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했던 항공유 가격이 고점 대비 30% 넘게 떨어졌지만 항공권 가격은 좀처럼 따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여행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한 데다 한 항공사가 먼저 운임을 낮출 경우 업계 전반의 가격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하면서 글로벌 항공사들이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북서유럽 항공유 벤치마크 가격은 지난 2월 이란 전쟁 이후 t당 190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130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다.
고점과 비교하면 30%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브렌트유도 지난 3월 배럴당 114달러를 웃돌았다가 90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주요 항공사들은 운임을 유지하고 있다. 항공권 가격이 연료비뿐 아니라 여행 수요와 좌석 공급, 인건비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료비 급등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먼저 가격을 낮출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 수요가 버티고 있는 것도 가격 방어에 힘을 싣고 있다. 알래스카항공은 승객들이 지난해보다 10~20%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수요가 급격히 꺾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에어아시아 역시 운임을 약 3분의 1 올린 상황에서 수요 감소 폭은 약 10%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 간 ‘눈치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한 업체의 가격 인하가 경쟁사의 대응을 불러 늦여름 예약시장의 운임 경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항공사들이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부 항공사는 공급을 조절하며 운임 방어에 나서고 있다.
반면 가격 인하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에어아시아는 운임을 전쟁 이전보다 약 5% 높은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에미레이트항공과 카타르항공 등도 승객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제 항공유 가격이 유류할증료에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5월 33단계에서 8월 14단계까지 낮아졌다가 9월 다시 인상되는 등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어, 항공유 현물가격 하락이 곧바로 항공권 가격 인하로 연결되지는 않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