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문화생활] 뮤지컬 뉴시즈, 부조리한 세상과 맞설 '자유를 허하라'
[나홀로 문화생활] 뮤지컬 뉴시즈, 부조리한 세상과 맞설 '자유를 허하라'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6.05.07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대 기업과 맞서 세상을 바꾼 가장 낮은 자들의 이야기

뮤지컬 뉴시즈가 개막했다. 처음 '뉴시즈'가 아시아최초로 한국에서 초연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브로드웨이'와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었다.

그동안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한 수많은 작품들이 한국 뮤지컬시장에 들어와 많은 팬덤을 형성했지만 '브로드웨이는 역시 브로드웨이'라는 평이 많았다.

말 그대로 뮤지컬의 본 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의 수준이 남다르다는 뜻과 아직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한국판 뮤지컬로 재탄생 했을때의 무대 구성이라던가, 연출가와 배우들이 작품을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부분 등이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뮤지컬이 그런 것은 아니며, 대다수의 뮤지컬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한국식(?)으로 변화한다.

이번에 국내에서 초연된 뉴시즈의 경우에는 '브로드웨이 스타일'을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은 느낌과 '디즈니' 특유의 제작방식이 무대와 연기 곳곳에 묻어난다.

이 때문에 브로드에이 공연스타일을 선호하는 뮤지컬 팬의 경우에는 그 어느 때보다 공연자체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공연을 보는 동안 주변관람객들의 집중도는 최근 본 뮤지컬 중 최고였다.

훗날에 좋은 예술, 좋은 공연, 좋은 작품 등으로 평가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그 시대의 시대상을 잘 담고 있다.

뉴시즈도 그렇다. 뉴시즈의 시대적 배경은 1899년 뉴욕이지만 보는 내내 현 사회에 대한 시대적 비판과 금전만 따라가는 언론의 변화에 따른 질타,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는 스스로 사회를 바꿀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에서 오는 주인공의 고뇌, 돈 없는 서민과 재벌가와의 사랑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19세기 말 뉴욕 시르라 배경으로 거리 위의 어려운 생활 속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10대 뉴스보이들의 열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뉴시즈는 '파업'이라는 심각할 수 있는 소재를 긍정적인 시각과 젊은 에너지로 풀어내고 있다.

뮤지컬을 보는 재미중의 하나는 무대를 보면서 무대 배경, 특정 물건이나 행동을 통한 복선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뉴시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무대의 주된 배경 중 하나인 각진 철제구조물이다. 다양한 중의적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이는 이 철제 구조물은 신문팔이들이 사는 공간이자 극중 감옥 그리고 신문사 인쇄소로 표현되고 있다.

다양한 중의적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이는 이 철제구조물은 화려하고 큰 도시 외관과 다른 초라한 삶의 모습을 투영시키는가 하면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이상을 꿈꾸는 장소이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희망의 공간으로 보여지고 있다.

공연을 감상하다보면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 그리고 막이 올라간 후에 앞으로의 전개를 엿볼 수 있는 소품이 등장한다.  뉴스보이가 상요하는 '에코백'과 '목발'이 그것인데 에코백은 등장 시기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갈등의 암시와 해소이자 또 다른 시작을 상징하며, 목발은 앞으로 벌어질 투쟁과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 등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연과 별개로 놀라웠던 점은 서경수 배우의 놀랄만한 성장이었다. 개인적으로 서경수 배우의 공연을 처음 본 것은 지난해 창작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에서였는데 당시만 해도 그 배우의 연기를 보기위해 티켓을 구매할 만큼 크게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연기실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연이후 그에 대한 생각이 180% 확 바뀌었다. 첫 음을 내뱉는 순간부터 뮤지컬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는 이미 배우가 아닌 뉴스보이 소년 잭 켈리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연소 뉴스보이 윤펠릭스라는 아역배우의 연기도 눈에 띄었다. 연기와 노래 그리고 춤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져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아역배우가 뛰어난 연기를 하기 쉽지 않은데 지난 레미제라블 공연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른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잘 녹아들어 한편의 이야기를 잘 만들어 낸 것 같다.

이 외에도 극중 20명 이상의 남자 배우들이 나와 군무를 추는 장면들과 아크로바틱, 발레, 탭댄스 등은 극중 몰입도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프로듀서 신춘수가 "스타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배우들의 얼굴로 관객의 흡입력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실제로 이뤄져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뉴시즈를 보면 스타들의 후광으로 티켓 구매수를 높이려는 것같다는 비난을 들을만큼 뮤지컬포스터마다 매번 얼굴을 내비추는 스타들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개개인의 연기와 노래는 뛰어났지만, 극중 많은 역동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다 연습이 미흡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둘 또는 셋 이상의 화음을 맞추는 부분에서는 화음이 어긋나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부분은 화차를 반복해 나가면서 해소될 부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처음 기대를 가지고 뉴시즈를 보기위해 방문한 관람객들을 위해 조금 더 연습을 한 뒤 나왔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편 뮤지컬 뉴시즈는 오는 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