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주택 악용, '유령 호실'로 전세대출까지…27억 사기 일당 11명 검거
다가구주택 악용, '유령 호실'로 전세대출까지…27억 사기 일당 11명 검거
  • 차미경
  • 승인 2026.11.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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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계약서로 3억6800만원 대출…2명 구속
세입자 17명 보증금 22억9000만원 편취 혐의

다가구주택의 등기상 허점을 이용해 존재하지 않는 호실을 만들어 전세대출을 받고, 실제 세입자들의 보증금까지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금융기관과 임차인이 주택의 실제 권리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조직적인 전세사기 범행으로 조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2일 사기 등 혐의로 총책 A씨를 비롯한 일당 11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A씨와 건물관리인 B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3월부터 7월까지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다가구주택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호실 3개를 만들어 허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몄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전직 중개보조원 3명을 가짜 임차인으로 내세웠다.

이후 허위 계약서를 이용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은 뒤 금융기관에서 전세대출금 3억6800만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는 다가구주택의 특성이 악용됐다. 다세대주택은 호실별로 소유권이 구분되지만,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에 하나의 등기가 설정돼 개별 호실이 표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민센터와 금융기관이 서류만으로 실제 호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 임차인들을 상대로도 사기를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건물관리인 B씨, 임대인 C씨와 함께 은행 대출과 기존 임차보증금을 승계하는 무자본·갭투자 방식으로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

이후 2021년 7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임차인 17명에게 선순위 보증금 등 부동산 권리관계를 허위로 알리고 임대차보증금 22억9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허위 대출금을 포함한 전체 피해액은 26억5800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전세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임대인과 건물관리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행 정황을 파악했다.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범행을 지시하고 범죄수익을 챙긴 총책 A씨도 구속했다. 현재 추가 공범과 범행 가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다가구주택 계약 시 등기부상 근저당권뿐 아니라 건물 가액과 선순위 임차보증금 총액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계약 후에는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열람해 실제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등기·확정일자·전입세대·세금 체납 정보 등을 연계하는 통합 위험진단 체계 구축을 발표했다.

공인중개사의 권리관계 확인·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가구주택의 복잡한 권리관계를 계약 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