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포착]한진중공업, 하청업체 공사비 빼돌려?…새로운 '갑질' 의혹
[갑질포착]한진중공업, 하청업체 공사비 빼돌려?…새로운 '갑질' 의혹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2.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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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계약 이용한 공사비 빼돌리기 의혹, 하도급 비율도 조작?
▲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사 현장 ⓒ 뉴시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건축하는 과정에서 한진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 지급할 공사비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원-하청업체 간의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8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건축의 하도급 업체 토방토건㈜과 브사렐건설㈜은 한진중공업이 제2여객터미널 신축을 위한 공사 내역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하도급사의 공사비를 편취했다고 주장하면서, 가로챈 62억원의 지급을 요구했다.

토방토건 측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 2013년 인천공항공사가 발주한 여객터미널 굴토, 파일 공사를 수주하면서 터파기, 적재·적하, 운반 등의 업무를 토방토건과 브라셀건설에 넘기면서 공사비를 수령했지만 하도급업체에는 '적재·적하'(상·하차)에 대한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토방토건 한 관계자는 "지난 2013년 7월 13일 최초 계약 당시 52억원에 계약했지만 3일 후에 70억원에 변경계약을 했다"며 "(한진중공업이) 관공서에 하도급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하도급 비율을 82% 이상 맞춰야 하지만 '적재·적하' 항목을 뺏기 때문에 45.55%로 신고를 못하자 유령항목인 '골재포설'을 넣어 82.85%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리고 1년 뒤 또 다시 변경계약을 통해 골재포설을 '0원'으로 만들어 신고했다"며 "하도급 신고의 하도급 비율은 한 번 신고하면 추후 변경계약에 대해서는 상관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인천공항에 적재·적하 항목을 신고해 공사비를 받았지만 토방토건과의 계약 항목에는 빼버렸기 때문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37억원, 또 다른 하도급 업체인 브사렐건설은 25억원, 총 62억원의 공사비를 가로챈 것이다.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한진과 수차례 협상을 했지만 아직까지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공사는 지난 10월 말 경 끝났고, 계약도 지난달 30일 종료돼 정산을 해야 하는데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토방토건 측은 공사비를 편취한 한진중공업을 비롯해 인천공항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하면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한 관계자는 "계약 절차를 다 지켜서 진행했는데 이제와서 (공사비를 지급하라는) 요구를 하니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적재·적하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도 없고 당시 현장설명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지했고 (토방토건도) 알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계자는 2013년 당시 변경계약과 관련해선 "당시 관계자들이 모두 퇴사를 했고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일일이 숙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파악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원청인 입장으로서 하청업체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완만히 해결하기 위해 상호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사의 발주자인 인천공항공사 한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절차대로 계약범위 내에서 하청업체에게 공사비를 모두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원-하청업체의 주장이 완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법의 구멍을 교묘히 피한 원청업체의 '갑질'인지 하청업체의 하소연인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