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한 IT] 갤럭시의 '배트맨' vs 루나S의 '태권브이', 콜라보에 드러난 기업 이미지와 전략
[Hip한 IT] 갤럭시의 '배트맨' vs 루나S의 '태권브이', 콜라보에 드러난 기업 이미지와 전략
  • 이용진 기자
  • 승인 2016.11.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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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중소기업 대 글로벌 대기업 이미지 전략 대립

최근 SK텔레콤은 스마트폰 루나S의 태권브이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들어 유달리 태권브이 관련 이벤트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것은 사실이다. 1976년 첫 작품이 나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태권브이가 다양한 콜라보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태권브이라는 오래된 캐릭터가 이용된 것은 나름 이색적이지만, 사실 애니메이션 케릭터 등을 이용한 이른바 '콜라보' 제품들은 이제 특별한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명품과 콜라보한 프라다폰 같은 사례도 있을 정도로, 소비자를 놀라게 하는 다양한 콜라보가 시도된 바 있다. 

그럼에도 루나S의 태권브이 에디션 출시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마침 올해 국내 시장 선두인 삼성전자도 콜라보 제품을 발표한 바 있어 좋은 비교가 된다. 마치 비교를 직접 해달라는 듯한 선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갤럭시 S7 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

글로벌 기업 삼성, 콜라보도 글로벌 인기캐릭터와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갤럭시 S7 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을 출시했다. 인기 모바일 게임 '인저스티스: 갓스 어몽 어스(Injustice: Gods Among Us)'의 배트맨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제품이다. 
이 제품의 출시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개봉하기도 했다. 제품 자체는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를 이용했지만, 같은 해 개봉한 영화의 영향을 의식한 기획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영화는 기대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인지도와 인기가 슈퍼맨과 더불어 DC 코믹스의 양대 산맥이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어떤 제품이건 콜라보를 시도하고 싶어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또 하나, 배트맨의 인지도는 국경을 초월한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미국의 만화에서 시작됐지만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캐릭터다. 바로 이 점에서, 삼성전자의 의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캐릭터를 이용한 이유는, 삼성전자가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연관이 있다. 

삼성은 배트맨에 앞서 마블의 최고 인기 캐릭터였던 아이언맨과의 콜라보 제품을 출시한 일도 있다. 지난해 5월 출시한 '갤럭시 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아이언맨 슈트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마찬가지로 어벤져스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개봉에 맞춰 진행한 마케팅이다. 

아이언맨은 최근 영화화되고 있는 마블 코믹스 진영의 최고 인기 캐릭터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배트맨과 비슷하다. 그리고 두 캐릭터는 모두 막대한 자본을 들여 제작한,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 영화 주인공들이다.
 
두 가지 콜라보 사례는 공통적으로 삼성에게 한가지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마치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DC와 마블의 캐릭처처럼,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도 다양한 나라에서 인기를 끄는 글로벌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의도할만한 이미지 전략이다. 

한국 중소기업 TG앤컴퍼니, 국산 강조한 콜라보 전략

반면 루나S는 콜라보부터 이미지 전략까지 삼성과 정 반대다. 이유는 제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루나S를 만드는 TG앤컴퍼니는 삼성전자에 비하면 규모도 인지도도 턱없이 부족한 회사다. 그래서 이미지를 확고히 할 필요가 삼성전자보다도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 TG앤컴퍼니와 태권브이를 함께 놓고 보면, 한 가지 의도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한국의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다. 

▲ 루나S 태권브이 스페셜 에디션

팬택이 부활하긴 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LG를 제외한 모든 제품은 외산폰인 듯한 이미지가 강하다. 루나에 이어 후속작으로 루나S가 출시됐지만, 아직 이 브랜드의 이미지가 시장에 확고히 자리잡은 것도 아니다. 무엇을 강조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루나S는 한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하다. 로봇이나 히어로 캐릭터 중 한국산임을 강조할 수 있는 태권브이를 선택했다는 것은 의도가 다분하다. 

물론 태권브이는 태생적 한계와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캐릭터'라는 사실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나온 지 40년이 지난 추억의 캐릭터다. 이 점을 너그러이 바라볼 소지가 분명 있다. 

한가지 더 의미를 느껴 보자면, 중소기업이라는 것도 적잖이 어필할 의지가 있어 보인다. 거대자본의 블록버스터에서 느껴지는 대기업의 힘과 달리, 태권브이는 뭔가 중소기업의 제품이라는 루나S의 현실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물론 모든 콜라보가 기업에게 좋은 이미지만 남겨 주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나 TG앤컴퍼니나 이번 콜라보를 통해 굳히고자 하는 이미지가 후속전략으로 살아날지 아닐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규모나 입장만큼이나 상반된 콜라보 전략이 절묘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일단 단추를 잘 꽤고 있다고 봐야 할 듯 하다. 

(데일리팝=이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