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기부금 돌려받기?'
호반건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기부금 돌려받기?'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2.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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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지급한 기부금이 광고비 명목으로 계열사 KBC에 들어와…"광고, 원래 계획돼 있었다"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 뉴시스

호반건설이 지역 대학에 지급한 기부금 중 일부가 계열사 방송국 KBC(광주방송)에 홍보비 명목으로 지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부금 돌려받기'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호반건설을 비롯한 관계기관들은 일제히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서 호반건설은 KBC의 신사옥 건축 심의 과정에서도 언론 권력을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도 남아있는 상태여서 이번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민단체, '기부금 돌려받기' 비판
관련기관 "사실과 다르다"
호반, 앞서도 언론권력 이용 의혹 남아있어

광주지역 시민단체 '참여자치 21'은 17일 호반건설 언론사유화 중단과 KBC의 언론 독립성 회복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려했던 것처럼 호반이 KBC를 인수하고 난 뒤부터 지역사회에서는 자본과 언론의 결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호반건설은 지난 2011년 KBC의 경영권을 인수했으며 김상열 호반 회장이 KBC 회장도 겸하고 있다.

이 단체는 호반건설이 일부 대학에 기부금을 지급하면서 '이 중 2억원은 대학홍보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용도를 지정했다는 의혹에 대해 "만약 사실이라면, 호반이 지역 대학에 기부를 하고 대학으로 하여금 그 돈의 일부를 다시 KBC에 광고 및 홍보비 등으로 지출하도록 특혜를 주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부도덕함을 넘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지원'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엄정한 조사와 법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기부금 돌려받기' 의혹과 관련해 호반건설과 계열사 KBC, 또 기부금을 받은 일부 대학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호반건설 한 관계자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데일리팝과의 통화에서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고, KBC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일부 대학에 기부금을 지급하면서 용도를 지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KBC는) 민영방송인데 그랬다간 큰일난다"고 극구 부인했다.

또 호반건설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조선대의 한 관계자도 "기부금 5억원 중 1억원이 KBC 홍보비로 들어갔지만 당초 계획에 포함된 내용이고, 호반건설과는 상관 없다"며 "광고 활동은 MBC 등 기타 다른 방송국에서도 이전부터 꾸준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5억원을 기부받은 동신대의 관계자도 "KBC에 광고비로 예산이 들어갔지만 기부금에서 빼 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련 대학에 따르면 기부금은 예산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관리하며 목적을 명시하지 않고 대부분 발전기금으로 쓰이고 있는데, 조선대는 이 중 정해진 비율에 따라 1억원을 홍보비로 지출했고 동신대는 기부금을 현재까지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와 관련기관들이 서로 다른 주장으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형태를 불문하고 모기업의 자금이 계열사로 흘러들어간 만큼 호반건설은 '부당지원'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앞서 지난해 11월 KBC의 광천동 신사옥 건축심의 과정에서 언론 권력을 이용해 이익을 관철하려 했다는 의혹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광주시는 광천동에 초고층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70억원 정도 드는 대체도로를 건설해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KBC는 건물 신축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KBC는 광주시를 비판하는 기사를 잇따라 보도하면서 '보복기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호반건설은 KBC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중단하고, KBC도 지역 중추 언론사로서 독립성을 확보하고 건전한 비판과 감시기능을 회복해야한다"며 부당지원행위 여부에 대해 수사기관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호반건설이 각 대학에 준 기부금은 지난해 초 금호산업을 인수하겠다며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시세차액으로 거둔 300억원의 일부다.

당시 투기 논란이 일자 김상열 회장은 "금호산업이란 회사에 관심이 있다보니 주식을 산 것이지 시세차익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며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