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럽으로 브랜드별 유통망 확대…시장과 제품군 다변화로 경쟁력 강화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성장 방식을 바꾸고 있다. 특정 브랜드의 흥행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브랜드가 서로 다른 시장에서 성장을 이끄는 구조를 구축하면서다. 북미에서는 기존 주력 브랜드인 라네즈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에스트라와 이니스프리, 설화수 등이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다양한 브랜드가 단순한 제품군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3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라네즈 매출은 약 10%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지만 다른 브랜드들이 이를 보완했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라네즈의 매출 감소에도 이니스프리와 에스트라, 설화수의 성장으로 북미 사업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북미 사업에서 에스트라·이니스프리·설화수의 합산 매출 비중은 전년 20%에서 25%로 확대됐다.
주력 브랜드의 성과에 따라 전체 사업 실적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위험을 다른 브랜드의 성장으로 분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브랜드별 성장 경로도 달라지고 있다. 설화수는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에스트라는 피부 장벽 관리 제품을 중심으로 더마뷰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그린티와 선케어 제품 등을 앞세워 소비자층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특히 에스트라는 국내에서 축적한 제품 경쟁력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세포라와 아마존 등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가 확대된 결과다.
일본에서도 에스트라와 코스알엑스의 매출이 각각 100% 이상 증가했다. 코스알엑스는 현지 약 2900개 매장에 신규 입점하며 오프라인 유통 기반을 확대했다.
유럽 시장 진출도 구체화되고 있다. 에스트라는 영국 부츠(Boots)와 북유럽 마타스(Matas)에 새롭게 입점했고, 코스알엑스는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3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역마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배치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북미에서 성장한 브랜드를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일본과 유럽 등에서는 현지 소비자와 유통 환경에 맞춰 시장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제품군 역시 스킨케어 중심에서 더마뷰티와 헤어케어로 확대되고 있다. 일리윤은 3분기 전체 매출이 60% 이상 증가했고,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배로 늘었다. 미쟝센과 려, 라보에이치 등을 포함한 헤어케어 부문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브랜드와 제품군이 다양해지는 것은 신규 소비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특정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사업 구조 변화는 국내 수익성 개선과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국내 영업이익은 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국내 영업이익률은 약 13.6%로 2.9%p 상승했다.
기존 사업에서 이익 창출력을 높이는 한편 해외에서는 성장 브랜드를 육성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35년 매출 15조원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글로벌 멀티브랜드 체제와 더마뷰티·헤어케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신규 시장에 진입한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지다. 유통망 확대가 반복 구매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여러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의 사업 구조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