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1인가구 지원을 기존 취약·위기가족 지원체계 안의 사업에서 보편적인 가족서비스로 확대한다. 관계망 형성에 집중했던 프로그램도 돌봄과 주거, 안전, 소비 등 일상생활 전반으로 넓힌다.
다만 이를 위해 편성된 '모두의 가족' 사업비 287억원 가운데 실제 1인가구 지원에 얼마가 투입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성평등가족부는 최근 '취약·위기가족지원' 사업을 '모두의 가족'으로 확대·개편한다고 밝혔다. 2027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사업비는 287억원으로 올해 250억원보다 37억원, 14.8% 늘었다.
사업은 크게 1인가구 생활역량 지원, 가족관계교육, 위기·특수상황 가족에 대한 사례관리와 맞춤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기존 가족센터에도 1인가구 프로그램과 가족교육 등 일반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은 있었다. 달라지는 것은 '취약·위기가족지원'이라는 사업 틀 자체다.
성평등가족부는 기존에 특정 취약가족 형태를 중심으로 제공하던 맞춤지원을 앞으로는 가족 형태가 아니라 위기상황을 기준으로 확대하고, 1인가구 지원과 가족관계교육은 보다 보편적인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1인가구 지원, 관계망 넘어 5개 생활영역으로
1인가구 지원의 범위도 넓어진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기존 가족센터의 1인가구 사업은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 비중이 컸다. 내년부터는 이를 돌봄·주거·안전·관계·소비 등 다섯 개 생활영역으로 구분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부는 이에 앞서 올해부터 1인가구 지원 프로그램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3월 연령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1인가구 역량강화 서비스 모델'을 상반기에 개발하고 하반기부터 가족센터에 시범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1인가구에는 재무 기초교육과 정리수납·청소·주거관리 교육 등을 제공하고, 중장년층에는 심리상담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 요리 등 일상생활 교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노년층에는 건강관리와 영양교육, 키오스크·스마트기기 실습 등이 포함됐다.
안전·건강 영역에서는 현관문 안전장치와 스마트 초인종 등 안심장비 지원, 집수리 교육, 부동산 안심동행, 병원안심동행 등을 제시했다. 실제 지역 사업 사례로는 대구 중구의 청년 1인가구 기본생활·안전교육, 경기 안산시 병원안심동행, 전남 목포시 부동산 안심동행 등이 소개됐다.
가족센터 186곳에서 연 9만명 참여…1인가구는 824만가구
가족센터의 1인가구 지원 규모는 전체 1인가구 수와 비교하면 아직 제한적이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86개 가족센터에서 운영한 1인가구 프로그램에 연간 약 9만명이 참여했다. 이 수치는 동일인이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우를 포함한 중복 인원 기준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1인가구는 824만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6%를 차지한다. 전년보다 19만9000가구, 2.5% 증가했다.
9만명을 단순히 824만가구와 비교하면 약 1.1% 규모다. 그러나 9만명은 중복 참여를 포함한 연인원인 데다 '가구'와 '참여 인원'이라는 단위도 다르기 때문에 실제 1인가구 가운데 몇 %가 가족센터 서비스를 이용했는지를 뜻하지는 않는다.
올해 취약·위기가족 통합지원 사업의 운영 기관은 233개소다. 2026년 정부 예산안 편성 당시 227개소에서 233개소로 확대됐다.
1인가구 프로그램은 지역 가족센터를 방문하거나 가족센터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고 대표전화 1577-9337을 통해서도 안내받을 수 있다.
287억 가운데 1인가구 몫은 공개 안 돼
지원 범위는 넓어지지만 예산의 세부 배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성평등가족부가 9월 14일 공개한 자료에는 '모두의 가족' 전체 사업비 287억원만 제시됐다. 이 예산을 1인가구 지원과 가족관계교육, 위기·특수상황 가족 사례관리 등에 투입한다고 설명했지만 각 사업에 얼마씩 배정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1인가구 프로그램을 내년 몇 개 가족센터에서 운영할지, 몇 명을 지원할지에 대한 목표치도 보도자료에는 제시되지 않았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가족센터 등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 사업내용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개된 2027년도 예산안 자료에서도 '모두의 가족' 사업은 287억원으로 제시돼 있지만 1인가구 지원만 따로 분리한 예산 규모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올해 250억원에서 늘어난 37억원이 모두 1인가구 지원 확대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기존 사례관리 사업을 포함해 가족관계교육과 1인가구 지원 등 개편된 전체 사업에 투입되는 증가분이다.
가족관계교육도 확대…예비부부·부모부터 개발
'모두의 가족'의 또 다른 축은 가족관계교육이다.
정부는 가족 내 갈등을 예방하고 가족 구성원의 관계·소통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가족센터 대면교육뿐 아니라 기업·학교·기관·단체 등을 찾아가는 교육과 캠프형 다회기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우선 예비부부·예비부모와 경계선·고위기청소년 등이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가족 특성별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한다. 이후 한부모·조손가족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위기 가족 지원도 가족 형태보다 상황을 기준으로 넓힌다. 기존 취약가족뿐 아니라 사회적 재난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가족, 돌봄청년 가족, 고위기청소년이 있는 가족 등도 사례관리와 맞춤형 지원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1인가구 42.6% "균형 잡힌 식사 어렵다"
정부가 1인가구 지원을 관계망 중심에서 생활영역으로 넓히는 배경에는 1인가구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있다.
성평등가족부의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서 1인가구가 가장 많이 꼽은 어려움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렵다'로 42.6%였다.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 대처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37.6%로 2020년 30.9%보다 높아졌다.
'문제나 걱정거리를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24.6%로 나타났다. 2020년보다 9.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내년 '모두의 가족'에서 제시한 돌봄·주거·안전·관계·소비 가운데 돌봄과 안전, 관계 영역은 이런 1인가구의 생활상 어려움과 맞닿아 있다.
287억은 아직 '예산안'…국회 심의 남아
'모두의 가족' 287억원은 아직 확정 예산이 아니다.
2027년도 성평등가족부 정부 예산안은 총 2조1191억원으로 올해 확정예산 2조87억원보다 1104억원, 5.5% 증가했다. '모두의 가족' 287억원은 전체 부처 예산안의 약 1.4% 규모다.
정부 예산안은 지난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됐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업별 예산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변화는 분명하다. 1인가구 지원을 취약·위기가족 지원사업의 한 부분으로 두는 데서 나아가 가족 형태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가족서비스로 확대하고, 관계망 형성 중심이던 프로그램을 일상생활 전반으로 넓힌다는 것이다.
다만 정책의 실제 규모를 판단할 핵심 숫자인 287억원 가운데 1인가구에 얼마를 배정할지, 몇 개 가족센터에서 몇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