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재단] 5.31 교육개혁 20주년의 의미와 향후 과제
[한선재단] 5.31 교육개혁 20주년의 의미와 향후 과제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06.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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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완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

김태완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

현대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천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사회의 각 분야는 시대의 발전에 발맞추어 변화해 나가고 있다. 국제적으로 유독 교육 분야가 항상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선·후진 국가를 막론하고 교육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시대변화에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5.31 교육개혁 2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국제적인 맥락에서 되새겨 보고, 기술의 발전에 따른 향후 교육개혁의 과제를 살펴보는 일은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경제는 1990년대 초부터 국제적인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경제선진국클럽인 OECD 가입을 추진하여 1996년에 가입하였다. 이러한 국내 추세에 힘입어 한국교육은 1995년 Lifelong Learning for 3Ws(Whoever, Whenever, Wherever)를 목표로 교육개혁을 단행하였다. 이와 같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평생학습시대를 열어 가려는 개혁목표는 매우 의욕적인 것이다. 이 목표는 그동안 서구 선진국들이 강조해 온 평생교육을 당시 국제적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인터넷 등 정보화와 연 결하여 과감하게 설정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1997년 당시 고촉통 총리가 발표한 '생각하는 학교, 학습하는 국가'(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를 분기점으로 하여 고차원의 사고 즉, 창의적인 사고력교육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였다. 홍콩도 2000년 '삶을 위한 학습과 삶속에서의 학습'(Learning for Life, Learning through Life)을 통해 형식적인 주입식 교육을 실질 삶을 위한 학습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교육개혁은 창의적인 사고력 개발을 위해 주입식 교육을 개선하고 객관식 평가를 주관식으로 전환하는 등 교수학습과 평가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로서 우리보다 한걸음 앞선 개혁목표를 추진해 왔다.

영국의 경우에는 1988년 국가교육과정(National Curriculum)을 도입함으로써 그동안 지방별로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던 학교교육에 대해 정부의 통제를 강화해 오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창의성교육을 비교적 잘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한편으로는, 2001년 NCLB(No Child Left Behind)를 통해 학력미달 학생을 끌어올리려는 노력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이 중심이 되어 종래의 강의식 수업을 대체하는 프로젝트수업을 통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1997년 설립된 Napa New Technology High School을 중심으로 157개의 학교로 구성된 New Tech Network와 2000년 설립된 High Tech High를 중심으로 하는 12개의 학교가 대표적이다. 이들 학교들은 프로젝트수업을 통해 심층 학습(deep learning)을 실현하여 그동안의 표층 학습(shallow learning)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유교 국가들은 PISA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학생들의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자신들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학생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줌으로써 창의적인 능력을 키워 주려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의 높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낮은 자신감과 만족감, 낮은 행복감, 낮은 문제해결능력, 의식의 획일화와 이념의 경직성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성과 창의성 교육을 강조하고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잘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영국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정부가 좀 더 많이 개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5.31 교육개혁이 추구했던 목표는 정권의 보수와 진보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수용되어 대부분 이루어졌다. 이제 20주년을 맞아 우리 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검토해 볼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새로운 개혁방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현 시대의 특징과 미래 시대를 예측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시대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기술의 발달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은 수제생산으로부터 기계생산의 시대를 열었다. 새로운 화학제품과 철강생산, 수력과 증기력, 그동안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나무를 대신하는 석탄의 이용과 기계도구의 발달, 그리고 섬유산업은 이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제2의 산업혁명'은 전기를 이용한 공장 생산라인의 자동화와 이를 통한 대량생산, 철도 건설과 대규모 철강생산, 기계화와 전기통신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주 에너지원이었던 석탄은 석유로 대체되었으며, 석유를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 사용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 제2의 산업혁명은 교육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양적 성장을 가능케 하였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되는 '제3의 산업혁명'은 기존의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를 사용한 전기 에너지에 핵발전을 이용한 전기에너지가 추가되어 사용되고, 아날로그식 기계, 전기 기술은 디지털기술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혁명(digital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컴퓨터와 디지털기록보관, 통신기술은 새로운 정보 시대를 열고 있다. 컴퓨터, 무선휴대전화, 인터넷 등은 디지털 논리회로(digital logic circuits)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디지털 논리회로는 기계와 소통하는 언어이므로, 이것을 모르면 기계를 활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선도하기 어렵다.

2차 산업혁명은 자동화를 통해 모든 분야에서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으며, 교육도 양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이제 디지털 혁명시대는 교육의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개혁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질적 성장을 위해 가장 강조되고 있는 능력은 창조적인 능력이다. <표 1>을 통해 시대별 특징과 필요한 역량을 비교한 자료에서도 창의성은 분명히 21세기 디지털 혁명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 중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표 1>은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천에 따른 표층 학습과 심층 학습의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강의식 수업이 프로젝트 수업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와 코딩교육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현재 우리가 디지털 혁명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 교육은 2차 산업혁명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향후 교육개혁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심층 학습(deep learning)의 심연에 빠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학습하도록 수업과 평가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핵심적인 일은 첫째, 심층 학습이 가능하도록 프로젝트 수업을 확대해 나가고, 그동안 양적인 개념을 가지고 하고 있는 수행평가를 질적인 개념을 가지고 제대로 하는 일이다. 둘째,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코딩교육을 확실하게 해 나가며, 셋째, 학생과 교사 등 학교 구성원 상호간에 수평적인 사회적 관계를 잘 이해하고 신뢰와 존중의 공동체의식이 공고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서로 신뢰하는 문화를 만들고, 넷째, 테크놀로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일 등 이다.
 
이러한 교육개혁은 학교와 교실 현장이 변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정부가 중심이 되어 해온 top-down 방식보다는 교사와 학교가 중심이 된 bottom-up과 중간에서 전문가 집단이 함께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와 같은 접근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ISSUE & FOCUS'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