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회계처리 위반 과징금 204억원 의결…경영 투명성 강조하는 영풍·MBK의 대응도 검증 대상
고려아연과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가 최윤범 회장에게 개인적인 이해상충 의혹을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영풍·MBK 역시 경영 책임을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MBK가 투자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와 김병주 회장의 국정감사 불출석, 영풍 장형진 고문의 환경오염 의혹 재수사,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금융당국 제재 등이 대표적이다.
영풍·MBK는 이들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경영진의 책임 범위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고려아연 경영진을 향해 엄격한 검증을 요구하는 만큼 자신들에게 제기된 문제에도 어떤 설명을 내놓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윤범 개인 의혹 제기한 영풍·MBK…회사 차원 해명은 불충분
영풍·MBK는 지난 11월 3일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의 회사 자금 사적 유용 및 이해상충 의혹에 대해 당사자가 직접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풍·MBK에 따르면 최 회장과 일가가 먼저 투자한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 4곳에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총 790억원을 후속 투자했다.
또 최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관련 회사에 고려아연 자금이 투입됐다가 펀드 투자금으로 상환된 거래도 문제 삼았다. 영풍·MBK가 제시한 해당 거래 규모는 총 363억5000만원이다.
고려아연은 서로 다른 거래를 자의적으로 연결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펀드의 투자 대상 선정과 자금 집행은 운용사의 판단 영역이며, 최 회장의 지분 평가가치 상승을 실제 수익 실현과 동일시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영풍·MBK는 고려아연 명의의 해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최 회장 개인의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에 MBK 김병주 회장 올해 국감 두 차례 불출석
MBK가 직면한 대표적인 현안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회생 신청 직전 채권 발행 과정과 투자자 피해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됐다.
검찰은 올해 1월 김병주 MBK 회장 등 경영진 4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기각했다. MBK 역시 혐의를 부인하면서 기업회생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와 별개로 김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문제도 불거졌다.
김 회장은 지난 10월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불출석 사유서에서 김 회장은 자신의 주된 업무가 투자금 모집과 투자자 관리이며, 개별 투자기업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증언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제시했다.
이후 10월 23일 종합감사에도 불출석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입점 상인 피해 등에 관한 질의에 충분히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여야 의원들은 김 회장의 거듭된 불출석을 비판하며 동행명령장 발부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회장이 홈플러스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설명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출석해 관련 질의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 두 차례 국감에서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특히 국회에서는 김 회장이 과거 홈플러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약 5년 7개월간 재직했던 이력도 거론되며 실제 경영 관여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과거 이사 재직만으로 기업회생 당시의 경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MBK 최고 책임자의 역할과 투자기업 경영에 대한 영향력은 홈플러스 사태를 평가할 때 확인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다.
영풍 장형진 고문도 재수사 대상…석포제련소 경영 관여 여부 쟁점
영풍에서는 장형진 고문의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관련 책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지난 11월 2일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중금속 오염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며 장 고문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은 지난해 8월 장 고문을 환경범죄단속법과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장 고문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제련소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송치(각하) 처분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8월 11일 재수사를 결정했고, 사건은 광역수사단으로 이관됐다.
이번 수사의 쟁점은 장 고문이 2015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제련소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영풍은 장 고문이 오래전 경영에서 물러났고 석포제련소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서 석포제련소 인근 수질측정망의 주요 중금속 농도가 정량한계 미만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관련 형사사건에서 영풍 전·현직 임직원 7명의 무죄가 확정된 사실도 있다.
이에 대해 고발인들은 장 고문의 실질적인 경영 관여 여부를 다시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풍이 제시한 전문경영인 체제와 장 고문의 실제 역할이 일치했는지가 향후 수사의 주요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영풍 회계처리 위반 과징금 204억원…금융당국은 정화비용 과소계상 지적
영풍의 회계처리 문제는 수사 단계의 의혹과 달리 금융당국의 제재가 의결된 사안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5일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영풍 법인에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 대표이사 등 4명에게도 총 15억115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금융당국은 영풍이 석포제련소 주변 오염 토양과 지하수 정화에 필요한 비용을 재무제표에 적절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2021~2022년에는 관련 법적 정화의무에 따른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았고, 2023~2024년에는 법규상 허용되지 않은 정화방식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해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했다고 지적했다.
또 제련소 조업정지와 관련한 유형자산 손상평가에서도 손상차손을 축소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회계처리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지출해야 할 정화비용을 충분히 부채로 반영하지 않으면 실제 부담에 비해 재무상태가 양호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풍은 회계기준 적용과 정화비용 추정에 관한 금융당국의 판단에 불복해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회사의 법적 대응과 별개로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의결은 확인된 사실이다.
같은 날 고려아연에도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84억281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고려아연 역시 금융상품과 관계기업 투자자산 등의 평가손실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은 문제가 지적됐다.
양사 모두 회계 관련 제재를 받은 상황이지만 위반 사항의 내용과 규모는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환경정화 의무와 관련 비용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는 점에서 환경관리와 회계 투명성 문제가 맞물려 있다.
경영 투명성 강조하는 영풍·MBK…자신들의 설명은 충분했나
영풍과 MBK는 2024년 9월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이후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공동으로 추진해 왔다.
두 회사는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로서 경영진의 자금 운용과 의사결정을 감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경영권 확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라는 점도 분명하다.
최 회장에게 제기된 투자 관련 의혹은 실제 거래 자료와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규명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과정에서 MBK 경영진의 역할, 석포제련소 운영에 대한 장 고문의 관여 여부, 영풍의 회계처리 위반 문제도 각각의 근거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영풍·MBK가 고려아연 경영진을 향해 제기한 질문은 결국 자신들에게도 돌아온다. 상대방의 경영 투명성을 문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직면한 의혹과 제재에 대해 어떤 근거와 행동으로 답하고 있는지도 평가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