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효성, '회사 살린 충정' 참작되나?..'경영판단의 원칙' 적용 목소리도
[뉴스줌인] 효성, '회사 살린 충정' 참작되나?..'경영판단의 원칙' 적용 목소리도
  • 정수인 기자
  • 승인 2015.11.0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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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내려지자,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한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이, 조현준 효성 사장은 징역 5년과 벌금 150억원이 구형됐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회사의 이사나 임원들이 선의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그 권한 내의 행위를 했다면 그 행위로 인해 비록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그 개인적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즉, 문제가 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의 개연성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책임을 묻는다는 뜻이다.

9일 오후 법원에 출석한 조석래 효성 회장은 "회장과 임직원들은 회사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뿐이다. 부디 선처해주시길 바란다"는 최후의 진술을 했으며, 이상운 부회장은 "척박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효성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컸다"고 밝혔다.

또 조현준 사장은 부친 조석래 회장에 대해 "평생 동안 가족보다 회사를 우선으로 생각하시며 헌신하신 분으로 누구보다 공과 사가 분명하신 분이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결론적으로는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모두 회사를 위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경영자의 법률적 책임에 대해 과거와 미래를 불리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모두 15~20년 전에 시작된 사안을 현재의 법적 잣대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
파산 대신 '벌어서 갚는다' 택해

지난 1998년초 당시 효성은 외환위기와 함께 모기업인 효성물산의 부도설이 증권가에 도는 등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종합상사였던 효성은 외환위기 상황이 오자 '파산을 하거나, 공적자금을 받거나, 벌어서 갚거나'의 기로에 섰고 벌어서 해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파산을 한다면 임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공적자금을 받는다면 국민 혈세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효성은 효성물산과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T&C를 전격 통합해 (주)효성으로 합치고 조석래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4500억원의 합병 차익이 발생했고 무상주 발행과 자본금의 대폭 증액이 이뤄졌다.

당시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이 '효성물산을 파산하면 모든 계열사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하자 조석래 회장이 "모든 걸 바쳐서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채권은행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 합병 후 경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이행각서를 쓴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여러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 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나, 매년 돈을 벌어 누적된 부실을 갚는 과정에서 이익을 줄여 신고했다는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효성도 법과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고 보인다. 세무조사에 대비한 허위증빙의 조작 역시 없었고, 기계장치 등 가공자산의 원천이 명백하다는 점은 세금포탈의 의도가 없다고 볼 수 있지 않는가"라며 "국가, 임직원, 주주 등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려 한 행동이 아닌 이상 적어로 형사처벌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고도의 경영판단에 따른 실패까지 통제하는 식으로 시장에 깊숙한 관여를 한다면 자유시장경쟁체제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판단의 원칙'  고려될까

한편, '경영판단의 원칙'은 미국의 판례법에서 발달한 이론으로 이미 세계 다수 국가에서 법제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의 경우 1985년 프랑스 대법원이 판결한 로젠블룸 판결에 따라 자회사 또는 계열사간 상호 지원이 있더라도 기업집단간 발생하는 전체적 이익을 고려해 계열사간 내부거래도 정당한 법률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즉, 손실보전의 원칙이 기초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도 배임죄를 최초 규정한 나라지만 경영판단의 원칙 도입으로 경영 행위에 대한 배임죄가 사실상 사라졌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간 내부 거래시 특정 기업이 손실을 볼 경우 해당 기업 임원들에 대해 '배임'으로 문제를 삼고 있다.

(데일리팝=정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