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회사 안 징계만으로는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경우에 정부가 직접 제재할 수 있게 됐다. 위반을 되풀이하면 과태료를 최대 1000만원까지 물린다.
고용노동부는 정부가 11월 3일 국무회의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과 고령자고용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은 11월 27일, 고령자고용법 시행령은 2027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대표·사장 친족이 가해자여도 과태료
지금까지 직장 내 성희롱 행위에 대한 과태료는 사업주에게만 부과할 수 있었다. 법인 대표자나 상급자, 동료 근로자가 가해자인 경우는 회사 징계에 맡겨졌는데, 법인 대표자 본인이나 사업주 가족이 가해자라면 조사도 징계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에 지난 5월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되면서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넓어졌고, 이번 시행령에서는 그 대상과 금액을 정했다.
새롭게 과태료 대상이 되는 친족은 사업주나 법인 대표자의 배우자와 4촌 이내 혈족·인척 가운데 같은 사업장에서 상급자나 근로자로 일하는 사람이다. 금액은 사업주·법인 대표자가 가해자면 300만원, 친족인 상급자·근로자가 가해자면 200만원으로 정해졌다.
같은 사람을 여러 번 괴롭히거나 2명 이상을 상대로 성희롱을 저질렀다면 누가 했든 500만원이 부과되고, 최근 3년 이내 성희롱으로 과태료를 받은 뒤 다시 위반하면 1000만원이 매겨진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정으로 회사 내부 징계로는 다루기 힘들었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제재가 실효성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입거나 목격한 근로자는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의 '직장 내 성희롱 익명신고' 창구를 이용할 수 있다.
신고자의 개인정보와 신고 내용은 공개되지 않으며, 성희롱과 관련한 부당한 인사 조치를 구제받으려면 이름과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적어 신고사건으로 접수해야 한다.
육아기 단축근무, 허용해도 14일 안에 알려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절차도 바뀐다. 이 제도는 만 12세 이하이거나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인 자녀를 키우는 근로자가 일주일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줄여 일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단축을 시작할 날짜와 출퇴근 시각 등을 적어 회사에 신청하면 된다.
그동안 사업주는 단축을 거부할 때만 이유를 서면으로 알리면 됐고, 받아들일 때는 따로 통지할 의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신청한 근로자가 언제부터 단축근무를 하게 되는지 몰라 아이 돌봄 계획을 세우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단축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사업주가 신청을 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서면이나 전자적 방식으로 허용 사실을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재취업 지원 의무, 500인·300인 기업으로 넓어져
한편 고령자고용법 시행령 개정으로는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로 제공해야 하는 회사가 늘어난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회사가 50세 이상 근로자 가운데 본인 뜻과 달리 회사를 떠나게 될 사람에게 진로설계와 취업알선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지금은 1000인 이상 사업주만 대상이지만, 2027년 7월 1일부터 500인 이상, 2029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주로 차례로 확대된다.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도 넓어진다. 회사가 서비스를 직접 마련하지 않더라도, 직업훈련 같은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조정 등 편의를 주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통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도 이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