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자본주의 폭력성을 드러내다
[북리뷰]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자본주의 폭력성을 드러내다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5.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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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 문예중앙

등단 39년째 되는 해에 39번째 장편 소설을 펴낸 박범신의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는 자본주의 이면의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작가 박범신은 그로테스크하고 환상적인 소재를 이용하면서도 전반적인 스토리를 현실적으로 구성해 실제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법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소설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노숙자로 떠돌던 주인공이 우연히 원룸빌딩 관리자로 일하게 되면서 알게 된 이사장의 폭력적이면서도 거대한 실체에 대해 그려나간다. 

동시에 주인공 역시 심신의 변화를 겪게 되고, 꿈에 그리던 첫사랑과 해후하지만 그 사랑과 그리움마저도 폭력적인 슬픔으로 승화시킨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에서는 힘 없고 가난한 주인공이 자신에게 내재된 폭력성을 발견하고, 교묘하게 위장한 채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가진 자'들의 행태를 주시하는 모습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나간다.

특히 소설의 도입부에서 말하는 '살인의 기록'이라는 부분은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독자가 곧 화자가 되는 느낌을 받아 어느 순간 오싹함을 느끼게 된다.

전반적인 내용에서 폭력과 살인은 빈번하게 등장하고 주인공의 성격 또한 종잡을 수 없어 동정을 보내다가도 곧 거부감을 갖게 된다.

결국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에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의 폭력성이 인간의 본성인지 혹은 경험으로 인해 사회화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게 되지만 뚜렷한 답은 알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연한 무시, 외면, 폭력 등에 대해 어느덧 무감각해져 버린 현대인들에게 박범신은 날카로운 문장과 구성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돈이 우선인 사람들, 잔인함을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타인의 감정을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연한 현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487쪽 | 1만3000원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