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옥시, '안전성 검사' 은폐·미실시 의혹 제기
'가습기 살균제' 옥시, '안전성 검사' 은폐·미실시 의혹 제기
  • 김태균 기자
  • 승인 2016.04.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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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검찰에 소환된 영국계 기업 '옥시 레킷벤키저 실무자 ⓒ 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를 한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저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지난해 11월 옥시 연구원 직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해당원료의 인체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원은 문제의 화학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인산염이 함유된 문제의 제품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제조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옥시 측이 제품의 인체 유해성을 어느 정도 예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의뢰한 흡입독성 평가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임신한 실험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죽었다는 결과가 나와, 연구팀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생식동성 가능성이 존재한다.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첨부했지만 옥시 측은 보고서를 은폐했다.

옥시는 2001년부터 SK케미칼이 개발한 PHMG 인산염이 희석된 신제품을 판매해왔으며, 이는 100명이 넘는 임산부와 영유아 사망을 초래한 제품이다.

당시 검찰에 소환된 직원은 '연구원도 제품 출시 전 PHMG 성분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했지만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는 생략했다.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같은 연구팀이 이듬해 임신하지 않은 쥐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온 2차 보고서만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국인투자기업인 옥시가 원가 절감을 지상과제로 두고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로 제품 판매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옥시측이 2011년 제품을 내놓으며 인체에 안전한 것처럼 표기하는 등 허위 표시광고 행위와 관련해 22일 옥시 측 관계자 3명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이르면 다음주 중 신현우 전 대표 등 옥시의 전·현직 이사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옥시는 지난 21일 입장자료를 배포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관련 환자분들과 가족 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논의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일리팝=김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