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계열사 안전관리에서 AI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위험을 찾는 일만이 아니라 설비 운행, 서류 검토까지 맡기고 있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열린 그룹 안전보건환경 콘퍼런스인 LG 쉬크(LG SHEC, LG Safety Health Environment Conference)에서 계열사들이 공유한 혁신 사례 21건 가운데 15건이 AI를 활용한 사례였다.
LG 쉬크는 계열사 전반에 안전환경 노하우를 확산하고 담당자 역량을 키우기 위해 2023년 시작한 행사로, 올해가 4회째다. 올해 주제는 '드라이브 더 시프트(Drive the Shift)'로, AI 전환(AX)과 로봇 전환(RX)으로 산업이 빠르게 바뀌는 흐름에 맞춰 안전환경 분야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현장에서 실행하자는 뜻을 담았다.
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 등 16개사 안전환경 담당자 350여 명이 참석했는데, LG에 따르면 이는 전체 LG 안전환경 담당자의 약 10% 수준이다.
감지에서 제어로…LG전자, AI가 설비 전원까지 끊는다
LG전자는 AI가 위험을 감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장 설비를 직접 제어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으로 국내 사업장과 시공 현장의 CCTV 4226대를 연결한 통합 관제시스템을 발표했다.
관제시스템은 위험 상황이 생기면 시스템이 설비를 멈추거나 출입을 차단하고 경고 방송을 내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제품에 페인트를 칠하는 도장 설비가 가동하는 중에 AI가 사람을 포착하면 곧바로 전원을 끊는 식이다.
작업자 건강 관리를 위해서도 AI가 쓰인다. LG디스플레이는 작업 영상을 AI가 분석해 허리·어깨 등 근골격계 부담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동안은 담당자가 영상을 직접 보며 자세를 찾아 평가했지만, 이제는 AI가 위험도를 판정하고 개선 대책까지 제시하면서 업무 시간이 30분에서 6분으로 단축됐다.
LG화학, AI 에이전트로 PSM 서류 검토 시간 98% 줄여
서류 검토에 AI를 적용한 사례도 발표됐다. LG화학은 공정안전관리(PSM, Process Safety Management)에 직접 개발한 AI 에이전트를 적용했다. 화학 공장의 화재·폭발 사고를 막기 위해 법으로 정한 관리 절차인 PSM에서, AI는 설비 변경·설비 점검 등 9개 분야의 관련 서류를 대조해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한다.
LG화학은 PSM 관련 서류 검토 시간이 98% 줄어 담당자가 그만큼 현장 점검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력사 위험성평가도 AI 앱으로…21개 협력사 수준 27% 높아져
AI 활용은 LG 사업장 울타리 밖 협력사로도 이어지는 추세다. 전신주나 옥상 같은 통신 공사 현장의 협력사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 위험 요인을 찾아 대책을 세우는 '위험성평가'를 해야 하는데, LG유플러스가 이 과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AI 위험성 평가 앱이다.
협력사가 작업 정보만 입력하면 AI가 위험 요인과 감소 대책을 알려주고, 작업 전 안전회의 자료도 앱이 만들어 준다. LG유플러스는 작성에 걸리는 시간은 5분 안팎이고, 앱 도입 전과 비교해 21개 협력사의 위험성평가 수준은 27% 높아졌다고 밝혔다.
해외 사업장도 이번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미국·중국·인도·폴란드 등 해외 사업장 안전환경 담당자 20명이 행사장을 찾았고, 행사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며 중국어·베트남어 등 AI 통역 서비스가 제공됐다.
이와 함께 LG는 생산·제조 사업장의 사고예방활동, 역량강화, 안전관리 등을 평가해 6곳을 '2026 LG그룹 안전환경 모범 사업장'으로 선정했다.
LG 관계자는 AI 기술이 발전하고 일하는 방식도 함께 바뀌는 지금을 안전환경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로 꼽으며 "이번에 공유한 혁신 사례들이 각 사업장으로 퍼져 나가도록 지원해, 모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