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우버·에어비앤비 규제, 시대착오 or 공유경제 원칙 수립?
[트렌드줌인] 우버·에어비앤비 규제, 시대착오 or 공유경제 원칙 수립?
  • 이창호, 박동혁 기자
  • 승인 2016.12.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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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는 숙소제공자와 숙소를 빌리려는 이들을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실제 거래 당사자가 아닌 에어비앤비에게 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문제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을 내렸다. 공유경제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규제인지, 아니면 공유경제 시스템이 지켜야할 원칙을 제시한 것인지를 살펴볼 만 하다. 

에어비앤비가 공정위에게 시정명령을 받은 것은, 두 가지 약관 때문이다. 하나는 예약을 취소해도 에어비앤비의 서비스 수수료가 환불되지 않는다는 조항이었다. 총 숙박대금의 6~12% 규모인 수수료는 과거에 환불되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조항은 위약금 조항이다. 에어비앤비는 숙소제공자가 엄격·보통·유연 등의 환불 정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엄격'을 선택할 경우, 숙박예정일로부터 7일 이상 남은 시점에 예약을 취소하면 전체 숙박비의 50%를 위약금으로 부과한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예약취소일로부터 숙박예정일까지 충분한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재판매가 가능하므로 사업자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숙박 예정일이 7일 미만으로 남아 있는 경우에는 숙박료 전액을 위약금으로 부과하고 있어 사실상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는 한국의 약관법 위반이기 때문에, 시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언뜻 보면 공정위의 이 같은 판단은 정부의 공유경제 활성화 방침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부는 '공유민박업'을 강원과 부산, 제주 지역에 시범 도입해 운영 중이다. 2017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공유민박업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행할 방침이다. 

숙박과 함께 공유경제의 두 가지 대표 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우버'의 등장 이후 각국에서 차량의 공유경제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KDI는 이를 두고 자동차의 개념이 소유 대상인 제품에서 공유 대상인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럽의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2013년 102억유로에서 2015년 281억유로로 약 3배 가량 성장했다고도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카 쉐어링 업체 '쏘카'를 비롯해 77개 공유기업과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주차공간을 공유하면 시설개선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기존 규제제도를 공유경제 확산에 맞춰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법제처가 개최한 '2016 국민법제관 워크숍'에서 목포대학교 법학과 김도승 교수는 "우버택시 사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4차 산업혁명 하에서는 특정 행위를 금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등 규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에어비앤비

외국에서도 지속되는 공유경제 규제 논란

공유경제에 대한 규제 논란은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욱 뜨겁다. 기존 사업모델들과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가 주된 논점이다. 

우버의 경우, 운전자를 개인사업자로 봐야 하는지가 주된 논점이다. 우버 측은 우버 운전자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휴가와 최저임금, 필요경비 제공 등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영국 등지에서 우버 운전자에 대한 피고용인 지위를 인정했다. EU 역시 우버 운전자의 피고용인 지위를 놓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피고용인 지위가 인정된다면 마찬가지로 우버가 최저임금과 휴가 제공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숙소제공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는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세계 많은 지역에서 에어비앤비와의 협의를 통해 숙소제공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숙박업으로 신고한 숙소제공자만이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공유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16년 11월에는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던 오피스텔들이 대거 삭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거주용이 아닌 오피스텔은 민박을 운영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현행 법 규정에 따라 에어비앤비가 취한 조치였다. 

공정위는 이같은 규제가 세계 추세와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유럽연합(EU) 및 미국은 소비자 보호에 미비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유 경제 사업 모델에 대하여도 기존의 사업모델과 동등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EU지역위원회는 "공유 경제 플랫폼이 기업이 세금을 피하거나 반독점, 사회 보장 및 소비자 보호 규칙을 우회해 유사한 고정 비용을 들이지 않고 기존에 존재하던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없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미국 경쟁당국 역시 공유경제와 기존 사업모델에 대한 투트렉 규제에 반대하며, 동일한 규제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견 이런 규제원칙이 공유경제의 확산을 저해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유경제의 문제인가 공유경제 '사업모델'의 문제인지도 판단이 쉽지 않다. 

공유경제란, 물건을 필요할 때 빌려 쓰고 남으면 빌려 주는 행위 외에 물물교환과 협력적 커뮤니티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사업모델'들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논란이 사업모델의 운영방식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공유경제 자체의 문제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국제적인 공유경제 사업모델들과 별개로, 지역공동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유경제 모델들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12월 29일 정부에서 2017년 '4차 산업혁명'을 발표하면서 규제프리존 도입, O2O 규제 합리화 등 규제장벽 해소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공유경제와 관련한 산업들에 대한 법망이 어떻게 정의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팝=이창호, 박동혁 기자)