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초과이익 사회 환원 논쟁 이어져…정부 "8월 논의체 출범"
AI 초과이익 사회 환원 논쟁 이어져…정부 "8월 논의체 출범"
  • 김다솜
  • 승인 2026.07.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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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부 주도 토론회 이후로도 한 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특별목적세 신설 등을 통한 사회 환원을 요구하는 반면, 산업계와 학계는 초과이익을 미래 투자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서면서 정부가 예고한 8월 논의체 출범을 앞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반도체 '사상 최대 실적'이 쏘아 올린 배분 논쟁

이번 논의는 AI 투자 확산으로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촉발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에 이어 2분기 잠정 실적에서도 89조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성과 배분과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현금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도 지난 5월 노사 합의를 통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한 주식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규모 성과 배분 논의는 현대자동차, 카카오 등 다른 기업으로도 번지며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고, 반도체 업계 종사자가 밀집한 서울 남부와 경기 남부권에서는 억대 성과급이 부동산 시장까지 자극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용부 "성과 배분" 화두 던졌지만…의제는 확대

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를, 하루 뒤인 15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 영등포구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에서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를 각각 개최했다.

두 부처가 이틀 연속 토론회를 연 것은 AI가 만들어낸 사상 최대 이익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부 주도 공론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논의는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협상이 마무리된 직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는 방안, 이른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당초 토론회 명칭에는 초과이윤과 사회연대임금이라는 표현이 담길 예정이었으나, 관련 논의가 확산되자 고용노동부는 의제를 기업 혁신투자, 원·하청 상생, 미래세대 일자리, 사회안전망 확충 등으로 넓히고 토론회 명칭에서도 해당 표현을 제외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논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애초 문제의식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토론회에서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이 발생한 기업에 대해 성과에 기여한 이해관계자를 폭넓게 고려하는 배분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별도 재원으로 조성하는 특별목적세를 도입해 연구개발 투자, 산업단지 현대화, 청년 채용, 협력업체 노동자 복지 향상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최저임금과 성과급,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최저보수 등을 총괄하는 국가임금위원회 설치도 함께 제시했다.

노동계에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가 참석해 소수 대기업에 집중된 막대한 이익에 걸맞은 조세·재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과세표준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구조를 지적하며 세제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왔다. 초과이익을 협력업체의 적정 이윤 보장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청년 일자리 확대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경영계는 성과급 배분이 기업 고유의 경영 판단 영역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과급을 의무 교섭 대상으로 삼을 경우 경영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학계에서도 대기업 초과이익을 일률적으로 나누는 방식은 투자 위축과 산업별 변동성 등의 한계가 있다며, 대신 원·하청 공동혁신과 협력업체의 AI 도입 지원, 미래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사회연대투자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초과이익'이라는 표현 자체가 논쟁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초과이익보다는 성과공유 대상 이익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산업부는 "재투자가 먼저"…초과이익 개념부터 반박

산업부 토론회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AI 경쟁에서 앞서가려면 지금의 이익을 나누는 것보다 다가올 투자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취지로 개회사를 했다. 노사 관계 역시 몫을 다투는 구도에서 벗어나 함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부 보조금이 아닌 기술 경쟁력과 자체 투자로 이익을 낸 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 보조금을 전제로 한 미국의 업사이드 셰어링 제도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경제학적 의미의 초과이익과 사회통념상 초과이익의 개념이 다르며, 실현이익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어느 수준부터를 초과이익으로 볼 것인지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이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경합성·비배제성이라는 공공재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경쟁이 치열하고 투자 실패 위험도 큰 만큼, 초과이익은 미래 수익을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거두는 이익 규모가 커진 만큼 정부도 이전보다 많은 법인세를 걷을 수 있는 구조라며, 초과이익 자체가 아니라 늘어난 세수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김동욱 고려대 교수는 제조업 중심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현행 노동법제가 AI·반도체 패권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재교육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유연안정성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좌장을 맡은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전날 고용노동부 토론회에서 나온 특별목적세 신설 방안에 대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에는 의문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초과이익 발생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보고 환수하는 제도인 반면,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산업 발전이 목적이라면 특별목적세보다 미국의 반도체 공동연구 컨소시엄 세마테크처럼 기업이 공동 출연하고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8월 논의체 출범 앞두고 부처간 온도차 여전

정부는 두 토론회를 사회적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 다음 달 노사단체와 전문가, 청년·플랫폼 노동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논의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진행 방식은 독일의 '노동 4.0' 논의를 참고해, 정부가 먼저 쟁점을 정리한 녹서를 내놓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정책 방향을 백서로 정리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논의 테이블에는 특별목적세 외에도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 일부를 국민에게 직접 환원하는 국민배당금제, 기금을 조성해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하는 국부펀드 방식도 함께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업 이익 배분 공론화 자체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어, 8월 논의체 출범과 의제 설정 과정에서 부처 간 시각차가 다시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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