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에 '최저가 전쟁' 선언한 대형마트…지속 가능성 여부는?
소셜커머스에 '최저가 전쟁' 선언한 대형마트…지속 가능성 여부는?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2.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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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구조·단기성 우려에 "장기적으로 바라본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온라인을 점령한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업체로부터 빼앗긴 고객을 되찾기 위해 일부 유아 품목에 대해 '최저가'를 내놓으면서 때 아닌 온·오프라인 간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유통 구조가 단순한 온라인 마켓을 상대로 오프라인 매장이 가격 경쟁을 펼치는 것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 선포한 이마트
롯데마트도 동참…불붙은 '최저가 전쟁'

▲ 이마트가 기저귀·분유 등 유아용품에 한해 '최저가 정책'을 시행했다. ⓒ 이마트

소셜커머스를 겨냥한 가격 경쟁에 먼저 칼을 뺀 쪽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 18일 하기스 매직팬티 박스형, 마미포코 팬티 박스형 등 기저귀 품목을 대형마트 보다 35%,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보다 15% 저렴하게 판매한데 이어 23일 '최저가 상품 2탄'으로 분유를 선보였다.

이는 기존 경쟁상대인 대형마트 업계를 넘어 소셜커머스 업계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유통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온라인 마트들이 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던 가운데 쿠팡에서 기저귀, 분유 등의 제품에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가 보상제는 쿠팡에서 구매한 제품의 가격이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전 매장보다 비싸면 그 차액의 120%를 쿠팡캐쉬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실제로 이마트는 소셜커머스 업체의 '저가 공세'로 지난해 기저귀 매출이 26.3% 줄어든 만큼, 이번에 최저가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빼앗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저귀나 분유 등 유아용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이지만 반복 구매할 수밖에 없는 '필수용품'인 만큼 첫 제품으로 낙점했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데일리팝과의 통화에서 향후 최저가 제품 확대 계획에 대해 "현재 논의 중에 있으며, 정해진 바는 없지만 '생필품' 위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이같은 정책에 따라 경쟁 업체인 롯데마트도 남양 임페리얼XO 분유 상품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상시 최저가 판매에 들어갔다.

롯데마트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계획했던 전략이었지만 이마트의 최저가 선언 발표로 인해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다"고 전했다.

또 기존 롯데마트, 롯데슈퍼에서만 판매하던 '파스퇴르 귀한 산양분유'를 오는 25일부터 롯데닷컴, 롯데아이몰 등 그룹 내 유통채널을 확대해 소셜커머스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부터 생필품 2000여개 품목에 대해 가격 인하 공세를 펼쳐온 홈플러스는 아직까지 소셜커머스를 겨냥한 최저가 정책을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태 뛰어넘은 '가격경쟁'
'역마진' 감수하고 지속 가능할까?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기존 온·오프라인으로 업태를 나눠 경쟁했던 구도를 깨고 전 유통업계와의 가격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일각에서는 유통비가 추가로 부담되는 오프라인 마트들이 '역마진'을 감수하고 '최저가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단일 제품으로 본다면 적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했으며, 이에 따라 최저가 정책도 단기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전략적으로 분석한 결과 일부 품목에 역마진이 발생한다고 해서 전체 매출에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고객이 많이 방문하게 되면 부가적인 판매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마트는 대기업의 장점을 살려 '확실한 재고'를 바탕으로 제품이 조기에 품절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모두 이번 최저가 정책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단기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은 없을 것임을 시사하면서도, 최저가를 의식해 계속해서 가격을 내리는 이른바 '치킨 게임'으로 흘러갈 양상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적자를) 버티고 안 버티고의 경쟁이 아닌 전략적 차원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 쿠팡에서 시행 중인 '최저가 보상제' ⓒ 쿠팡 홈페이지

한편 대형마트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쿠팡 측은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쿠팡 한 관계자는 "모니터링 결과 가격 차이가 크다면 더 내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로켓배송' 등과 같이 가격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로켓배송은 구매한 다음날 쿠팡의 직원인 '쿠팡맨'이 직접 제품을 배송하는 것으로, 대형마트의 최저가 정책이 모바일 쇼핑의 편의성, 배송 장점 등 비가격적 요소를 상쇄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어 일부에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역마진을 감수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배송 등 시설투자에 대한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뿐 최저가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기존의 경쟁 체재를 벗어나 온·오프라인 간 최저가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향후 관련 업계들의 전략과 대응책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