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1 1인가구영상토크쇼① 1인 가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느슨한 연결'
서울시 2021 1인가구영상토크쇼① 1인 가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느슨한 연결'
  • 이효정
  • 승인 2021.06.0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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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주관한 '2021 1인 가구영상토크쇼'가 5월 27일,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진행됐다. 1인 가구의 삶을 담은 영화·영상 6편을 보여주는 1부, 영상토크쇼로 진행하는 2부로 구성했다. 2020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태어나길 잘했어', 2021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수상작 '실', 2020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속삭임' 등이 스크린에 올랐다.

2부에서는 사회를 맡은 김하나 작가와 우석훈 경제학자, 권김현영 여성학자, 이중식 교수, 최진영 감독 5인이 참여해 '단단한 혼삶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자 김하나 작가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공동 저자로 오랜 기간 1인 가구로 지내온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패널들과 관객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토크쇼를 이끌었다. 토크쇼는 크게 패널들의 1인 가구에 대한 견해, 서울시의 향후 1인 가구 지원 계획, 그리고 질의 응답으로 구성됐다. 

 

1인 가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과의 느슨한 연결'

김하나 작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 패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 본 1인 가구의 현실과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다양한 주제가 나왔지만, 그 중 가장 반복적이고, 중요하게 다룬 주제는 '연결성'이었다. 즉, 1인 가구로서 독립되어 살지만 스스로는 해소할 수 없는 외로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루어졌다. 기존의 1인 가구가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였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고립의 정도가 커져 그 문제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자살률이 최근에 들어 굉장히 높아졌는데 그 안에는 불안한 삶, 타인과의 단절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바로 20대 여성의 자살률 증가라고 분석했다. 이어 "20대 여성의 자살 문제를 다각면으로 바라본다면 어린이, 1인 가구, 사회적 약자 등 모두가 살기 편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석훈 경제학자 (사진 = 서울시 유튜브 캡쳐 화면)
우석훈 경제학자 (사진 = 서울시 유튜브 캡쳐 화면)

1인 가구 관련 프로젝트들을 진행한 '혼자잘살기 연구소'의 이중식 교수는 이와 관련한 몇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신림동 쉐어하우스의 1층에 연구소가 위치해 있기에 1인 가구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 듣고, 프로젝트를 적용해보았다고 한다.

Prehension project(포착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기숙사 형태의 쉐어하우스에서 공용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해당 기술은 쉐어하우스 주민들에게 확장감을 제공한다. 작은 방에서 지내고 있지만 운동이나 빨래 등 행동 계획을 세우거나, 원할 때는 언제든 공용 공간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는 '스마트 스피커 그리드' 프로젝트를 통해 쉐어하우스 주민들 간의 비대면 정보 커뮤니티를 형성했다고 했다. 초기의 목적은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는 지식인과 같은 기능이었지만, 추후에는 단순 질문을 넘어 서로의 경험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1인 가구가 개인의 독립을 원하지만, 여전히 타인과의 관계를 원한다는 시사점을 남겨준다.

그러나 그 관계는 기존의 공동체와 같이 강한 유대감을 기반하지 않는다고 이중식 교수는 설명했다. 이제는 on-demand relationship(요구에 의한 관계)를 지향하며, 가볍고 목적 지향적인 만남을 선호한다고 이야기했다. 나이키 러닝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중식 교수 (사진 = 서울시 유튜브 캡쳐 화면)
이중식 교수 (사진 = 서울시 유튜브 캡쳐 화면)

더불어 이 교수는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접촉의 욕구를 해소바라는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냐'라는 질문에 "입주 당시 입주 희망자의 성향을 보며 독립적인지의 여부를 파악하여 그룹화하고 있으며 설문 당시에 들어나기 힘들고 본인 스스로도 파악하기 힘든 부분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타인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의 연출을 맡은 최진영 감독 역시 영화에 빗대어 1인 가구에게 연결성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했다.

영화 속 '춘희'라는 인물은 외갓집에서 얹어 살다가 자신을 버리고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간 가족들로 인해 약 20년 간 혼자 집을 지키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준 집과 가족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뤄낸다. 결국 이 영화는 진정한 관계 맺기와 접촉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진영 감독은 고든 올포트의 '접촉 이론'을 인용하여 "가족도 마찬가지로 접촉을 통해 가족 간 의 적대적 관계와 편견이 줄어들고 평화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접촉 이론은 인지적 게으름으로 인해 편견과 확증 편향으로 다양한 존재나 정체성을 이야기 못하고 규정하게 되지만, 접촉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1인 가구 빈곤 문제, 최소한의 국가 지원 필요" 목소리 모아
가난 증명·선별적 지원 현행 지적

(사진 = 서울시 유튜브 캡쳐 화면)
(사진 = 서울시 유튜브 캡쳐 화면)

1인 가구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권김현영 교수는 여성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빈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르는 남녀가 집을 계약하기 위해 신혼부부로 위장하여 집을 구하려 다니는 내용의 이동미 감독의 글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이는 남성은 더 깨끗한 집을 얻기 위해 여성은 1인 가구라는 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권김 교수는 여성 1인 가구가 비슷한 정도의 경제 소득을 갖고 있는 남성에 비해 빈곤한 이유는 안전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여러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위험에 노출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거에 비용을 남성보다 많이 지불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여성 1인 가구의 주거 안전과 경제적 지원에 대해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련하여 최진영 감독은 1인 가구, 비혼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그들에게 제대로 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본 소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현행 기본 소득은 보편적이지 않고 선별적으로 장애, 가난 등을 증명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이런 장벽을 허물고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한다면 가구의 형태에 상관 없이 단단하고 외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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