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 ISSUE & FOCUS] 한국경제 현주소, 위기인가 기회인가? (上)
[한선 ISSUE & FOCUS] 한국경제 현주소, 위기인가 기회인가? (上)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12.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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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한반도선진화재단 국가전략연구회장/고려대학교 경제학과·그린스쿨 교수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우리 경제 현주소에 대한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의하면 한국경제의 나이가 50대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1.2%에 달했다. 평균나이는 50.8세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경제가 노쇠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외 거의 모든 기관들도 이미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3% 이내로 보고 있고, 내년 전망도 3%대 초반이나 2%대로 전망하고 있거나 전망을 수정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점에 직면하게 되었다.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경제활동 인구 감소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청년실업, 소득분배 악화와 빈곤증가에 의한 양극화 심화, 주력산업 국제 경쟁력 상실 등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간부문의 많은 노력에 비해 공공부문이나 정부부문은 이러한 위기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매우 느려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산업 발굴을 저해하는 수많은 규제와 행정조직, 시장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동시장 경직성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지난 50여 년간 세계에서 유래 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한 저력이 있다. 이미 경제발전 초기부터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 전략을 실시한 이후 경제는 새로운 경제 환경과 산업에 대한 적응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따라서 경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동안 축적해 온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미래의 지속가능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주력산업의 위기와 한국경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오고 있는 주력 산업들은 철강, 조선, 자동차, 기계, 석유화학, 전자 등 제조업이다. 이들 산업들은 1970년대 이후 꾸준히 한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고 지금도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들 산업들은 여전히 국내총생산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전 세계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순위도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2013년 현재 디스플레이, 디지털TV와 조선해양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각각 47.0%, 42.3%와 38.1%로 세계 1위이다. 그 외에 세계시장 점유율 36.2%인 통신기기도 세계 1위이며, 반도체(16.2%)는 세계 2위, 대형생활가전(8%)은 세계 3위, 석유화학(5.2%)이 세계 4위, 자동차(9.1%)는 세계 5위이다.

한국의 주력산업들은 여전히 높은 세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먼저 세계 시장에서 제조업의 세계 명목부가가치 비중이 2012년 현재 2.8%로 과거 20여 년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1995년 20.7%에서 2012년 9.7%로 하락한 반면 중국의 비중은 2004년 9.0%에서 2012년 22.4%로 증가하였다. 마찬가지로 세계 수출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보면 한국은 2013년 현재 4.3%로 1988년 3.1%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으나 일본은 같은 기간에 13.8%에서 5.6%로 하락하였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3년 18.5%를 차지하고 있다. (서동혁, 2015 중국 제조업의 추격 현황과 한국의 경쟁력 전망, 산업연구원)

이처럼 현재 경제상황에서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에서 보면 아직은 위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중국의 등장에 의한 영향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었던 자동차, 가전, 조선, 철강, 스마트 기기 등이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의 추격에 의하여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2014년 이후 이들 주력산업 수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되고 있지만 확대형이 아닌 축소형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하락하는 불황형 흑자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조선 등 한국 주력산업들이 글로벌 경제 불황의 여파로 적자폭이 커지면서 주력산업들의 생존에 심각한 우려를 보여 주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 경제구조에 의하여 중국이라는 거대 경쟁국의 등장과 글로벌 경제의 불황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주력산업의 위기는 단기간에 극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하여 경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글은 필자의 견해로서 한반도선진화재단·데일리팝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