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임대주택'은 더 이상 서민을 위하지 않는다?
'SH 임대주택'은 더 이상 서민을 위하지 않는다?
  • 성희연 기자
  • 승인 2015.10.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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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승용차·두 집 살림까지 '관리 구멍'…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시급
▲ SH, 신정4지구 분양주택 단지조감도 ⓒ에스에이치공사 홈페이지

SH 임대주택이 더 이상 서민을 위한 곳이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에서 BMW, 아우디와 같은 외제차을 비롯해 에쿠스, 제네시스 등 고가의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가구는 임대주택 이외 다른 주택을 보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6일 서울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에게 제출한 'SH 임대주택 입주자 자산현황' 자료에 따르면 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 중 583가구가 임대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주택자들 가운데 재개발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는 245가구, 영구임대 입주가구는 116가구가 별도의 집을 갖고 있었고 공공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 입주가구 중에서도 각각 112가구, 45가구, 42가구가 임대주택 외에 또 다른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행 임대주택의 입주 자격은 일반적으로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70% 이하 가구와 자산 기준 2489만원 이하의 차량 소유자다.
 
하지만 김 의원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임대주택에 입주한 2333가구 중 11가구가 BMW, 아우디, 벤츠 등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325가구는 2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별로는 안성공도지구의 경우 1556가구 중 11가구가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이상 차량 보유는 224가구로 나타났다.
 
따라서 임대주택 입주자 7가구 중 1가구로 14.4%가 외제차 또는 2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셈인 것이다.
 
김 의원은 "고가 외제차 및 다수 차량을 보유한 가구의 국민임대 주택 거주는 생활여건이 더 어려운 사회적 약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하며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에 유주택 입주자가 500가구 이상이라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고 임대주택에 7가구 중 1가구가 외제차 또는 다수의 차량을 보유하는 것도 납득 할 수 없다"며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입주자 관리를 재점검 하라고 요구했다.

▲ 朴대통령이 인천 남구 도화동 1호 기업형 임대주택 착공식에 참석, 견본주택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커져가는 양극화…임대료 체납 가구 증가
공공기관 보단 민간임대 주력하는 정부

임대주택의 '양극화' 문제도 빠질 수 없다. 임대주택 5가구 중 1가구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말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저소득층은 꼼짝없이 집에서 쫓겨 날 수밖에 없는 신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찬열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SH공사 임대주택의 체납가구가 총 2만2767가구였으며, 체납액은 84억6400만원에 이르렀다. 연체 가구는 2010년 1만5714가구에서 올해 2만2천767가구로 급증한 것이다.

더불어 연체료가 밀려 강제퇴거된 가구는 2010년 61가구에서 2011년 47가구로 줄었다가 2012년 51가구, 2013년 56가구로 늘어났다가 지난해 다시 43가구로 감소했으며 올해 6월 16가구로 줄었다.

이 의원은 "임대주택 임대료 체납자가 늘었다는 것은 서민 주거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경기불황과 일자리 부족,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만큼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SH 임대주택 이외에도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선망하는 임대주택은 LH와 지방공사가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5·10년 공공임대주택이다. 임대료 급등에 대한 걱정이 없어 목돈을 모은 뒤 내 집 마련을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이후 2014년까지 8년 동안 꾸준히 연간 3만 가구 이상 사업승인이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착공이 미뤄지는 주택이 많아 올해 입주자를 모집했거나 모집 할 예정인 5·10년 공공임대 물량은 2만 1331가구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공공임대보다 민간 임대주택 시장 활성화에 힘을 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임대인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는 '준공공임대'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지원책으로 내놨다.
 
뉴스테이 사업은 정부가 그동안 해오던 임대주택 공급 역할을 민간 업체에 맡긴 것으로 입주 대상자를 중산층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국민 임대주택과 차이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요자 입장에서 볼 때 문제점이 많다는 목소리다. 중산층의 주거 특성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점으로 입지가 있다. 중산층의 경우 교육·생활·교통 등의 주변 입지를 가장 중요시 하는데, 뉴스테이 사업지는 사업성이 좋지 않아 개발이 미뤄진 지역이 많다. 정부의 섣부른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뉴스테이 참여 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 연간 상승률인 5%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경우 주변 시세보다 비싸 질 수 있고, 기업이 이사나 청소, 유지보수 등을 하는 뉴스테이 특성상 서비스 요금으로 오히려 월세 부담이 가중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정효과에 한계가 있어 단기처방에 그친 대책이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임대주택이 더 이상 서민들을 위로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에서는 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데일리팝=성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