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발레 지젤(Giselle), 죽음도 초월한 진정한 사랑
[리뷰] 발레 지젤(Giselle), 죽음도 초월한 진정한 사랑
  • 오정희
  • 승인 2018.07.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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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Giselle)은 여주인공 지젤의 극적인 감정변화와 애절한 사랑 그리고 무용수들의 군무가 아름다운 낭만발레의 대표작이다.

발레라는 것 자체가 뮤지컬과 달리 목소리를 제외한 몸짓과 표정연기만으로 무대를 가득 체우는 것인만큼, 몸의 움직임은 물론 머리카락 한올,손끝과 발끝 그리고 몸에 입고 있는 의상의 흔들림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언어를 만들어 낸다.

지젤은 1막에는 인간세상을 배경으로한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가, 2막에서는 영적인세상을 배경으로한 용서와 화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막에서는 춤을 사랑하는 청순한 시골마을 아가씨 지젤을 보고 호감을 품은 귀족이 평범한 마을 청년으로 변장을 통해 행복한 한때는 보내는 연인의 모습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전부터 지젤을 사랑한 마을청년의 폭로로 심장이 약했던 지젤이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그린다.

마을사람 모두가 가족처럼 화목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마을에서 테어난 지젤은 그 아름다움을 닮아 마을에서 모두가 사랑하는 순수한 아가씨로 표현됐다. 연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지젤의 표정과 경쾌한 발놀림, 손짓은 보는관객마저도 행복감에 젖어 들게한다. 

1막의 하이라이트는 사랑스러운 지젤의 믿었던 사랑에대한 배신에 따른 감정변화이다.

귀여운 아기 새의 모습같이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던 부드러운 초반의 움직임과 달리 배신을 인지한 후 거칠면서 조금 더 절제된 모습을 표현했다. 이때 그녀의 표정과 손끝까지 표현된 절망은 보는 이들마저 안타깝게 한다.

1막의 시작이 사랑스러움 이었다면 2막의 시작은 서늘함이다.

지젝이 죽고난 후의 영적인세게를 표현한 2막은 숲속에 위치한 지젤의 무덤가 근처에서 시작된다. 이제 더이상 그녀의 복숭아 빛 뺭을 볼 수 없다.

자신의 사랑에 눈이 멀어 지젤의 사랑을 깨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 마을청년과 그녀를 속이고 사랑이란 짧고 단 꿈을 꾸게했던 귀족청년이 각각 그녀의 무덤가로 찾아온다.

마을 청년은 숲의 윌리들로부터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한 때 그녀와 사랑에 빠졌던 귀족 청년은 죽어서도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지젤의 진실된 마음에 목숨을 건지며 과거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며 막이 내린다.  

2막이 시작하고 나서는 무대의 분위기를 뿐만이 아닌 객석의 분위기 마저 달라졌다.

푸르스름한 무덤가를 비추는 은은한 달빛과 아스라이 피어나는 연기, 그 연기를 타고 흐르는 냉기는 영적인세계를 표현하는 무대와 잘 어우러져 실제 그 곳에 숨어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무대위에서 하늘거리는 흰 드레스를 입고 연기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사람을 홀려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것처럼 그대로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됐다.  

여주인공 지젤의 독무와 남주인공의 독무또한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옷의 선 하나, 발끝, 손끝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떨림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 영적인세계를 직접 다녀온 것같은 착각마저 들게한다.

너무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근래에 사랑은 너무 가볍다.

지젤이 수면위로 던지는 파동은 잔잔하면서도 큰 울림이있다. 누군가 가볍게생각한 만남이 상대방에겐 큰 상처로 다가올 수있고, 사랑을 깨닫고  후회할때쯤이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젤을 통해 사랑에 대한 정의를 발레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같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