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한·아프리카, 상생의 동반자"..AU 특별 연설
朴 대통령 "한·아프리카, 상생의 동반자"..AU 특별 연설
  • 김태균 기자
  • 승인 2016.05.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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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아프리카에 한국은 상생의 동반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아프리카연합(AU) 본부에서 진행된 특별연설을 통해 "한국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 마음을 여러분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고, 상생 발전해가는 협력의 파트너십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룩해냈듯이,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향하는 원대한 목표와 열망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개발경험 공유 ▲호혜·미래지향적 경제협력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정 구축 ▲제도적 협력 틀 강화 등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와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발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아프리카의 청년고용 기회를 증진시킬 '쌍방향 1만명 교류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개발경험을 아프리카와 적극 나누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제 협력을 위해 한국의 기술력과 자본, 아프리카의 노동력과 자원을 결합시켜 아프리카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의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북한 도발을 규탄하고 국제 공조에 동참해준 데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연설에는 하일레마리암 에티오피아 총리와 주마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장, 국제기구 대표 등 각계 주요 인사 1300여명이 참석했다.

◇ 다음은 박 대통령의 AU 특별연설 전문

주마 집행위원장님, 하일레마리암 에티오피아 총리님, 에티오피아 주재 외교단 여러분과 내외귀빈 여러분,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10억 아프리카인들의 평화와 화합, 번영의 염원이 담긴 아프리카 연합을 방문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특히 이곳 넬슨 만델라 홀에 서니, 인간 존엄과 평등 그리고 자유에 대한 마디바의 불굴의 신념을 되새기게 됩니다.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절망하지도 굴복하지도 않았던 마디바 만델라의 신념에 깊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세기 전 한국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처럼 식민 지배 하에 고통을 겪어야 했고, 불과 65년 전에는 민족상잔의 전쟁으로 온 국토가 폐허가 되는 참상을 경험했습니다.

반세기 전까지 한국은 기아와 절망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결코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불굴의 신념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인들의 힘만으로 이룩한 것은 아닙니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도움과 이해,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거나 더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역사적 질곡과 성취의 경험을 갖고 있기에 저는 지금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희망과 도약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가슴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어려움에서 벗어나는데 도와준 우방국들과 아프리카가 새롭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대한민국이 돕고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금 아프리카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원대한 꿈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통합 속에 다함께 번영되고 평화로운 아프리카"를 향한 '어젠더 2063(Agenda 2063)'은 그러한 아프리카의 꿈을 위한 청사진입니다.

어젠더 2063의 비전은 지난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유엔에 모여 채택한 인류 공통의 과제인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와 궤를 같이하며, 한국이 추구하는 '지구촌 행복'의 비전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여러분의 비전은 국제사회가 다 함께 소망하는 비전이고, 우리 대한민국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이 불굴의 신념으로 새마을운동을 일으키고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룩해냈듯이,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향하는 원대한 목표와 열망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저는 아프리카가 어젠더 2063을 이루기 위한 긴 항해에 성공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도 아프리카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성취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AU가 위치한 이곳 에티오피아는 한국전 당시 군대를 보내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습니다.

저는 이런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아프리카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되길 바랍니다.

한국과 아프리카가 걸어온 길은 다를 수 있지만, 앞으로의 발전과 성취의 길은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 마음을 여러분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고, 상생 발전해가는 협력의 파트너십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아프리카가 어젠더 2063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입니다.

아프리카 내부에서 기인하는 과제들도 있을 것이고, 외부적인 환경에 기인한 도전들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처럼 연계된 세계에서는 이제 테러, 난민, 기후변화, 재난 등 지구촌 어느 곳도 다른 지역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한국의 문제가 곧 아프리카의 문제이고, 아프리카의 문제가 한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함께 평화롭고 함께 번영하지 않으면, 나의 평화와 번영이 지켜지지 않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저는 오늘 "아프리카와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청사진"이라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프리카가 어젠더 2063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무엇을 함께 하고자 하는지를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체득한 다양한 개발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디바는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데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하였습니다.

아프리카의 가장 큰 잠재력 역시 사람, 특히 '청년'과 '여성'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의력과 열정으로 가득한 아프리카의 젊은 세대와 건강한 환경에서 꿈을 키우며 성장하는 소녀들은 아프리카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아프리카의 청년 고용 기회를 증진시킬 '쌍방향 1만명 교류 계획'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5년간 아프리카의 인재 6000명에게 한국이나 아프리카에서 교육받고 훈련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봉사단 4000명을 아프리카에 파견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이 가진 ICT(정보통신기술)와 과학기술 분야의 강점을 활용하여 아프리카에 기술혁신센터를 세워 창조혁신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작년 12월 유네스코에서 발표했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구상에 따라, 직업 기술 교육과 ICT 교육을 펼쳐 전문 인력 양성을 돕겠습니다.

여성의 행복과 역량 강화는 아프리카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 여사는 나무 심기 운동을 통해 여성들에게 일자리와 배움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저 역시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구상을 통해 아프리카 소녀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합니다.

특히 올해를 '여성권리에 초점을 둔 인권의 해'로 지정한 AU와 자라나는 소녀들의 교육과 보건, 미래 역량 분야에서 적극 협력해 갈 것입니다.

2년 전에 한국은 에볼라 대응을 위해 시에라리온에 의료진을 신속히 파견하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또한 2009년 시작된 '수단 주혈흡충 퇴치 사업'은 수단 정부와 현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1·2차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현재 3차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보건과 전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일조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직면하고 있는 토지 황폐화, 물 부족, 식량 부족 같은 기후변화 대응에도 한국에 소재한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을 통해 함께 대응해 나가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아프리카와 진정 나누고 싶은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 의식입니다.

한국 근대화의 토대가 되었던 '새마을운동'은 단순한 개발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서도록 만든 정신혁명 운동이었습니다.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슬로건 하에 농민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농촌개발에 나섰고, 정부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였습니다.

이렇게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에서 새마을운동과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아프리카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새마을운동이 아프리카의 크고 작은 농촌, 나아가 각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아프리카 주민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 협력 모델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번 저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시작되는 이동형 복합 개발협력 사업 '코리아 에이드'는 이러한 노력을 구체화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건, 음식, 문화 등의 기능을 담은 트럭이 여러 지역의 주민들을 찾아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서로의 문화도 소개함으로써 한국과 아프리카가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한국은 아프리카와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을 이루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미 한국은 지구촌 곳곳에서 상생의 경제협력 관계를 만들어 왔으며, 많은 성공 사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전자회사가 베트남에 운영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 공장에서는 베트남 총 수출의 20%가 창출되고, 베트남은 연간 320억불의 수출액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동유럽과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진출한 기업들이 상생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현재 아프리카에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여 고용 창출과 기술 이전 등을 통해 호혜적 경제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풍부한 노동력과 천연자원이 한국의 기술력 및 자본과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확산되고 있는 모바일 머니 서비스는 아프리카가 전통산업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ICT, 의료, 환경, 과학기술 등 여러 신성장 분야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강점과 아프리카의 창조적 인재들이 결합하면, 아프리카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저의 방문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동행하여 비즈니스 포럼과 일대일 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상생 협력의 물결이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셋째, 한국은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평화·안정 구축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도 남북 대치 상황에서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평화와 안보가 경제 발전에 필수적 전제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프리카 평화를 위해 1993년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소말리아에 파견하였고, 서부 사하라, 앙골라에 이어 현재 남수단에 290여명의 공병부대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린 평화유지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아프리카의 평화 유지 활동 역량 제고를 위해 AU를 통한 레벨 2급 의료시설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이 의료시설을 말리에 지원하는 방안을 AU, 유엔과 협의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AU 평화기금에 재정적 기여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해적 퇴치와 평화유지군 파견 확대도 지속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분쟁이나 내전과 같은 전통적 안보 위협 이외에도,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가 확산되면서 지구촌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어떤 국가도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범지구적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아프리카와 한국이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에 대응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정보 공유 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또한 지금 한국은 북한의 핵개발로 심각한 안보 위기를 겪고 있는데,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국제 공조에 동참해 준 데에 감사드립니다.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비핵지대조약'을 이끌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기존의 제도적 기반도 더욱 굳건히 만들고 넓혀나갈 것입니다.

그간 양측의 외교장관들이 만나는 '한-아프리카 포럼'이 서로의 신뢰를 다지는 소통의 장이 되어 왔습니다.

올해 네 번째 포럼이 이곳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될 예정인데, 서로가 바라는 성과를 이뤄냈으면 합니다.

지난 25일에는 2018년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 연차총회의 한국 개최가 결정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 2년마다 개최하고 있는 '한-아프리카간 경제 협력 장관급회의'도 같이 개최하여 한-아프리카간 경제 협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과 AU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상호 이해와 협력의 폭을 더욱 넓히는 기반이 될 걸로 기대합니다.

아프리카와의 제도적 협력 기반을 다지기 위한 한국 내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2013년 국회내 창설된 '아프리카 새시대 포럼'은 국회의원들이 주기적으로 아프리카의 현안을 토의하는 공론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초 정부 지원하에 출범한 '아프리카 미래전략센터'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학술, 문화 분야 교류도 강화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들이 한국과 아프리카 사이를 잇는 더욱 튼튼한 가교가 되어서,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함께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세계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Global is local, local is global'(세계적인 것이 지역적이고,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이라는 말처럼, 세계화와 지역화가 깊숙이 혼재되어 있는 지금은 공유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은 아프리카와 한 방향을 바라보면서 함께 가고자 합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한다면, 우리의 꿈인 평화, 번영, 통합이라는 목표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한국은 아프리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프리카의 아픔과 꿈을 공유하면서 상생 호혜의 정신을 살려나갈 것입니다.

에티오피아의 대표적 계관시인 체가예 가브레-메드힌은 아프리카를 생명의 나무로 함께 만들어 가자고 하였습니다.

한국은 아프리카를 생명의 나무로 만드는 상생의 동반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서 여러분과 함께 동행할 것입니다. 손잡고 우리 함께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데일리팝=김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