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를 향한 '정당 공화국'
금배지를 향한 '정당 공화국'
  • 정수백 기자
  • 승인 2011.12.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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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기존 거대 정당들이 이합집산 하는 사이 새롭게 '금배지'를 꿈꾸는 신생 정당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지난 14일 현재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통합진보당, 창조한국당 등 원내 정당 6곳에 경제통일당, 국민행복당 등 원외정당 16곳 등 총 22곳이다.

이중 올해 창당된 곳만 5군데다. 지난 13일 창당을 신고한 시민통합당(혁신과 통합)은 16일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창당 4일 만에 문을 닫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결성 신고를 내고 올해 8월부터 창당 작업을 진행 중인 정당도 11곳에 이른다. 정당 또는 창준위를 거점으로 정치세력이 33개에 달하는 셈이다.

물론 현행법상 창준위를 만든 뒤 창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6개월 내에 창당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6개월 동안 5개 이상의 시·도당과 함께 관할 구역 내 주소를 둔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갖추지 못하면 자동으로 등록이 취소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창준위 단계에서 바람처럼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선관위에 따르면 1963년 자유당부터 지난 12일에 등록한 선진한국당까지 창준위 결성 신고를 한 정당만 442개에 이른다. '정당공화국'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 하다.

그러나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더 만들어 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추진 중인 선진통일당(가칭), 한나라당 전·현직 보좌진 등이 중심이 된 '리셋(Reset) 대한민국 4.0', 제3지대 대안정당을 표방한 민생경제연대 등도 창당 준비모임 성격의 정치 결사체다.

보수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창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마다 그 모양새의 완성도는 다르지만 이들은 저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치를 내걸고 분주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특히 신생 정당들은 기존 정당들에 비해 특정한 관심사나 이슈에 집중한다는 특징을 가졌다.

틈새를 노려 표심(票心)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기성 정당들이 소홀히 하는 이슈가 많다는 '불만'도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탈핵(核)'을 중심으로 평화, 인권, 환경 등의 진보적 가치를 내건 녹색당과 자식세대로의 정치세대 교체를 내세운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이 추진 중인 '새세대희망당' 등이 명확한 가치를 내건 정당으로 꼽힌다.

고령화시대를 이끌어가려면 노인들의 경륜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는 '새희망노인권익연대'도 총선 채비에 한창이다. "국회의원 수와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국민행복당은 충(忠), 효(孝), 예(禮), 의(義) 등 민족 고유의 도덕성을 회복해 근본을 갖춘 올바른 대한민국 건설을 목표로 보수의 역습을 노리고 있다.

'영남신당'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국회의원을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창당 발기인 명단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인 근령씨와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 이름이 올라 눈길을 끈다.

종교색이 짙은 정당들도 내년 총선에서 몸집을 키우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국기독당은 8월 8일, 기독자유민주당은 9월 26일에 중앙선관위에 정식으로 등록했다.

기독자유민주당은 지난 6일 기독사랑실천당과 합당을 선언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여의도 입성을 확신하고 있다. 기독사랑실천당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유효득표의 2.59%(44만3775표)를 얻었다. 3% 이상을 득표하면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 수 있다.

이렇듯 선거를 앞두고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정당이 생기는 일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만 실감한 채 사라진 게 대부분이다.

그간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삼김(三金)' 등 유력 정치인이나 대선 주자가 참여하지 않는 정당은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은 정가에서 정설로 통해왔다.

18대 총선에서도 친박(친박근혜)을 표방한 덕분에 친박연대(14석)가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나머지 9개의 군소정당들은 선관위에 의해 강제로 간판이 내려졌다. 현행법상의 정당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의 경우 유효득표 2% 이상의 정당득표를 얻지 못할 경우 정당 등록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구에만 후보를 내고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의 경우에는 지역구 후보들이 얻은 표가 전체 표의 2%를 넘지 못하면 역시 정당 등록이 취소된다.

이에 따라 18대 총선에선 평화통일가정당, 국민실향안보당, 직능소상공인연합, 구국참사랑연합, 통일한국당, 문화예술당, 시민당, 신미래당, 한국사회당 등 9개 정당이 청산절차를 밟았다.
 

지지도가 낮은 정당이 난립할 경우 정당민주주의 질서가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는 것이 정당의 진입장벽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다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는 등 '정당의 위기'라는 세태 속에 새로운 정당이 혜성같이 나타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과연 내년 총선에서 기존 정당정치를 뒤흔들 신당이 출현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