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IPO 접고 완전자회사로…SK, 최대 1조4500억 들여 지분 정리
SK에코플랜트 IPO 접고 완전자회사로…SK, 최대 1조4500억 들여 지분 정리
  • 정단비
  • 승인 2026.11.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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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대신 완전자회사…중복상장 논란 차단
건설·환경 떼고 반도체·AI 인프라로…사업 재편 성과 시험대

SK그룹 지주사 SK㈜가 SK에코플랜트 상장을 추진하지 않고 지분 100%를 확보하기로 했다. 2022년 상장 주관사 선정과 재무적투자자(FI) 유치로 본격화한 SK에코플랜트 상장 추진은 4년 만에 지주사 완전 편입으로 정리된다. 앞으로는 건설·환경 사업을 덜어내고 반도체·AI 인프라 중심으로 바꾼 사업구조가 상장 없이도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SK㈜는 지난 4일 이사회에서 SK에코플랜트 주식 공개매수 안건을 의결했다. 매수 대상은 보통주 1643만4638주로 발행주식의 약 25%이고, 가격은 주당 8만8000원이다. 응모 물량을 모두 사들이면 투입 금액은 최대 약 1조4462억원이다. 청약은 11월 5일부터 24일까지 NH투자증권을 통해 받으며 대금은 현금으로 지급한다.

SK㈜는 공개매수를 마친 뒤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남은 지분까지 넘겨받을 계획이다.

공개매수가는 SK에코플랜트 주식의 최근 1개월 K-OTC(장외주식시장) 평균 거래가격인 약 5만7500원에 53% 안팎의 프리미엄을 붙인 수준이다.

SK㈜에 따르면 가격은 외부 회계법인이 산정했고, 자산가치와 향후 이익 창출 능력을 함께 반영했다. SK㈜는 SK에코플랜트 발행주식의 71.2%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사주를 빼고 계산한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약 74%다. 자사주 등 3.8%를 제외한 지분 전부를 이번에 매입한다.

상장 기한 넘기자 FI 지분부터 정리

SK에코플랜트의 상장 일정은 FI와 맺은 계약에 묶여 있었다. 2022년 FI들은 전환우선주(CPS)와 보통주에 모두 8000억원을 투자했고, 회사는 2026년 7월21일까지 상장을 마치기로 했다. 상장이 기한을 넘기면 FI에 지급할 배당 부담이 늘어나는 조건이었다.

정부가 상장 모회사의 지배를 받는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상장사 SK㈜의 자회사인 SK에코플랜트의 상장 부담도 커졌다.

상장 기한이 다가오자 회사와 SK㈜는 기한 연장 대신 FI 지분을 사들이는 쪽을 택했다. 지난 4월 SK에코플랜트는 FI가 보유한 CPS를 자체 자금 약 6500억원으로 매입했다. SK㈜도 FI 보유 보통주와 CPS를 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두 회사가 FI 지분 정리에 쓴 돈은 모두 1조500억원가량이다.

이에 따라 SK㈜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67.63%에서 71.2%로 높아졌다. SK에코플랜트는 이에 앞서 2월에도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의 FI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3620억원에 매입했다.

중복상장 부담 해소…자회사 이익은 지주사 몫으로

완전자회사가 되면 SK㈜는 중복상장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 자회사가 따로 상장하면 같은 이익이 모회사와 자회사 주가에 모두 반영돼 지주사 가치가 할인되고, 모회사 일반주주의 반발도 커질 수 있다. 지분 100%를 확보하면 지금까지 비지배지분으로 분류되던 SK에코플랜트 이익이 모두 SK㈜ 지배주주에게 귀속된다.

SK에코플랜트 소액주주들은 상장이 무산되면서 장외시장에 묶여 있던 투자금을 장외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회수할 수 있게 됐다. SK㈜는 “SK에코플랜트 완전 자회사화를 계기로 반도체·AI 밸류체인에서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그 성과를 SK㈜의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자산 매각하고 반도체 계열사 편입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사명을 SK건설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폐기물·수처리 업체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사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를 차례로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

2024년부터는 반도체 사업 비중을 키웠다. 2024년 11월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산업용 가스를 만드는 SK에어플러스와 메모리 모듈을 만드는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2025년 12월에는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반도체 소재 계열사 4곳을 추가로 편입했다.

친환경 자산은 대부분 매각했다. 2025년 8월 리뉴어스·리뉴원 등 국내 환경 자회사 3곳을 글로벌 사모펀드 KKR에 파는 계약을 맺었고, 미국 블룸에너지 지분도 지난해와 올해 나눠 처분했다.

올해 8월31일에는 SK오션플랜트 지분 35.62% 전량을 디오션 컨소시엄에 41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분리해 출범시켰던 플랜트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은 12월1일자로 다시 흡수합병한다.

상반기 영업익 1조4650억…대부분 모듈·자산순환 사업에서 나와

사업 재편 이후 실적은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0조504억원으로 1년 전보다 82.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4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2141억원의 6.8배다. 분기별로는 1분기 영업이익이 9000억원대였고 2분기에는 5336억원으로 줄었다. 2분기 매출에서 반도체·AI 관련 사업이 차지한 비중은 약 82%다.

부문별로는 이익이 특정 사업에 몰려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 가운데 1조4357억원은 전자폐기물 처리 업체 SK테스와 에센코어가 속한 자산순환(Asset Lifecycle) 부문에서 나왔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하이테크 부문의 영업이익은 1722억원이었다. 주택·건축·인프라 등을 맡은 솔루션 부문은 22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에코플랜트 단독 실적은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2121억원이었다. 일부 국내 주택 사업장의 미분양으로 2000억원 이상의 일회성 손실을 반영한 영향이 컸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SK하이닉스 등 그룹 계열사 관련 물량에서 나오는 만큼 특정 고객 의존도도 높다.

한편 재무 부담도 남아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순차입금은 2024년 말 4조9494억원에서 2025년 말 2조2053억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3월 말 2조9911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상반기 말 도급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는 약 1조4000억원이다.

 

사진=SK에코플랜트 CI
사진=SK에코플랜트 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