는 개인 통장 계좌로 하라고 하길래 왜 이곳에 해야 하냐고 항의를 했더니 서우로이엘 계좌를 알려줬다"고 말하며 "알고보니 서울로이엘 계좌는 세금 미납으로 압류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피해자들이 헤리티지너싱홈 입소상담 시 받았던 '보증금에 대한 월 입소비 전환표'

A씨의 어머니는 올해 7월 너싱홈에 입소를 했다. 하지만 너싱홈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성남시 분당구, 용인세무서 등 관공서의 압류는 물론 현재 제1순위 90억원 전세권설정을 해놓은 H 금융사는 지난 5월부터 가압류 신청을 했다.

특히 아직 이런 사태가 알려지지 않아서 이전의 명성을 듣고 입소상담을 받고 있는 입소 희망자들이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박 전 이사장의 이같은 행태는 지난 본지의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엠코헤리츠 분양 피해자들에 따르면 분양가를 할인해준다는 명목으로 현금으로 분양대금을 신탁이 아닌 개인 계좌로 입금할 것을 권한 바 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퇴소한 사람들에게 보증금을 곧 반환해준다는 똑같은 말로 약속을 하고 시간을 끌었다. 돈이 없어서 못준다고 하는데 정말 할 말이 없다"며 "그때만 해도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퇴소자들이 몰랐지만 지난 9월 초 퇴소자 및 입소자의 보호자들이 너싱홈 식당에 모여 처음으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박 전 이사장은 돈을 구해 보증금을 반환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입소자들에게는 기존과 같이 너싱홈을 정상화해 문제없게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보증금 반환은 커녕 입소자들은 똑같은 금액을 내고도 이전의 서비스의 반의 반도 안되는 서비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너싱홈 운영, 생명직결 부분만 유지"
근저당 5순위까지 190억 육박
피해자 변제 쉽지 않을 듯

본지가 지난 7일 사실 확인을 만나기 위해 만난 너싱홈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도 피해자와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 너싱홈은 한마디로 말하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비상대책위 시스템'이다. 서우로이엘의 통장계좌가 다 압류되어 입소비를 개인 계좌로 받고 그 돈을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로 넘기면 거기서 예산을 타서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본인은 지난 9월경) 너싱홈이 이러한 사단이 난 뒤 수습을 하러 왔다"며 "'분당 더헤리티지'가 계획처럼 분양이 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이 시작됐다. 직원들도 미금역·정자역 엠코헤리츠만 잘 분양되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이 어려운 가운데 보증금을 많이 내면 입소금을 깎아준다고 한 것이 '맞다'며 "현재 남아있는 입소자들은 다른 곳에 적응하기 어려워 이런 상황을 감내하고 다시 돌아온 경우도 있고 다들 비슷한 케이스다. 돈을 지급할테니 운영해달라는 요청에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만 유지한 채 최소한의 인력으로 꾸려나가고 있다"고 알렸다.

▲ 피해자가 데일리팝에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관계자는 이 사태를 해결할 길이 '최대한 비용을 많이 받아 너싱홈을 매각하는 것'뿐이라고 대책이 없음을 전했다. 하지만 너싱홈은 상당한 근저당권이 설정돼 후순위인 피해자들은 매각 대금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너싱홈의 근저당권 설정 5순위까지가 192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실질적으로 입소 보증금인한 피해자는 없다. 이에 피해자들은 너싱홈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을 때 낙찰 예상가와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이라는 주장을 하며 채권이 거짓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시공사인 삼성중공업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너싱홈에 지난 2010년 근저당 설정을 한 가운데, 올해 3월 18일에 이르러서야 260억원에 달하는 채무액을 받아가면서 피해자들은 힘있는 대기업을 먼저 챙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하고 있다.

잘 나간다던 실버타운..사실은 '깡통'
병원은 '부채 더미'에 법정관리로

2009년 125㎡ 이상의 390세대로 지어진 '더헤리티지'는 홍보기사들과 달리 현재까지도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었다.

너싱홈 관계자는 "분양가가 10~17억대로 잡고 프리미엄을 내세웠지만 분양이 80%는 됐어야 하는데 그게 안됐다. (박 전 이사장의 회사) 서우가 도산하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지금 너싱홈도 문제지만 '더헤리티지' 전세 입주자도 피해자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분당 더헤리티지'는 지난 1월말부터 3월까지 회사보유 분 일부를 특별분양을 한다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렸다. 당시 '너싱홈에 의사, 간호사, 간병인 등이 건강을 돌보고 있어 헤리티지 입주민 중 뇌졸중·치매 등 장기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너싱홈으로 옮겨 간병 받을 수 있다'는 홍보를 하기도 했으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던 것이다.

이뿐이 아니라 박 전 이사장의 꿈의 시작이었던 국내 최대 재활병원으로 알려진 보바스기념병원은 지난 9월 관할법원에 기업회생 개시 신청을 결정받고,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병원이 실버타운 '더 헤리티지'를 지으면서 자금난을 겪기 시작하면서 늘어난 부채를 감당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병원 측은 박 전 이사장에 대해 '이젠 관계없다'며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너싱홈 관계자는 "법인이 다른 가운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바스 병원이 헤리티지 관련한 보증을 많이 섰다"며 "액수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와는 무관한 사업을 여럿 시도했다가 실패를 많이 했다"며 "문어발 사업으로 손해를 계속 보다보니 병원도 외부 사업에 보증을 서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박 전 이사장은 시니어산업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업종과 무관한 무안기업도시, 김치공장, 쇼핑몰, 태양광에너지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팝=정단비, 오정희, 박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