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권 잠룡들의 본격 행보
여야 대권 잠룡들의 본격 행보
  • 신민주 기자
  • 승인 2011.12.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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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을 1여년 앞둔 시점에서 여당은 쇄신 요구의 격랑 속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킬 예정이고 야권도 진통 끝에 통합을 선언했다. 여야 모두 대선 1여년을 남겨두고 한고비를 넘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차기 대선에 도전할 여야 잠룡(潛龍)들의 발걸음에도 점차 가속도가 붙고 있다.

먼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때마침 당 전면에 등장한다. 이날 당 쇄신은 물론 내년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책임을 지고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오르는 것.

최근 당에 전면적 쇄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예상과 다른 시기와 방법으로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등장하는 이른바 '조기등판'이 현실화했지만 본격적 대선행보에 돌입하기에는 오히려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쇄신 바람을 타면서 한나라당의 전면 수술에 나설 수 있게 됐고 당의 수장으로서 대외 행보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어서다.

'박근혜 비대위'가 당 개혁안을 속속 발표하고 당 개혁의 핵심인 '공천'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낸다면 그것이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런 과정에서 '구당(求黨)의 핵심'으로 부각될 박 전 대표의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근혜 비대위'가 2004년 탄핵역풍을 막아냈던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주기를 기대하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본인이 전면에 나섰음에도 한나라당의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역으로 이번 조기 등판이 박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19일을 전후해 행동 반경을 크게 넓힐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재단은 18일 서울 금천구청 금나래아트홀에서 '2011 송년 한마당-2012년 우리들의 운명은' 행사를 개최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를 기념하는 동시에 2012년 총·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취지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 문 이사장이 참석한다.

이 행사에는 문 이사장 외에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친노(親盧)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오는 20일에는 부산에서 한 전 총리가 검찰개혁과 관련해 여는 북콘서트인 '한명숙의 통통한 콘서트'에 참석한다. 그는 또 지난달 말 펴낸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말한다' 북콘서트의 전국 순회 공연도 시작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부산지역 직접 출마까지 검토하며 '야도 부활'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그의 목표대로 부산에서 10석 이상 확보할 경우 현재 10%대에 머물고 있는 그의 지지율은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대선주자로서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르면 연말, 또는 연초에 재산 사회환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아직 정계 진출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재산 사회환원을 곧 정계 진출 선언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그가 국민참여형 기부 공익재단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재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할 사회 운동 본부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재단'의 형태와 규모에 따라 신당창당을 뛰어넘는 정치적 파괴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그의 대선행보는 가시권에 접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안 원장은 지난 9월1일 이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을 거치면서 언론 노출빈도를 높이고 있고 최근에는 아예 인터넷 매체 정치부 기자 출신 인력으로 안철수연구소 홍보라인을 보강하는 등 의미심장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과연 대선주자로 실제 나설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외에 다른 여야 잠룡들도 본격적인 대권행보의 시동을 걸고 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박 전 대표 비대위 체제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도 당 쇄신과 총선승리에 힘을 보태려 하고 있다.

동시에 그의 정책 자문그룹인 '해밀을 찾는 소망'을 중심으로 성장과 지속가능한 복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정책 비전 가다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분간 도지사직에 충실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서민 속으로 파고드는 행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서민행보 강화를 한나라당 구당의 핵심 키워드로 여기고 있다. 이와 함께 당 비대위 체제 내에서 쇄신 바람에 힘을 보태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통합을 이뤄내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한동안 대외행보를 자제하고 정국구상과 정책 가다듬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통합 결의 전당대회에서의 폭력 사태에도 불구하고 야권통합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야권 내 지지율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동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거리 속으로' 뛰어드는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미FTA 무효화 투쟁에 집중하면서 진보, 친서민 이미지를 확실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정 전 최고위원 측은 한미FTA 국면에서 대선 후보로서 정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했던 점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계속 '민심이 향하고 있는 길'을 가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예정하고 있는 정세균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99%를 위한 분수경제'라는 책을 내며 정책비전 제시에 나섰다.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 등 경제 하층부에 혜택을 줘 그 효과가 경제 전체로 옮아가게 하자는 복안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