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소포장 제품, 상대적으로 비싼거 아닌가요?"
[솔로이코노미] "소포장 제품, 상대적으로 비싼거 아닌가요?"
  • 이용진 기자
  • 승인 2016.06.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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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 절반이어도 가격은 절반 아니다, 소포장 제품 가격논란

1974년 출시돼 내 고급 아이스크림의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는 빙그레 투게더가 지난달 42년만에 처음으로 소포장 제품을 내놨다. 과거 투게더 하면 온가족이 둘러앉아 숟가락을 부딛혀가며 커다란 컵에 가득 든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1인 가구 소비자에게 기존 투게더의 양은 확실히 많은 편이었다. 이제 작은 컵 하나를 사서 간편하게 먹으면 되는 시대다. 소포장 제품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기존 제품들도 하나둘 변신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포장의 투게더 출시 이후 일부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라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통채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지만, 통상 투게더의 가격은 6500원 안팎이었다. 새로 출시된 1인용 투게더의 가격은 2000원 가량.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1/3 수준이다.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랐다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새로운 1인용 투게더의 용량은 110mL, 기존의 투게더는 900mL로 용량이 대략 1/8 수준이다. 그런데 가격은 1/3 차이가 나니, 1인용 투게더의 용량당 가격은 크게 오른 셈이다. 기존 투게더의 가격을 아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1인용 투게더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 소포장 제품에 대한 불만 조사 (자료=한국소비자원)

실제로 소포장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은 널리 펴져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이 발간한 '1인 가구 소비행태와 소비자문제 연구' 보고서에서는 1인 가구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1인가구가 겪는 어려움을 조사한 바 있다. 복수응답으로 진행된 이 조사에서 '일반 제품(서비스)에 비해 소용량/소포장/소형 제품(서비스) 가격 책정이 불합리하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9.2%에 달했다.

조사결과 '소용량/소포장/소형 제품(서비스)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응답이 70.4%로 가장 많았고, '(소포장 제품 또는 서비스의)유통채널이 다양하지 않다'가 31.2%, '(소포장 제품 또는 서비스의) 구매정보가 다양하지 않다'는 응답이 16.7%로 뒤를 이었다.

이런 인식이 폭넓게 형성된 이유는 실제로 소포장 제품의 상대가격이 높아지는 사례를 다양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애플수박은 기존 수박의 1/4 크기다. 그런데 가격은 5500원이다. 기존 수박을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을 폭넓게 8000~1만2000원 안팎이라고 봤을때 애플수박의 용량 당 가격은 오히려 올라간 셈이다. 물론 농산물의 가격은 품질과 산지, 유통채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단순히 용량만으로 가격비교를 하는 것은 타당치 않을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빙수류에서도 소포장 제품의 상대가격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나뚜루팝은 1인용을 표방한 구름팥빙수 가격은 5500원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구름빙수를 리뉴얼하면서 용량을 조절해 내놓은 것인데, 구름빙수의 종전 가격은 7000원이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제품을 용량은 줄이면서 가격은 충분히 줄이지 않고 판매한다고 인식할 수 있는 문제다.

이같은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서인지, 오리온 초코파이는 소포장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단위 제품당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지난달 편의점에 내놓은 2개들이 소포장 초코파이의 가격은 800원이다. 12개입이나 18개입 등 대용량과 비교해도 초코파이 개당 가격은 400원으로 일정하다. 개별포장되는 초코파이의 특수성 때문에 가능한 가격 책정이다.

그러나 초코파이와 같은 특수한 제품을 제외하면 소포장 제품의 단위용량당 가격을 일정하게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소포장 제품이 기존 제품에 비해 용량을 줄였다 하더라도, 용량에 따라 줄어드는 재료 등 가변비용 외에 용량과 무관하게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있기 때문에 상대가격이 올라가는 문제는 일견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것을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 1인 가구의 식료품 구매 행태 조사 (자료=대학내일20대연구소)

해법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포장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또다른 조사결과가 있다. 지난달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16 청년세대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 조사, 1인 가구의 민낯' 보고서를 통해, 전국 25세에서 34세 사이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대 1인 가구의 식료품 구매 시 대형마트 이용비율은 41.7%로 20대 다인 가구(57.8%)에 비해 16.1%p가 낮았다. 30대 1인 가구는 20대 1인 가구보다도 낮은 39.8%에 그쳤다.

이 수치는 식료품 구입 행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20대 1인가구는 식료품을 '필요할 때마다 소량 구입'한다는 비율이 52.0%로 '필요한 것을 생각해두었다 저렴하게 살 수 있을 때 구입'한다는 응답(22.3%)의 두배를 넘었다. 30대 1인 가구의 소량 구입 응답은 51.8%로 20대 1인 가구보다 더욱 높았다.

25세에서 34세로 한정된 조사였지만, 1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식료품을 소량 구입하며 계획에 의거한 구매활동을 하지 않고, 가격에도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것은 소포장 제품의 가격 책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포장 제품의 경쟁 포인트는 가격보다 품질과 편의성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소비자원 조사 결과 중 가장 많은 비율의 응답은 '소용량/소포장/소형 제품(서비스)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였다. 이 응답을 '(후회없이 구매할만한 좋은 품질의) 소포장 제품이 부족하다'고 읽으면, 손쉽게 정답에 다가갈 수 있다.

(데일리팝=이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