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토요택배' 누구를 위한 부활인가?
우정사업본부, '토요택배' 누구를 위한 부활인가?
  • 성희연 기자
  • 승인 2015.10.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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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들 "노동자에게 책임전가" 반발거세..길 잃은 농협 택배진출
▲ 우정사업본부가 토요택배를 부활시키면서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뉴시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8월 폐지된 토요근무제를 1년여 만에 부활시켜 집배원들의 원성이 높다. 우정사업본부가 조합원 대다수의 반대 의견은 무시한 채 토요배달을 재개한 데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가 토요택배를 다시 부활시키면서 농협이 추진했던 택배사업 진출도 명분을 잃어 버렸다.
 
농협 '택배사업' 의지 꺾일까?
 
우정사업본부가 농산물 토요일 배달을 원하는 국민들의 불편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토요배달 중단에 따른 서비스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토요택배를 재개함에 따라 농협의 택배사업에 대한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농협은 초반에 '농민의 편의와 이익증대'를 이유로 택배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우체국이 토요택배를 중단하면서 그 공백을 대신 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앞서 농협은 지난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택배사업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무산됐다가 지난해 10월을 시작으로 택배사업 진출을 공식화 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진출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택배사업자들의 강한 반발과 특혜 논란, 인수 대상 업체 선정의 어려움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기존 택배업계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규모 자금과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농협이 택배기업을 인수하지 않고 자체 진출 할 경우 화물차 증차 금지 등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아 시작부터 불공정 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기존택배업체들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하얀색 번호판을 단 자가용 화물자동차로는 운송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원병 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내부적으로 택배사업 추진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거론됐다.
 
이 같은 전망에도 농협측은 택배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적절한 진출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기존업계들은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실정이다. 
▲ 대설경보가 내려진 폭설 속에서도 집배원들이 우편물 배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시간근무 숨막혀
집배원만 주 5일 반납?
 
우정사업본부는 현장 집배원들의 주 5일 근무 보장을 주장하며 지난해 7월 12일부터 우체국택배 토요배달을 중단했지만 최근 노사협의를 통해 배달 재개를 결정했고, 노동환경에 대한 집배원들의 반발이 제기됐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인근에서 '토요근무반대 우정노조지도부퇴진비상대책위원회'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철폐, 절대부족 인력 충원, 토요근무 반대 전국집배원 노동자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들은 우정사업본부가 올해 초 하위직 1000여명을 구조조정 한 데 이어, 토요근무제로 집배원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등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4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적자를 모면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최승묵 공동대표는 "집배 노동자들은 밤샘 노동, 주 7일 노동으로 한 달 잔업 시간이 150시간이 넘었던 적도 있다"며 "지난해 토요근무를 폐지하면서 숨통이 트였었는데 또 다시 토요 근무를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집배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4.6시간으로 일반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인 42.7시간에 비해 20시간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량이 가장 많이 몰리는 구정·추석·선거기간에는 주당 평균 85.9시간, 하루 15.3시간의 중노동을 견뎌야 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이진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집배원들이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오토바이 사고나 차량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51%로 과반수를 넘는다. 사고의 위험이 높은 노동자들 보다도 집배원노동자들의 교통사고 경험률이 높아 고위험 집단임을 확일 할 수 있었다"며 "사고 후 처리는 미흡하고 집배원 부담으로 떠 넘겨지는 경우가 많아 우정본부가 재해노동자를 위축시키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우정본부 안전교육에 대한 인식’은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가장 핵심적 요인은 장시간 노동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데일리팝=성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