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中企 디자인 도용 논란에 '일단 사과'는 했는데..책임은?
이랜드, 中企 디자인 도용 논란에 '일단 사과'는 했는데..책임은?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6.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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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업체 고소도 '일단 합의'…사측 "징계한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한 바 없다"

이랜드가 디자인 도용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문은 발표했지만, 책임지는 모습은 없어 '형식상 사과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과 시점도 지난 1일 디자인 도용 피해업체들이 이랜드를 디자인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이후라 진정성도 의심받는 상황이다.

특히 사과문에서 관련자 징계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해당 내용을 단독 보도한 JTBC에서는 이랜드가 관련자들을 징계하고 피해 디자이너들의 디자인권을 구입하는 후속 조치를 마쳤다고 보도해 의문을 낳고 있다.

이랜드 측의 말에 따르면 JTBC는 있지도 않는 후속조치를 뉴스로 내보낸 셈이다.

16일 이랜드 관계자는 데일리팝과의 통화에서 당시 사건의 관련자 징계 처분에 대해 "(당시 디자인 도용 사건의) 관련자들을 징계한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한 바 없다"며 "징계는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다"고 일축했다.

이어 "징계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두 명 징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디자인 업체 및 협력 업체 등과) 상생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짜고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공식 사과문에서도 말했듯이 전체적인 제품 소싱 방식이나 검증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과를 한지 2주가 지나도록 이랜드가 강조하고 있는 상생에 대한 뚜렷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디자인 도용 피해업체가 경찰에 이랜드를 고소한 부분은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3일 '이랜드 리테일'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식 사과문 전문

이에 일각에서는 상생 방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대기업이 사건의 진위여부를 확실히 밝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그 동안 디자인 업계의 도용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디자인업체 10곳 중 7곳이 무단 도용 등 불공정 거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디자인을 베꼈다라는 걸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기본 절차인 디자인 등록마저도 절차가 복잡하고 출원신청에도 돈이 들기 때문에 개인이나 작은 업체에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디자인 업계의 생리를 악용하는 대기업들이 디자인을 모방·도용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결국엔 기업들의 '도덕성 문제'로 결부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디자인 도용을 당한 뒤 대기업에서 훨씬 저렴하게 판매해 피해를 입은 디자이너 중에는 경제적 손해뿐만 아니라 디자인 작업에 대한 회의감 등 심리적 타격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랜드 디자인 도용' 논란과 같이 디자인 업계의 악·폐습을 막기 위해서는 사건의 경위와 관련자들의 의도성 등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편, 앞서 이랜드는 본사 리빙&팬시 SPA브랜드 '버터'를 통해 총 13개의 도용 의심 품목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랜드가 국내 디자이너가 출시한 제품을 그대로 도용해 중국 이우시에 있는 생산업체 측에 생산을 주문했고, 대량생산을 통해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는 모조품에 원제품과 디자이너는 설 곳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이랜드 측은 모조품 생산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으나, 지난 3일 '이랜드리테일' 홈페이지에 해당 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랜드는 사과문을 통해 "문제가 되었던 제품 소싱 방식이나 검증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추후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내 유망 디자이너 및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겠다"고 향후 개선 방안에 대해 밝혔다.

또한 "'버터' 사업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부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도 해당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