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 ISSUE & FOCUS] 노동개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上)
[한선 ISSUE & FOCUS] 노동개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上)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09.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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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개혁은 고통을 수반한다. 노동개혁은 이해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개혁보다 어렵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설정과 추진 전략 그리고 세밀한 집행이 요구된다. 현안 노동개혁 과제를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개혁의 방향은 비정상적인 노동제도와 노사관행의 정상화, 근로조건의 격차완화에 두어야 한다. 특히 과보호 부문인 대기업 및 공기업 근로자와 과소보호 부문인 영세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와의 보호격차를 줄여야 한다.

둘째, 제도와 관행의 글로벌 기준으로의 접근이다. 그 사례의 하나가 임금체계의 단순화이다. 복잡다기한 연공급 임금체계를 성과급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셋째, 정년을 만60세로 법정화 했으면 임금피크제도 역시 법정화하거나 아니면 취업규칙 불이익의 완화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규모에 따른 단계적 적용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과정에서 연장근로의 유연화와 함께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 할증임금률 또한 ILO 권고나 경쟁국 수준으로의 조정이 필요하다. 근로시간 단축대상에서 연구직이나 전문직, 기획담당 사무직은 제외하여 노사자율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동개혁의 방향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대(對)국민 담화에서 임기 후반 중점 과제로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을 다시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노동개혁을 강조해 "금년 중에 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의 방향은 노동제도와 노사관행에서의 비정상의 정상화이고 나아가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간에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격차완화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가 상생의 정신으로 양보와 배려의 협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현안으로 제기된 노동개혁 과제들은 독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먼저 풀리
면 나머지도 풀릴 수 있다. 그래서 쉬운 과제부터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고용노동 정책에 대한 기본 시각의 전환이다.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기본시각의 전환

① 과잉보호와 과소보호의 조절

최근 노동시장은 안정성 못지않게 유연성을 중시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 강조되고 있다. 기업에게는 해고와 채용의 유연성을 줘 경쟁력을 높이고, 노동자들에게는 사회안전망과 직업훈련 등을 통해 직업전환기회와 적응성을 높여서 안정된 생활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안정성은 지나치게 강조되지만 유연성은 소홀하다. 안정성도 노조유무, 기업규모에 따라서 다르다. 주지하다시피 대기업과 공기업은 노동 안정성이 높지만 중소기업, 특히 비정규직은 안정성이 낮다. 노동의 유연성은 그 반대이다. 임금 격차 역시 기업규모와 노조의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난다.

오늘날 산업현장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직종을 빼고 대부분 자동화 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자 간의 숙련도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노동의 명제라 할 수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능력과 생산성에 기초한 차이보다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그리고 노조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높은 경직성은 그 본질을 보면 고임금 등 근로조건에 기인한 면이 크다. 임금격차가 크면 노동유연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퇴직을 하면 그만한 수준의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해고 시에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것이 고임금·정규직근로자의 노동유연성이 낮은 이유이다. 반면 비정규직·저임 근로자는 고임금·정규직 근로자에 비하여 안정성은 낮은 반면 유연성은 높다. 상대적이지만 비슷한 대우의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자리를 잃어도 심리적 충격이 고임금·정규직보다 크지 않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려면 임금격차 외에도 고용안정의 불평등적인 보호격차에 대한 축소노력이 필요하다. 과보호되고 있는 근로자는 보호의 강도를 낮추고 과소 보호되고 있는 근로자는 적정수준까지 보호를 강화해주는 방식으로 고용노동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②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격차 축소

대기업·공기업·전문직의 근로자와 하청기업이나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격차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임금격차가 사회적 합리성을 넘어서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려할 점은 임금이 생산성에 비례하는 가이다. 만약 생산성이 낮거나 비슷한데도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면 이는 노조의 힘이나 다른 조건에 의해 과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봐야한다.

임금 등 근로조건의 불공평 외에도 고용보호의 격차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한 것보다 높은 대우를 받는 기업의 근로자는 능력과 성과에 불문하고 회사에 남으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용유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인력재배치도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신규직원을 뽑을 여력까
지 잃게 된다. 이렇듯 자신이 제공하는 노동의 양과 질 보다 월등히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을 누리게 되
면, 그 부담은 힘없는 협력업체와 청년세대에게 전가된다.

합리적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노사 간 불합리한 관행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 나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지나친 임금 격차 문제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법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③ 임금체계 비정상의 정상화 시도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복잡하다. 세계화 된 개방경제에서는 임금체계도 글로벌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실질적인 성과급 임금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해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만들어서 제시한 바 있다(2014.3.19). 내용의 핵심은 현재 대다수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연공급 임금비중을 줄이면서 직무·성과급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개편 내용은 ▲기본급을 중심으로 임금 구성 항목의 단순화 ▲임금결정기준으로서 기존 연공급 (호봉제)의 연공성 완화, 대안으로서 직무급·직능급등의 도입 ▲성과와 연동된 상여금 또는 성과급 비중의 확대 등이다.

직무급·직능급 도입은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호봉을 상승시킴으로서,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호봉이 상승되는 것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과급 비중의 확대는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과 함께 장시간 근로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게 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사 양측은 정부의 임금체계 매뉴얼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임금체계 개편으로 나가야 한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ISSUE & FOCUS'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