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대폭 상향했다. 지난 2월 제시했던 1.8%보다 1.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반년 만에 전망치를 거의 두 배로 끌어올린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마친 한국 국가신용등급 정기 검토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5%, 2027년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앞서 5월 글로벌 경제 전망 때 2.5%로 한 차례 올렸던 것을 석 달 만에 다시 1.0%포인트 끌어올린 결과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는 3.2%인데, 무디스의 이번 전망치는 이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가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한 데는 반도체 업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이 갖춘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다른 나라 기업이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게 무디스의 판단이다. 이를 근거로 지금의 반도체 호황이 적어도 2027년 중반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지표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올해 1~7월 한국의 상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었다. 관세청 집계로는 7월 1~20일 수출이 54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3% 증가했고, 이 중 반도체 수출은 221억달러로 7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48.7%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 역시 전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며 지표상 성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 정책도 평가에 반영됐다. 무디스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축으로 한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새 성장동력을 만들면서 동시에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봤다. 관련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의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일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내놨다.
성장률 전망이 오르면서 재정 여건에 대한 평가도 함께 좋아졌다.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히는 가운데 성장률 전망까지 상향되면서, 올해 한국 정부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당초 목표치보다 0.1%포인트 낮은 3.8% 선에 그칠 것이라는 게 무디스의 계산이다.
다만 반도체 호황만으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왔다. 무디스는 고령화로 인한 의무지출 증가, 국방·안보 관련 지출, 수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투자 부담이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더불어 현재 'Aa2'인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해서는 정책 효과성과 경제적 강점을 지지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정부부채 증가와 고령화를 장기적인 위험 요인으로 함께 지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