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인터넷 광고, 음란물만 아니면 돼?…허술한 심의 규정
[뉴스줌인] 인터넷 광고, 음란물만 아니면 돼?…허술한 심의 규정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1.05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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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인증 없이 접할 수 있는 인터넷 광고..규제는 방송보다 약해

인터넷의 발달로 방송·인터넷·모바일의 경계선이 갈수록 모호해지면서 방송과 인터넷 광고의 심의기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노출이 과한 의상을 착용한 연예인의 모바일게임 광고, 음란한 상상을 키우는 숙박어플 광고 등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송출되고 있지만 마땅한 사전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음란한 상상' 만드는 광고
'선정적·폭력적' 광고 남발

"오빠, 저런 것도 가능해?" 19금 영화를 보던 한 여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타는 청춘을 위하여'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성의 가슴에 불이 타오른다.

몇 달 전 유행하던 숙박어플 '여기어때'의 광고 속 한 장면이다. "혼자 있기 싫다", "할증 붙으면 5만원이다" 등 재치있는 표현으로 웃음을 주지만 한편으론 남녀 간 애정행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시키기도 한다.

모바일 게임도 다를바 없다. 최근 뜬금없이 강예빈과 천이슬이 '섹시전사' 이미지를 연출하며 '천룡팔부'의 광고에 등장했다.

▲ 모바일 게임 '천룡팔부'의 광고 (출처=네이버 TV캐스트)
광고 속에서 강예빈은 핫팬츠와 배꼽티를 입은 채 힐을 신고 섹시한 듯이 걸음을 옮기는데 이때 상의를 탈의한 남성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비춰지며, '쉽게 즐길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는 로고송과 함께 한남성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강예빈의 허벅지를 끌어안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게임내용과 상관없는 성적 느낌을 자아낸다며 미성년자가 보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이 인터넷 상에서 활개치고 있는 적지 않은 광고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성적판타지'를 유발하는가 하면 다소 폭력적인 장면을 담고 있어 광고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이 보기 불편한 장면들로 구성된 광고를 게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광고들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너무 야하다' 혹은 '너무 무서워서 아이들이 울기까지 한다' 등 냉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뒤덮는 야한 배너광고들은 이미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방송광고와 다른 '모바일·인터넷광고' 규제
수위 높은 광고 노출..아이들 보호 없어

모바일에서 선정적인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광고에 대한 '사전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광고의 경우 지상파·케이블 등 방송협회에서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광고를 송출하며,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때문에 향후 시청자의 민원접수나 방송심의위원회의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한 사후심의로 광고를 제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모바일 게임 '히트'의 경우 도적떼가 여성을 끌고가 해머로 내려치는 등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공중파를 타면서 많은 민원이 제기돼 방송심의위원회의 사후심의를 통해 해당 장면들이 삭제된 바 있다.

인터넷 광고의 경우에도 자율규제가 마땅히 없을뿐더러 사후심의 규제도 더 가벼운 실정이다.

취재과정에서 방송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는 데일리팝에 "인터넷 광고에 대한 자율규제를 적용할 협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터넷 광고가 사후심의에 적발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인터넷은 아무래도 방송만큼 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고 운을 뗀 뒤 "인터넷은 방송광고의 법령과 달리 '정보통신심의규제'가 적용되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방송보다 수위가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다소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는 답변을 했다.

▲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상),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하) (자료=방송심의위원회)
실제로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폭력, 범죄 조장 ▲공포감·혐오감 조성 ▲과도한 신체 노출, 음란·선정적 ▲혐오감·불쾌감 유발할 수 있는 성기·음모 등 신체의 부적절한 노출, 생리작용, 음식물의 사용·섭취 또는 동물사체의 과도한 노출 등 주관적인 감정까지 심의대상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광고를 규제할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은 ▲남녀의 성기, 음모 등 특정 성적 부위 또는 성적 행위를 노골적으로 표현·묘사 ▲강간, 윤간, 성추행 등 성폭력 행위 노골적 묘사 등으로 정해져 있어 방송에 비해 규제가 가벼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나오는 모바일 게임 광고 중 상당수가 폭력성 수위가 높다며 방송협회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사전 자율심의의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심의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추진 중인 계획'조차 없다.

누구나 손쉽게 광고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인터넷 광고의 사전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청소년이 보기 적절하지 않은 선정적이나 폭력적인 광고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규제할 법령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시청보호를 책임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