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talk] 대통령은 "하락", 통계는 "90주 상승"…서울 집값 진단 놓고 정치권 충돌
[이슈talk] 대통령은 "하락", 통계는 "90주 상승"…서울 집값 진단 놓고 정치권 충돌
  • 김다솜
  • 승인 2026.11.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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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역대 최장인 90주 연속 상승 기록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주요 지역의 실거래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집값 진단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매물 증가와 거래 감소, 강남권 가격 하락을 시장 안정의 징후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공식 통계상 서울 대부분 지역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 진단과 시장 체감 사이의 간극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전망을 두고 폭락을 걱정하는 쪽도 생겨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급속도로 늘고 거래량은 매우 빠르게 줄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주요 지역들의 실제 거래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것도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데"라며 "물론 아닌 지역도 또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 가격이 상승해야 이익을 보는 쪽은 자료 중 일부만 가지고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측면이 보인다"며 정확한 데이터를 국민이 직접 접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민과 나라를 위해 부동산 불패신화는 이제 깨질 때가 됐고, 또 반드시 깨야 한다"고 밝혔다.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경우 정부가 공적 임대주택 용도로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방안을 포함해 대비책을 이미 강구하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 정부 들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주택담보대출을 관리해 온 만큼 집값 변동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도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을 2022년부터 시작된 지방정부의 주택 인허가 급감에서 찾았다. 이 정부 들어 인허가가 정상화되면서 2028년 전후부터 공급절벽이 완화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닥치고 공급'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집값 하락을 정부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권의 운명보다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 공화국 탈출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공식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은 다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올랐다. 지난해 2월 첫째 주 상승 전환한 이후 90주 연속 오름세다. 종전 최장 기록은 2020년 6월 둘째 주부터 2022년 1월 셋째 주까지 이어진 85주였다.

상승 폭도 기록적이다. 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8.73%로 집계됐다. 주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였던 지난해 연간 상승률(8.71%)을 0.02%p 웃돌며 열 달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하락세는 강남권에 집중돼 있다. 같은 주 강남구는 0.38%, 서초구는 0.35%, 송파구는 0.22% 하락했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12주째 내림세다.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모두 올랐다. 성북구가 0.39%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대문구(0.36%), 종로구(0.35%), 강북구·도봉구(0.32%)가 뒤를 이었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 보면 간극은 더 뚜렷하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값이 떨어진 곳은 강남구(-1.64%) 한 곳뿐이다. 같은 강남3구인 서초구와 송파구도 올해 들어 각각 0.14%, 4.35% 올랐다. 성북구는 16.56% 올라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통령은 4일 엑스를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자신이 언급한 주요 지역은 강남·서초·송파를 가리킨 것이며 서울 전체 집값이 폭락하고 있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 전체 집값이 폭락 중이라고 한 적이 없으니 강남만 맞았다는 것도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서울 전역의 매물 급증과 거래 급감, 강남 등 주요 지역 집값의 장기간 큰 폭 하락, 연체율과 경매 건수 증가 등 객관적 자료를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간극의 배경에는 통계의 성격 차이도 있다. 부동산원 주간 매매가격지수는 표본 주택의 가격 변동을 조사해 산출하는 지표인 반면, 대통령이 언급한 실거래가격은 개별 거래 단위의 수치다. 일부 고가 단지에서 가격을 낮춘 거래가 나오더라도 서울 전체 지수의 흐름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거래 감소를 두고도 가격 하락의 선행 신호로 볼지, 대출 규제로 매수 자체가 제약된 결과로 볼지 해석이 엇갈린다.

임차 시장의 부담은 더 뚜렷하다. 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월26일까지 8.91% 올라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31%)의 4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도 올해 1~9월 7.68%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3.94%)의 2배에 육박했다. 매매가격 하락이 강남권 일부에 국한된 사이 주거비 부담은 외곽 지역 무주택 청년과 1인가구에까지 번지고 있다.

야권은 정부의 현실 인식을 문제 삼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이 대통령이 주택가격 폭락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직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반박한 바 있다. 강남권 일부 매물이 가격을 낮춰 나온 현상을 정책 성과로 보는 것은 잘못이며, 오히려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키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안심주택 '이랜드 피어(PEER) 신촌'에서 열린 당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청년 주거 태스크포스(TF) 현장간담회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 정부가 시장과 거리가 먼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펼쳐왔다고 지적하며 "효과가 나지 않을 때마다 대통령은 SNS에 계속 글을 올리면서 말로 겁박하고, 말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물, 공급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청년 주거 문제는 숫자로 공급하는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진정 살고 싶은 지역에 살고 싶은 형태의 주거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TF 위원과 대학생들은 청년층 주거비 부담 완화와 주택 공급 확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대출 규제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도심 아파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심 아파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