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법인세 인상' 끝없는 갈등…기업 '엑소더스' 부추긴다
[뉴스줌인] '법인세 인상' 끝없는 갈등…기업 '엑소더스' 부추긴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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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법인세 정상화' 주장으로 재점화…'세수확보' vs '국제적 흐름 바라봐야'

세수결손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각종 증세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반복해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해 왔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법인세 인상에 소극적인 이유는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초래하거나 그만큼의 부담을 국민들에게 지울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998년부터 꾸준히 인하하던 법인세는 이명박 정부 이후 2008년부터 최고세율이 25%에서 22%(지방소득세 포함 24.2%)로 인하됐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야당은 지금의 법인세율을 과거의 25%로 인상하는, 즉 '법인세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세수결손을 메우는 것에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0.1% 가량 올리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법인세율 인상 논란에 대해 "다른 나라들은 모두 서로 자본을 유치하려고 법인세 인하 경쟁에 들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인상하면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인상 불가 방침을 못박았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법인세율 인상 논란에 대해 인상 불가 방침을 주장했다. ⓒ 뉴시스
국제 경쟁력 위한 인하
세계는 지금 '법인세 인하'

법인세 인하는 단순히 법인들의 세금혜택을 줄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세수를 책임지고 있는 3대 조세(부가세, 법인세, 소득세) 중 하나인 법인세의 인상은 단적으로 본다면 세수충원의 좋은 방안이 된다. 하지만 과거의 정부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법인세율을 인하시킨 것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이 늘어나고 이에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세금을 적게 내는 곳에 본사를 두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국가 경쟁력을 위해 법인세 인하가 시행됐다.

세계 최고의 세율을 자랑하는 미국도 기업들이 세금의 부담을 가져, 다른 나라로 본사를 옮기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맥락으로 지난해 버거킹은 미국의 법인세율(39.1%)을 피해 본사를 캐나다로 이전했고, 최근에는 세계 1위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영국 기업과 입수합병하고 본사를 영국으로 이전하려 했다. 지난 13일에는 미국 비료업체 CF인더스트리가 본사를 영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정부도 경기회복과, 투자증대 등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법인세율을 39%에서 30%로 하향조정 했으며 캐나다 또한 25%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봐도 지난해 OECD 평균 법인세의 명목 최고세율은 25.3%로 지난 2009년(25.7%)에 비해 0.4% 포인트가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12개국이 최고세율을 인하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OECD 평균보다 1.1%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지난 2009년 국제재정문서국(IBFD)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최악의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법인세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높은 법인세율이 기업들의 '엑소더스' 즉, 탈출을 유발할 경우 더 큰 세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적 바람 탄 해외 이전
낮은 세금 찾아 떠난 '조세피난처'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법인세 인하경쟁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나홀로' 법인세 인상을 추진한다면 국제 경쟁에 뒤쳐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아일랜드 정부가 은행의 도산과 자산 버블의 붕괴로 고통을 겪어, 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올리는 결정을 하면서도 법인세를 올리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 '탈세 온상' 조세피난처 ⓒ 뉴시스
오스트리아와 함께 유럽 내 조세피난처로 지목돼 온 룩셈부르크는 많은 해외 대기업들이 본사로 두고 있거나 현지법인으로 운영하고 있어, 지난해 독일 등으로부터 "불공평한 조세 부과로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 피해를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로야구단으로 유명한 라쿠텐과 아마존, 펩시, 이케아,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게임업체의 큰 손 '넥슨'이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운영 중이다. 룩셈부르크 정부가 '낮은 세금, 최소 규제'를 약속하고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기업은 자연스럽게 세금이 적은 국가로 이전해 '조세피난처'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블룸버그 통신 등은 월마트가 룩셈부르크 등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76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78개의 서류상 회사 중 30개는 2009년 이후 설립돼 최근 6년간 최소 35억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회피했다고 분석했다.

월마트는 해외 지점이 없는 유럽 룩셈부르크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 동안 13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1% 미만의 법인세만 냈다.

페이퍼컴퍼니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세금 회피와 규제를 피하는 데 활용되며, 월마트는 이에 대해 해외에 자회사를 둔 사실을 숨긴 적이 없고 해외의 낮은 법인세율을 활용하기 위한 절세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지난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세청이 규정한 조세피난처에 송금한 금액은 약 6406억 달러(753조원)로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국내 기업이 조세피난처에서 수취한 금액은 5605억 달러(659조원)에 그쳤다. 국세청이 규정한 조세피난처는 싱가포르,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등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낮은 50개 국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은 곧 기업들을 조세피난처로 내쫓는 것"이라며 "절세의 방법이 있는데 이를 하지 않을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이탈은 결국 정부가 근절하자고 외치는 지하경제를 양산하는 길로 볼 수 있다.

▲ 지난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지난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세청이 규정한 조세피난처에 송금한 금액은 약 6406억 달러(753조원)로 집계됐다. ⓒ 뉴시스
낮은 법인세율이 문제일까
'세율인상 보다 세액공제 축소'

일본은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서 버는 수익에서의 배당금을 면세해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부가가치세를 상승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고안해 냈다.

물론 우리나라의 법인세 제도도 개선되어야 할 필요는 있다. 한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모아주는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구개발(R&D)투자 세액공제는 대부분 대기업이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지난 2012년 한 해 삼성전자가 감면받은 법인세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감면받은 액수의 20%에 가깝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부자 증세와 함께 법인세 개혁 카드를 꺼내들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대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의 해외 수익에 과세하고 법인세 감면도 줄여 실질적으로는 더 거두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고용증가와 관련 없는 감면조항은 대폭 정비해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각종 세금 혜택을 받는 기업들의 실효세율은 최소한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최저한세와 비슷하다. 각종 세액감면과 공제를 받아 최저한세를 아슬아슬하게 넘겨 내고 있다. 현재 매출 1000억 원 초과 기업의 최저한세율은 17%이지만 상위 10대 법인의 2014년 기준 실효세율은 17.9%로 최근 3년간 평균도 18.6%에 불과했다. 재계 1위 삼성전자도 15.6%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법인세 인상보다는 일반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를 당해 연도 소득금액의 80%로 설정하고(기존 100%), 공제 뒤 남은 영업이익 20%에 대해 법인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국제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주요 경쟁국들이 대부분 낮은 세율정책을 유지하고 있기에 우리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당 역시 당장의 이익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에서 그 만큼의 부담을 국민들에게 지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등 많은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들도 국가가 배려하는 만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회적 기여를 해야 법인세 인상 논란이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