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이후 겪을 위기와 기회
손학규, 통합이후 겪을 위기와 기회
  • 정수백 기자
  • 승인 2011.12.16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한명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6일 제1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 민주당 손학규 전대표 ⓒ팝콘뉴스

지난해 10·3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대표로 선출된 손 대표는 지난 1년 2개월여간 민주당 사령탑을 맡으며 '야권통합'을 이끌어 낸 주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 때문에 당대표를 하는 동안 수차례의 반대파의 공격을 받는 등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손 대표의 '승부사' 기질을 꺾진 못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통합 과정에서 민주당의 기득권으로 불리는 호남 일부 세력들의 극렬한 반발 때문에  지난 11일 통합 결의 전대가 자칫 무산위기에 처할 상황에서도 손 대표는 기지를 발휘하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손 대표는 전대 정족수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당무위 개최'라는 아이디어를 직접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그 때 내 머릿속에 '당무위 개최'가 번뜩 떠 오르지 않았다면 자칫 통합이 무산될 뻔 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원외지역위원장들이 모이는 중앙위와 지역위에서도  단독전대파들로 부터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는 등 온갖 모욕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통합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하며 통합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총선과 대선이 연달아 열리는 선거의 해를 앞두고 야권 경쟁력의 출발점인 여권과의 1: 1 구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손 대표의 승부사 기질은 지난 4·27 재보궐선거의 '분당을' 선거에서 빛을 발했다. 강남과 견줄 정도의 한나라당 텃밭이었던 '분당을'에선 민주당의 누가 나가도 어렵다는 게 대체적 예상이었다. 측근들도 "지면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다"며 만류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강조하며 출마를 결단,  민주당의 깃발을 꽂는 정치적 이변을 이끌어 냈다.

이후 손 대표의 대선 지지율은 15%에 육박했고, 그러면서 줄곧 야권의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위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손 대표는 당대표를 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진중공업 사태 국면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한계를 노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지지율 3~5%이 나타났다. 당 관계자는 "좌고우면하는 듯한 모습들이 '리더십 부재'로 비쳐지면서 지지율 하락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야권 상황은 손 대표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측근들도 "대선을 위해 춘천에서 2여년간 칩거하고, 당 대표로 여러 승부수를 던졌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부상은 언제든 '손학규의 존재감'을 묻히게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안 원장이나 문 이사장이 대중들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손 대표가 독자 행보로 대중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의 '대선불출마' 또는 '정치적 실책' 가능성에 손 대표가 영향받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이들 주자들이 아직 강력한 권력의지를 표명한 건 아니기 때문에 손 대표가 야권주자로 치고 나갈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지난 1년 2개월 동안 민주당은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며 "10·3일 전당대회부터 4·27재보선, 10·26 서울시장 선거에 이르기 까지 지난 1년은 민주당이 변화의 중심에 서서 변화를 선도해 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대표를 하면서) 4대강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저지하지 못했다"며 "야당으로서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정책을 바꿔내지 못한 게 많아 지금도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의 행보에 대해 "집에서 좀 쉴려고 한다"고 밝힌 손 대표가 향후 어떤 대권플랜을 갖고 정치권에 전면 등장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