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협 통항권 제한 범위 쟁점…"문제 선박 장금상선 실소유 아냐, 한국인 선원도 없어"
이란이 국내 해운사 장금상선(영문명 시노코·SINOKOR) 관련 선박 전체에 법적 조치를 예고하면서 국제법상 제재 권한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의 영해에 걸쳐 있지만 국제 해상교통로인 만큼, 이란이 자체 규정을 근거로 특정 선사의 선단 전체에 제재를 가할 권한이 있는지가 쟁점이다.
특히 이란은 통항 규정 위반을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위반 행위와 법적 근거, 제재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해운업계는 이란이 문제 삼은 선박이 장금상선의 실소유 선박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위반 내용도 밝히지 않고 선단 전체 제재 예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장금상선 관련 선박들이 최근 3개월간 가장 많은 통항 규정을 위반했다며 오는 11월 1일부터 선단 전체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PGSA는 최소 7척에 이미 집행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어떤 규정을 위반했고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영국 해운매체 시트레이드 마리타임은 이란이 특정 선사의 선단 전체를 대상으로 경고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개별 선박의 위반 행위를 특정하지 않은 채 관련 선단 전체로 제재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설령 일부 선박의 규정 위반이 사실이더라도 다른 선박에까지 책임을 물으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현재 이란 측 설명만으로는 이러한 조치가 정당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국제해협이 이란의 전유물인가…선단 제재 권한은 별개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국제 해상교통로다. 이란이 자국 영해에 대한 주권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외국 선박의 국제해협 통항을 마음대로 제한할 권한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38조는 국제 해협을 계속적이고 신속하게 통과할 권리인 '통과통항권'을 규정한다. 제42조와 제44조는 연안국의 항행 안전 관리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외국 선박을 차별하거나 통항을 방해·정지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지난 7월 국제 해협의 통과통항권을 방해하거나 정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란은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고 통과통항권의 국제관습법상 지위에도 이견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이견이 특정 선사와 관련된 선단 전체를 제재할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해협의 관리권과 선단 전체에 제재를 가할 권한은 다르다. 이란이 밝혀야 할 것은 자체 규정의 존재가 아니라, 어떤 법적 근거로 개별 선박을 넘어 선단 전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해운협회 "실소유 선박 아냐"…제재 대상부터 논란
이란의 제재 대상 선박과 장금상선의 관계도 불분명하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28일 장금상선 측에 확인한 결과, 문제가 된 선박은 장금상선의 실소유 선박이 아니며 해외 석유회사에 재용선돼 운항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인 선원도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업에서는 법적 선주와 용선자, 실제 운항 주체가 다를 수 있다. 특정 선사와 관련된 선박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회사에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
외신들이 이번 경고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장금상선 계열의 원유 수송 규모가 있다.
블룸버그가 선박추적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시노코 소유로 분류된 유조선들은 지난 9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 1억560만배럴을 수송했다. 같은 기간 해협 전체 수송량 2억8630만배럴의 약 37%다.
PGSA가 화주와 보험업체까지 경고 대상으로 명시한 만큼 실제 제재가 이뤄질 경우 원유 운송 계약과 보험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개별 선박의 위반 내용과 제재 근거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장금상선 관련 선단 전체에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국제해협의 일부가 자국 영해라는 이유만으로 선단 전체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 이란이 먼저 그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