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계좌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를 때 화면에 뜨는 '투자한도 100%'를 안전한 상품이라는 표시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새해부터는 퇴직연금 매매 화면과 가입자가 받는 보고서에 상품별 위험등급이 함께 표시된다.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사업자의 ETF 위험 안내 실태를 점검한 결과와 함께 이런 내용의 개선 방안을 내놨다. 직장에 들어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 가입했거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연 청년이라면 적립금을 어디에 넣을지 스스로 정해야 하는 만큼 직접 챙겨 볼 내용이다.
실적배당형 절반이 ETF…2023년 말 9조원에서 99.8조원으로
금감원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58.3조원으로, 원리금보장형에 360.3조원, 실적배당형에 198.0조원이 들어 있었다. 원리금보장형은 360조원 안팎을 오르내리며 2023년 말보다 8.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실적배당형은 148.9조원 불어나 303.3% 증가했다.
실적배당형 성장을 이끈 건 ETF였다. ETF에 들어간 퇴직연금은 2023년 말 9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99.8조원으로 10배 넘게 늘어 실적배당형 전체의 50.4%를 차지했다. 실적배당형 증가분 가운데 61.0%가 ETF 몫으로 집계됐다.
'100%까지 투자 가능'은 한도 규정일 뿐
퇴직연금은 상품을 원리금보장형과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실적배당형으로 나누고, 실적배당형은 다시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과 '위험상품'으로 구분한다.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과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은 적립금의 100%까지, 위험상품은 70%까지만 담을 수 있다. 주식 편입 한도가 50% 미만인 ETF나 적격 TDF, 디폴트옵션 등이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 한도 숫자만 보여주는 화면이다. 금감원이 사업자들의 앱과 홈페이지 매매 화면을 살펴보니, 상품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빼고 담을 수 있는 한도 숫자만 보여주는 곳이 있었다.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도 예금과 똑같이 '투자한도 100%'로만 나오다 보니 가입자가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금감원은 "법령상 투자 한도에 제한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원금 보장이나 확정 수익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ETF의 위험등급은 '매우 높은 위험'인 1등급부터 '매우 낮은 위험'인 6등급까지 퍼져 있다. 투자위험을 낮춘 ETF는 처음 설정될 때 4등급 이하로 분류되지만 3년이 지나면 실제 수익률 변동에 따라 더 높은 등급으로 바뀔 수 있다.
일례로 한 국고채30년액티브 ETF는 5등급에서 3등급으로 재분류돼 위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감사원도 올해 금융당국 감사에서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을 안전자산처럼 안내하는 관행을 문제 삼았다.
새해부터 매매 화면·보고서에 위험등급 표시
개선 방안은 상품을 살 때와 들고 있을 때로 나뉜다. 매매 화면에는 투자한도와 위험등급이 나란히 표시되고, 매매 가능 상품을 찾는 검색 화면에도 위험등급이 들어간다. 퇴직연금사업자가 가입자에게 투자 가능한 상품 정보를 담아 제공하는 상품제안서에도 위험등급 항목이 추가된다.
보유 단계에서는 사업자가 가입자 개인에게 보내는 '적립금운용현황보고서'의 보유 상품 목록에 위험등급 칸이 새로 생긴다. 두 가지 모두 새해 첫 달 시행이 원칙이며, 일부 사업자는 내부 전산 개발 일정 때문에 2027년 상반기 중 적용한다.
가입자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금감원은 상품제안서를 함께 볼 것을 권했는데, 원리금보장형은 금리가 높은 순서로, 실적배당형은 사업자가 우수하다고 판단한 순서로 늘어서 있어 위험등급을 따로 따져봐야 한다.
상품제안서는 보통 사업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보유 상품의 위험등급을 금액 비율로 가중 평균해 계좌 전체 등급을 구한 뒤, 목표로 삼은 등급과 차이가 나면 상품 비율을 조정하라는 것이 금감원 조언이다. 예컨대 목표는 4등급인데 계좌 전체가 3.5등급으로 나오면 4등급 이하 상품을 늘리는 식이다.
ETF 자체를 고를 때 확인할 항목도 제시됐다. 분배율이 높아도 기준가(NAV)가 크게 떨어지면 손실이 날 수 있고, 실제 비용은 합성총보수(TER)까지 따져야 알 수 있다. 추적오차와 괴리율, 자산구성내역(PDF)은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합성총보수는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