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불황 속 성장' 합리적인 가격책정 시급
화장품, '불황 속 성장' 합리적인 가격책정 시급
  • 성희연 기자
  • 승인 2015.11.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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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야 좋은 제품'이란 맹목적 믿음 사라지고 있어
지난 10일 한국소비자연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을 지원 받아 국내 판매량이 많은 다소비화장품의 가격 및 소비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불황 속에서도 화장품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본인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과감히 소비하는 '가치소비'성향이 확삼됨에 따른 것으로 시장 환경의 변화와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고가품부터 메스티지(값싼 명품, 대중 명품, 중저가 브랜드와 고가 브랜드 사이에 위치한 중고가 브랜드 제품), 중저가, 기능성 화장품·코슈메슈디컬(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유기농 제품 등 제품의 다양화가 이루어 졌으며 백화점과 방문 판매 위주였던 유통채널 또한 로드샵, 드럭스토어 및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 보다 비싼 화장품?
▲ 붉은 선은 해외평균
 
그동안 화장품 잡지 등에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고 조사된 제품, 온라인 블로거·매장 판매원이 추천한 제품, 브랜드 자체의 베스트셀러로 소개된 제품 중에서 조사의 용이성과 현실성을 고려하여 총 65개 제품을 선정해 지난 7월 1일부터 20일까지 총 20일동안 국내(서울 및 수도권, 광역시, 지방 소도시)와 해외의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총 309곳에서 진행됐다.
 
조사 대상 65개 제품 중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주로 판매되는 11개 제품을 제외한 54개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과 해외 평균 판매 가격을 비교한 결과 전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이 해외 평균 보다 비싸게 나타났다.
 
백화점 판매 제품은 국내 판매 가격이 해외 평균 판매 가격보다 1.02배~1.56배 비싸며 드럭스토어 판매 제품은 국내 판매 가격이 해외 평균 판매 가격보다 1.11배~2.46배 비싼 것으로 나타나, 백화점 판매 제품보다 드럭스토어 판매 제품의 국내외 가격차가 더 크게 드러났다. 
 
또한 제조국 판매 가격과 국내 가격 비교 결과 가격조사가 되지 않은 2개 제품을 제외한 63개 제품 브랜드 제조국 판매 가격과 국내 판매 가격 비교 결과, 63개 제품 모두 제조국 판매 가격보다 국내 판매 가격이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화장품 수입업자들의 유통마진을 확인하기 위해 관세청에서 공개한 화장품 수입원가와 백화점 판매 제품이 속한 군으로 추정되는 1분위, 2분위 평균 가격을 비교한 결과 파운데이션은 1분위 평균 가격 보다 3.44배, 2분위 평균 가격보다 7.86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립스틱은 1분위 평균 가격보다 3.85배, 2분위 평균 가격보다 5.57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분위제품 혹은 4분위제품 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드럭스토어 판매제품 마스카라, 폼클렌저, 아이라이너, 페이스파우더 제품을 비교해 본 결과 마스카라는 3.88배(3분위 평균 대비)에서 8.92배(4분위평균), 폼클렌저는 2.41배(3분위평균대비)에서 6.13배(4분위 평균대비)정도 비싼 가격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유통채널별 가격비교에서 백화점 판매 제품들은 오프라인 판매처 모든 매장의 가격이 동일한 것으로 조사된 반면 온라인상에서는 브랜드 공식몰을 제외한 종합몰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차이는 3.33%~9.63%로 저렴했다.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 간 가격 차이가 가장 큰 제품은 록시땅의 시어버터 핸드크림이 9.63%로 가장 높았다.
 
드럭스토어 판매제품은 일부제품이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되고 있었다. 다만 대형마트와 드럭스토어의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고,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가격이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소비 
3개월에 1번꼴
지난 8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동안 진행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화장품 구입 장소는 브랜드매장(43.2%), 백화점 내 판매장(17.9%), 온라인 모바일쇼핑(13%), 드럭스토어(9.7%)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구매 빈도는 '3개월에 1회 구입한다'(39.9%), '월 1회 이상 화장품을 구입한다'(39.6%)로 드러나 전체소비자 79.5%가 3개월 이내에 한번씩은 화장품을 구입하는 셈이다.
 
화장품 종류에 따른 소비성향은 스킨(케어) 제품 류의 경우 국산품을 사용하며 같은 브랜드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 브랜드 충성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메이크업 제품의 경우 스킨보다 수입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7.6%높게 나타나 브랜드에 관계없이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 소유 중인 화장품의 숫자는 기초화장품의 경우 응답자의 90%이상이 1~3개인 것으로 나타났고, 립스틱, 아이섀도우 등의 색조 화장품은 2~3개 이상과 3~4개 이상이 각각 3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매니큐어는 5개이상이라는 응답으로 미루어 보아 소비자들은 기초화장품보다 색조 화장품을 더 많이 갖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같은 용도의 화장품을 많이 갖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분위기와 환경에 따라 화장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으며, 구입 후 맞지 않아서, 충동구매, 유행에 따라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구입한 화장품은 거의 끝까지 사용한다는 경우가 39.4%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남아 있어도 안 쓰는 경우가 있다는 답이 32.6%로 나타났다.
 
특히 화장품 가격,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은 '가격과 상관없이 품질은 비슷하다'는 의견이 높았고, 비쌀수록 전반적으로 품질이 좋다는 의견이 29.9%에 그쳐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품질과 가격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수입화장품 선택하는 기준에는 가격보다는 품질이 우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수입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색조화장품의 경우 브랜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화장품 제조·판매업체는 품질과 무관한 고가 정책을 지양할 필요와 동시에 소비자들도 철저한 비교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한다.
 
제조·판매업체
합리적 가격책정해야 
 
조사 대상 제품 모두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 보다 비싸게 나타났으며 제조국 판매가격과 비교해서는 가격차이가 좀 더 컸다. 
 
또한 수입화장품의 판매가격이 수입원가와 비교할 때 9배 가까이 높은 수준으로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어 개방화의 효과가 소비자후생으로 연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제품군별로는 백화점 제품의 경우 외국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한정된 매장에서 판매되지만, 드럭스토어 제품의 경우 한국은 대기업 계열과 일부 대형마트 등 한정된 매장에서 판매되는 반면 외국은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판매되어 합리적인 가격 경쟁이 이루어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드럭스토어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드럭스토어 제품들도 마진율을 낮추고 이에 부합하는 가격을 책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일제품군에서는 온라인상의 가격이 대체적으로 오프라인보다 저렴했으나 드럭스토어 판매제품의 경우 오프라인 할인가격이 온라인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어 소비자가 직접 가격비교를 한 뒤 구매하는 것이 적절하다.
 
화장품의 경우 유통채널이 보다 다양화될 필요가 있으며 유통채널간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
 
그동안 고가브랜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맹목적인 충성이 수입화장품 가격을 높이는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소비실태 조사결과 30% 정도만이 제품 가격이 질을 반영한다고 응답해 비싼 가격이 좋은 제품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은 이제 줄어들고 있었다.
 
따라서 화장품 제조·판매업체는 고가정책을 고수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정책으로 전화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성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