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특화점포 확충·증권 협업으로 종합자산관리 경쟁력 강화
우리은행이 퇴직연금과 고액자산가 자산관리를 양대 축으로 개인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퇴직연금에서는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고액자산가 시장에서는 전문 상담 조직과 은행·증권 협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우리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4조2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2조3150억원(7.3%) 늘었다. 은행·증권·보험사를 포함한 퇴직연금사업자 적립금 순위도 1분기 7위에서 2분기 6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퇴직연금 34조원 돌파…개인 운용형 상품이 성장 주도
우리은행 퇴직연금 사업에서 주목할 변화는 적립금 구성이다.
올해 2분기 말 DC형 적립금은 8조995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765억원(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IRP 적립금은 13조5298억원으로 1조4634억원(12.1%) 늘었다.
두 유형의 적립금 증가액은 총 2조2399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96.8%를 차지했다. 반면 기업이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 적립금은 11조501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51억원(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DC형과 IRP는 가입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운용 성과를 관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이 퇴직급여 지급 책임을 지는 DB형과 달리 개인의 투자 판단과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다.
우리은행의 2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DC형과 IRP를 합친 금액은 22조5253억원으로 전체의 약 66.2%에 달했다. 개인이 운용에 관여하는 퇴직연금이 은행 자산관리 사업의 중심 영역으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DC형 1년 수익률 18.4%…적립금 상위 10개 사업자 중 1위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
우리은행이 지난 10월 22일 발표한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원리금비보장형의 최근 1년 수익률은 DC형 18.4%, IRP 18.3%를 기록했다.
은행·증권·보험업권의 적립금 상위 10개 사업자 가운데 DC형은 1위, IRP는 3위에 올랐다. 두 유형 모두 전분기보다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본부와 영업점이 연계해 가입자의 운용 현황을 관리하고, 투자 성향과 은퇴 시점에 따라 국내외 자산을 활용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퇴직연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선호하는 고객을 위한 상품 구성도 확대했다.
지난 8월에는 은행·증권업권 최초로 안정형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 이율보증형보험(GIC)을 편입하는 변경안에 대해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았다. 적용 대상은 약 4조원 규모의 안정형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미리 지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GIC는 일정 기간 약정된 이율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으로, 우리은행은 정기예금 중심의 기존 상품 구성을 다양화해 안정형 가입자의 선택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고액자산가 시장 공략…투체어스 특화채널 확대
퇴직연금이 일반 고객의 장기 자산관리 시장을 넓히는 사업이라면, 고액자산가 시장에서는 전문 상담을 기반으로 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5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고액자산가 특화 자산관리 채널인 'TWO CHAIRS W 잠실'을 개점했다.
해당 점포에서는 투자상품과 포트폴리오 관리 외에도 세무, 부동산, 신탁, 가업승계 등 분야별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잠실에 이어 반포 등 주요 자산가 밀집 지역으로 특화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액자산가 시장은 금융상품 판매뿐 아니라 자산의 보전과 이전, 세금 관리, 가족과 기업의 자산구조 설계 등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는 분야다. 특히 기업을 운영하는 고객은 개인 자산관리와 법인 자금 운용, 가업승계 등이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은행이 투체어스 특화채널에서 세무와 부동산, 신탁, 가업승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은행·증권 협업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다변화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이 증권과 보험 계열사를 갖추면서 자산관리 사업의 확장 가능성도 커졌다.
우리금융은 2024년 증권업에 재진출한 이후 은행과 증권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그룹의 기업투자금융(IB) 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계열사 간 협업 성과가 수익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자산관리에서 은행과 증권의 협업이 갖는 장점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투자 방식이 다양해진다는 데 있다.
예금 중심으로 자산을 보유한 고객이 투자상품이나 연금 운용을 확대하려 할 때 은행과 증권의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고, 고액자산가에게는 투자와 신탁 등 복합적인 금융 수요에 대응할 여지가 커진다.
우리은행은 기존 영업점과 자산관리 특화채널을 통해 확보한 고객 기반을 활용할 수 있고, 우리투자증권은 은행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기회를 얻는다.
한편 자산관리는 은행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전통적인 은행 영업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반면 퇴직연금과 투자상품, 신탁 등 자산관리 사업은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은행이 축적해 온 기업금융 고객 기반도 자산관리 사업 확대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기업과의 거래에서 형성된 금융 네트워크를 기업 경영자의 개인 자산관리와 임직원 퇴직연금 등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사업은 퇴직연금의 양적 성장과 전문 서비스 확대가 함께 진행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은행의 고객 기반에 증권과 보험의 금융 기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종합자산관리 사업의 성장 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