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마음의 온도' 영하 13.7도…은퇴연령·취준생, 심리적 추위 가장 많이 느껴
한국인 '마음의 온도' 영하 13.7도…은퇴연령·취준생, 심리적 추위 가장 많이 느껴
  • 박종례 기자
  • 승인 2016.10.0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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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저성장 터널 진입, 구조조정, 가계부채 사상 최대, 노후 파산 등 늘어만 가는 경제관련 부정적 단어들이 심리적 추위를 더해주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우울한 경제 지표 시대에 팍팍한 삶을 헤쳐나가고 있는 한국인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세대별(고등학생, 대학생(취업 준비생 포함), 2030직장인, 40대 직장인, 50대 직장인)로 5개 그룹 각 2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마음의 온도'를 주제로 조사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네파의 조사 결과 한국인 10명중 7.5명은 계절적 추위보다 심리적 추위를 더 크게 느끼고 있으며, 심리적 체감온도라 할 수 있는 마음의 온도는 영하 13.7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마음의 온도는 해가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76%에 달해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신의 타인들에 대한 배려 점수는 63.2점에 불과한 것으로 응답해 어려운 경제 여건 탓에 스스로를 챙기기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사회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 추위'와 '계절적 추위' 중 어느 것이 더 견디기 힘든 추위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심리적 추위가 더 춥다고 답했으며 조사 대상 세대 중 고령화 시대 퇴직을 고민하는 50대 직장인 세대 응답자가 심리적 추위를 가장 많이(79.5%)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은퇴, 자녀 결혼비용, 열악한 재취업 시장, 준비 안 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 마음의 온도를 보면 취업대란 시대의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 그룹이 영하 17.3도로 심리적 추위의 강도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으며 취업 준비생 그룹만의 마음의 온도를 따로 조사했을 때 20.7도로 나타나 절망감 속에서 혹한의 추위를 겪고 있는 취준생들이 느끼는 각박한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고등학생 그룹 영하 15.7도, 2030 직장인 영하 12.9도, 50대 직장인 영하 12.1도, 40대 직장인이 영하 10.7도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마음의 온도는 지금보다 높아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4명 중 3명(76%)은 마음의 온도가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 응답했다.

마음의 온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이유로는 '불황으로 인해 경제전망이 밝지 않아서'(36.3%)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세상이 될 것 같아서'(31.4%), '여가 및 휴식이 부족'(12.9%), '세상 인심이 더 각박해질 것 같아서'(10.0%),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소통 부족 등 대인관계 축소'(6.2%), '안보 및 재난문제'(3.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세대별 응답을 살펴 보면 직장인 세대(20대 ~ 50대)는 모두 마음의 온도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이유로 '경제 불황'을 1순위로 꼽은 반면 고등학생 및 대학생 등 학생 그룹은 '치열한 경쟁 사회'를 가장 큰 이유로 선택했다. 청년층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 사회 분위기를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네파는 한국인의 배려 점수도 올해 처음으로 조사했다. 일상에서 '타인이 나를 대할 때의 배려 점수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평균 점수가 54.3점으로 집계됐다. 반면 '내가 타인을 대할 때의 배려 점수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평균 점수가 63.2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세대 직장인의 경우 '자신의 타인에 대한 배려 점수'(59.1점)나 '자신에 대한 타인의 배려 점수'(50.3점) 모두 조사 대상 세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88만원 세대'와 'N포 세대'로 대변되는 무력감, '흙수저'로 상징되는 자조감 등 현재 대한민국 20~30대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치열한 경쟁과 빠듯한 경제 환경으로 인해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신호창 교수는 "저성장, 부의 격차 증대 등으로 인해 자기 중심적 삶이 강화되면서 정서적 외로움은 가중돼 사회적 관계가 배려심 보다는 갈등 프레임에 갇히고 있다"며 "사회적 연대감이 높을수록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기에 주변을 좀더 배려하는 상생의 정신이 실천될 때 마음의 온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팝=박종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