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 브리프] 한국인의 역량:실증분석과 개혁과제 (上)
[한선 브리프] 한국인의 역량:실증분석과 개혁과제 (上)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6.02.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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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장/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인구변화에 따라서 젊은 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동시에 학력의 지속적 증가도 한계에 도달한 현재 시점에서, 한국인의 역량에 대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미래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마침 OECD주관으로 총 24개 회원국의 15만 7천명(한국의 6,667명을 포함)을 대상으로 하여 16세에서 65세 사이의 성인의 언어능력, 수리력,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을 조사한 PIAAC 데이터가 최근 조사되었지만 아직 충분히 연구에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본인과 KDI국제정책대학원의 최슬기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진행한 연구에서 PIAAC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분석을 통하여 한국인의 역량에 대한 주요 문제들을 제기하고 미래전략을 모색하였다.

한국인의 역량과 연령: PIAAC 데이터의 실증분석

OECD에서 2011-2012년 조사한 PIAAC 데이터에서는 한국인의 역량이 16-24세에서는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점차 격차가 좁아져서 35-44세 이후 연령대에서는 OECD 평균보다 낮아지고 특히 45-54세에서는 격차가 확대되어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 동안 이러한 결과가 한국의 전문가들이나 정책담당자들에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였던 것은 PIAAC에서 나타난 것이 한국인의 역량이 교육의 빠른 발전으로 인하여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긍정적인 과정을 거꾸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견해와는 다르게, 우리의 연구에서는 한국인의 역량이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고연령화 효과가 존재하며, 이것이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의 질적 문제와 노동시장 진입 후 학습을 통하여 역량 축적이 되지 않는 두 가지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고 제시한다.

17세부터 29세까지 연령대에서 PISA과 PIAAC의 성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는 한국 청년이 타 국가들에 비하여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역량이 낮아진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한국 청년의 상대적 역량 저하가 교육을 통하여 인적자본을 활발히 축적할 17-19세에서 20-22세로 넘어가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20-29세 사이의 학생과 대졸자들 표본에서 한국인의 역량이 15세 때 조사하였던 PISA 성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수준 보다 매우 낮게 나타난다. 즉, 중3때 실시한 PISA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 학생들이 그 후 20대에 실시한 PIAAC 성적에서는 훨씬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이처럼 한국의 20대 청년의 역량에 대한 실망스러운 결과는 낮은 질의 대학교육 및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끌어내지 못하는 주입식 초중등교육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역량은 전 연령에 걸쳐서 학교나 대학에서 교육을 통해서 뿐만이 아니라 직장 내 혹은 밖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습을 통하여 축적된다. PIAAC은 직접적인 역량 평가 이외에도 '학습 의지(Readiness to Learn)', '과업 재량(Task Discretion)'과 '직장 내 학습(Learning at Work)' 지표를 조사하고 있는데, 한국 성인 남성의 '학습 의지' 지표는 일본과 더불어 최하위권이고 '직장 내 학습' 지표와 '과업 재량' 지표는 전 연령 그룹에서 비교 국가들 중 최하위이다. 즉, 한국 성인은 교육을 받고 직장에 취직한 후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는 역량의 축적이 매우 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한국의 성인이 연령이 증가할수록 역량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감소하는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새로운 인적자본 전략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의 질적 문제와 노동시장 진입 후 학습을 통하여 역량 축적이 되지 않는 문제들로 인하여 한국인의 역량이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고연령화 효과가 존재하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향후 한국인의 역량 제고에 대하여 우리나라 공공정책 및 개혁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높여서 주요한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즉, 향후 인구 변화에 따라서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고령 인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경우 인적자본이 위축되고 성장 저하의 근본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최근 인구 변화에 따른 우리 경제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제로 성장'의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한 여성가족정책 및 복지정책을 넘어서서 인구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한국인의 역량을 제고하는 인적자본 전략과 제도 개혁을 보다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공공인력의 역량: PIAAC 데이터의 실증 분석

PIAAC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분석의 결과는 한국 공공인력의 역량이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하여 낮은 수준이고, 더 나아가 동일한 직업분포를 상정할 경우 민간과 비교하여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5-54세 연령대에서 한국 공공인력은 수리력과 언어능력 모두에서 민간과 매우 큰 격차를 보이며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공공인력의 낮은 역량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주목하여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공공인력의 역량이 조직 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PIAAC 역량 활용도 조사결과에서 한국 공공인력은 OECD 공공인력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동일한 직업분포를 상정할 경우 한국 민간부문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우리 공공부문에서 수직적 위계질서 아래서 상명하달 중심으로 명령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일하다보니 개인에게 과업 재량이나 문제해결 활동과 영향력 활동 등을 통하여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한국 공공인력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 공공인력의 학습 의지와 직장 내 학습 수준은 OECD 주요 국가 중 최하위권의 수준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직업분포를 상정할 경우 한국 민간과 비교하여서도 낮게 나타난다. 역량은 활용과 학습을 통하여 생애에 걸쳐서 축적된다는 측면에서, 이와 같이 한국 공공인력의 활용과 학습의 수준이 낮은 것은 특히 한국 공공인력이 45-54세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더 낮은 역량을 보이는 것을 부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셋째, 공공부문 인력의 역량이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공공인력의 역량 수익률이 OECD 국가 중 하위권으로 나타난다.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문제는 민간부문과의 역량 수익률 격차가 한국이 조사된 국가 중에서 가장 큰 나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공공부문의 임금이 민간부문에 비하여 높은 정도가 OECD 조사 국가 중에서 한국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난 것과 크게 대비 된다. 또한 우리 공공부문 임금체계는 연령이 높아지면 임금이 급격히 높아지는 호봉제로 인하여 OECD 국가 공공부문 중에서 연령에 따라서 임금이 증가하는 경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반면 한국의 공공 인력의 역량은 나이가 들면서 OECD 평균보다 빨리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한국의 공공인력 임금체계는 매우 낮은 역량 수익률과 매우 높은 연령 대별 역량-임금 격차로 인하여 인적자본 투자를 유인하지 못하는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Hansun Brief' 통권 36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